비 오는 날, 빗소리 듣고 비 냄새 맡기

by 몇몇

부쩍 비 오는 날엔 온몸이 쑤신다. 중력을 받아온 세월이 쌓여 그런 것이라 생각하다가도, 이대로라면 비 오는 날을 미워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일 년 중 꽤 많은 날 비가 오는데, 그렇게 된다면 내 손해가 아니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어쩌다 생긴 여유 속에서 비 오는 풍경을 바라본다. 해가 뜨지 않아서인지 묘하게 마음이 가라앉고 몸도 가라앉는 데, 생각까지 가라앉힐 필요가 있는가? 오늘은 비를 조금은 반가워하고 싶다.


빗소리보다 차 소리가 더 큰 듯 하지만, 바람에 밀려 비냄새가 스쳐간다. 좋아하려면 좋아할 수도 있지 않은가? 좋아하는 것을 늘릴수록 좋아하는 것을 만날 날이 더 많아지고, 싫어하는 것을 늘릴 때마다 싫은 일을 마주할 확률이 올라가는 법. 살짝 차가운 공기, 축축이 젖어드는 느낌, 이미 고인 웅덩이에 비가 톡톡, 퍼져가는 모양.


우린 어쩌면 너무 많은 빗길을 걷고, 너무 자주 신발을 적신 것은 아닐까. 어쩌겠는가 그게 비가 하는 일인 것을.

혹은 반대로, 우린 비가 싫다 싫다, 하지만 정말 비와 엉킨 경험들을 하고 있진 않은지도 모르겠다.


창에 방울방울 맺히는 빗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기. 타닥타닥, 빗소리를 들으며 파전을 먹고 싶어 하기. 하나의 우산 속 두 사람의 오붓한 거리를 느끼기. 뿌옇게 흐린 하늘 속 파란 하늘의 부재를 깨닫고 그리워해보기. 우산이 없어 빗속을 젖어가며 달려보기. 편의점에서 그나마 내 마음에 드는 우산을 바삐 골라보기. 손을 뻗어 비가 오나, 안 오나 확인하며 손끝에 닿는 촉감.


창밖에 비가 오는가. 오늘을 나와 함께 비를 반가워해보지 않겠는가? 비가 수줍게, 날 그렇게 까지 생각해 줬어? 설레어할 정도로.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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