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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치는 아랫집 남자

7

by 코리디언

[Episode 7] 북 치는 아랫집 남자



퉁~~~

퉁~~~~~~~~~~

투퉁~~~~~~~~~~~~~~~

점심식사 후 잠시 식곤증으로 소파에서 잠을 자다 아래층에서 묵직하게 들리는 이 북소리에 단잠을 깼다.

익숙한 이 북소리가 잠을 깨웠다는 사실이 불쾌했다.

아! 또 시작이군…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1926년에 지어진 것으로. 100년이 가까운 목조 건물의 아파트다.


위층에는 꽃에 물 주는 여자가 살고

아래층에는 북 치는 남자가 살고

.

난 이 낭만적인 이웃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우리가 이삿짐을 옮기느라 끙끙 대고, 무거운 짐으로 숨이 쒝쒝 거리는 걸 가만히 앉아서 여유롭게 쳐다보던 거무스름한 피부에 깡 마른 체구의 남자는 우리 집 아래층에 살고 있다면서 자기를 드러머( Drummer)라고 소개를 한다.

8월 한 여름에 이사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나르는데 갑자기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네는 이 낯선 이웃이 얼마나 짜증 나는 이웃인지 우리는 그때까지 몰랐다.


누구 말대로 불이 나면 변기와 욕조만 남을 만큼 모든 것이 나무로 되어있는 이 건물에는 층간 소음은 물론이고 아파트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들과 개들의 소리, 그리고 위층 사람들의 발소리가 고스란히 들려 위치추적도 가능하다.


몬트리올은 캐나다의 오래된 도시 중에 하나이다.

옛날 건물들을 보수하고 고쳐 쓰는 것이 이들에게는 일상이다.

현대적으로 지어진 콘도나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의 아파트와 건물들이 100년을 훌쩍 넘는 것들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오래된 헤리티지 빌딩(heritage building)들은 보수 유지를 잘해서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 그중에는 소음 문제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이건 어디까지나 한국인 입장인 것 같다. 적어도 우리 아파트에서는 소음문제로 민원이 생기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아래층 북 치는 남자는 그 별명답게 온갖 북들과 베이스기타를 치면서 주말이면 하루 종일 온 아파트가 떠들썩하게 장르도 알 수 없는 음악에 맞춰 새벽까지 북을 친다.

아!

아무리 개인의 취미생활이라 하지만, 이웃을 배려해서 방음장치라도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뿐 아니라 일주일에 두서너번은 늦은 밤에 알 수 없는 언어로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그 내용이야 알 수 없지만, 목소리 톤으로 우리는 그의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짐작만 할 뿐이었다.

한 번은 감정이 상했는지 상대방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오래된 나무창문 틈으로 그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그의 긴 통화를 견디다 못해서 나도 모르게 창문을 열고 조용히 하라고 한국어로 쏴 붙였다.

보이진 않았지만, 그 남자가 움찔한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조용해졌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나도 심장이 쫄아드는 느낌이었다.


밤이면, 친구들과 모여서 온라인 게임을 하는지, 게임에서 나오는 낮고 무직한 컴퓨터 소리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환호와 비명의 소리가 들린다.

그럴 때면, 나도 견디다 못해 국민체조를 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소심한 복수의 전부이다.

소음은 위층에서만 나는 것이 아니라 아래층에서도 소리가 위로 올라온다는 것을 아랫집 북 치는 남자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그래도 아랫집 남자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은, 이 얇디얇은 바닥으로 전해질 우리 가족의 발자국소리와 생활 소음으로 한 번도 우리 집에 와서 항의를 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공생- 함께 사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 빌딩에는 언어와 문화, 생활습관, 소통의 방법이 다른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삶은 어디서든, 그 누구든,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면, 서로서로 이해하며 역지사지(易地思之) 의 마음으로 무던하게 살아야 할 것 같다.


그게 나의 정신건강에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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