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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6] — 이 집에 딱 두 가지만 있다면 좋겠네
아파트”와 “콘도(Condo, Condominium)는 겉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 구조와 소유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콘도 (Condominium, Condo)는 건물은 여러 세대로 나뉘어 있고, 각 세대별로 개별 소유권(Title)이 있다는 것이다. 소유자가 직접 거주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임대(렌트)할 수도 있다.
입주민들이 구성한 콘도 보드 (Condo Board, 입주자 협회- 우리나라에 반상회개념)가 건물 관리와 규칙을 담당하며, 이에 발생되는 비용을 각 세대가 나누어서 지급해야 한다.
각 세대는 부동산으로 등기 가능하며, 공용 공간 (엘리베이터, 체육관, 수영장, 주차장 등)은 공동 소유로 매달 콘도 관리비(Condo Fee)를 내야 하고, 콘도 관리비에는 공용시설 유지·보험·관리 인건비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시스템과 비슷하다.
반면에 아파트 (Apartment)는 한 건물 전체를 하나의 법인(개발사, 임대회사, 개인 투자자 등)이 소유하고 있다. 세입자는 임대 계약(렌트)으로 거주하며, 집을 소유할 수 없으며, 건물주는 임대료를 받는 대신 건물 유지·보수와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우리는 아파트를 렌트해서 살고 있다. 따라서 건물을 가꾸고 관리할 책임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우리 아파트는 입구의 조경시설도 잘 갖추고 있으며, 넓은 잔디밭도 정규적으로 깍고 관리해준다.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내리는 캐나다에서 눈치우기는 아주 큰 일거리이지만, 이것 또한 관리실에서 모두 치워주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싱크대가 막히거나, 화장실 욕조에 문제가 생기면, 예약을 잡기도 어렵고, 시간당 100불의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배관공( Plumber)을 부르는 비용을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
콘도와 아파트를 구별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어떤 이들은 집안에 개인 세탁기나 빨래 건조기의 유무에 따라 아파트 (Apartment, 임대형 건물)와 콘도(Condo, Condominium)를 구분하기도 한다.
아파트는 보통 각 세대 내부에는 세탁기·건조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지하나 특정 층에 코인 세탁기/건조기(Laundry Room)가 마련되어 있고, 입주민이 공유하고 있다.
최근 신축 아파트의 경우엔 세대 내 설치가 있기도 하지만, 캐나다 전통적인 임대 아파트는 공용 세탁실이 일반적이다.
반면, 콘도 (Condo, 개별 소유형)는 대부분 세탁기와 건조기가 유닛 안에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세탁실 형태로 붙어 있음) 콘도는 개인이 소유하는 구조라 공용 세탁실은 거의 없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집을 구할 때 “In-suite Laundry (세대 내 세탁기)” 여부가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렌트 광고에도 보통 "with in-suite laundry" 또는 "shared laundry"라고 꼭 표기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집은 아파트이며, 개인 세탁기나 건조기가 없이 공동세탁실을 사용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 집에 이사 오면서 포기해야 할 , 그리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 중 하나이다.
우리 아파트의 공용 세탁실은 건물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세탁기 3대와 건조기 2대가 있는데, 그렇게 분주하지 않다.
윗집에 루마니안 가족이 이사 오기 전 까지는 한 번도 트래픽에 걸린 적이 없이 내가 필요할 때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었다.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공용 세탁기라 위생적인 면이 항상 염려가 되긴 해도 쓸 때마다 라이솔로 깨끗이 닦고 사용하는데 어떤 때는 개털이 나오기도 해서 당황스럽기도 하다.
물론 개인이 아파트용 포터블 세탁기(Portable wahing machine)를 살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아파트회사가 금지하는 품목이다. 특히 우리 아파트는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하수 배관이 좁아 한꺼번에 물이 쏟아부을 경우 역류의 가능성이 있고, 그로 인해 아래층에 누수가 될 수 있다.
포터블 세탁기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개인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포터블 세탁기를 소유하는 세입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간이 작아 하지 말라는 것을 할 수 있는 배포가 없다.
두 번째로 내가 이 집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차장이다.
그 시절에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었다면, 최근 아파트들이 지하 주차장을 만드는 것이 당연하듯 우리 아파트도 그렇게 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우리 아파트는 100년 전에 지은 아파트라 지하에 주차장이 없다.
여름, 가을은 그런대로 집 앞 도로에 차를 세우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겨울과 봄은 눈 때문에 주차공간이 줄어들고 워낙 내리는 눈의 양이 많다 보니, 늘 눈을 걷어낼 삽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길거리에 세워둔 차가 눈에 덮여서 어느 차가 내 것인지 찾아내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기억에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30분쯤 땀을 뻘뻘 흘리며 차에 쌓인 눈을 치웠는데 내차가 아닌 다른 사람의 차를 발견하게 되는 의도치 않은 선행을 베풀게 된다.
특히나 바쁜 출근길에 그런 일이 생기면, 선행을 해 놓고도 짜증이 나게 마련이다.
그렇게 눈을 치우고 나면 이젠 도로로 나오는 게 큰 일이다.
주차해 놓은 도로변에는 제설차량들이 아주 높게 스노우뱅크(Snowbank)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이미 쌓인 눈에 스노우뱅크(Snowbank)까지 치워야 하는 아주 난이도 높은 눈 치우기가 시작된다.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집안에 주차장이 없는 사람들 즉, 도로에 주차를 해야 하는 사람들의 눈 온 아침풍경은 거이 비슷해서 서로서로 눈을 걷어내는 삽질을 도와주고, 눈바닥에서 바퀴들이 헛돌고 엔진소리가 거칠어지면, 뒤로 가서 서로 밀어서, 눈밭에서 벗어나는 것을 돕고, 차가 무사히 눈밭에서 나가게 되면, 환호성과 함께 박수도 친다.
이렇게 서로서로 돕고 사는 것이 사람 사는 맛이긴 하지만, 나이가 들고, 허리도 아프고 하니 찬 바람 불고 눈 내리는 겨울이 오면, 주차장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생긴다.
나는 우리 아파트가 너무 맘에 든다.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도 우리 집은 여름 티셔츠를 입고 지낼 정도로 너무 따뜻해서 어떤 때는 미안한 마음도 든다. 여름에도 습도만 없다면, 선풍기, 에어컨 없이도 선선해서 새벽녘에는 이불을 덮어야 할 정도로 시원하다.
지난해에는 눈폭풍이 와서 전선이 얼어붙어 도시 대부분의 지역이 전기가 끊기기도 했는데 우리 아파트만 건재했다.
편리성도 편리성이지만, 나는 오래된 이 아파트에서 옛날 품격이 느껴지는 문양과 장식들, 앤티크 한 건물이 주는 중후함이 맘에 든다.
이렇게 좋아하는 아파트에 개인세탁기와 주차장, 이 딱 두 개만 있으면 첨상금화일 텐데 말이다.
매주 세탁실까지 그 많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할 때,내 무릎이 오래오래 견뎌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