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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란 소리야?

11

by 코리디언

[Episode 11] — 나가란 소리야?


똑! 똑! 똑

문을 열어 보니 관리인인 페드로가 하얀 편지봉투를 들고 있다.

새로운 계약서에 서명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아파트회사마다 조금씩 시기가 다르기는 해도 대부분의 아파트회사는 세입자가 계약기간을 연장할지 아니면, 이사를 나갈 것인지 확인하는 재계약서가 만기일로부터 3개월 혹은 6개월 전에 공지를 한다. 세입자는 이 통지서를 받은 후 1개월 이내에 수락, 또는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야만 한다.


봉투를 열어보니 새 계약서에는 작년에 이어 월세를 또 $100을 올린다는 것이다.

일 년이면 $1200이다. 계약서를 열어본 나의 첫마디는


“뭐야 우리 보고 나가라는 거야?”


코비드 팬데믹 동안에도 이미 $100씩 4년에 걸쳐 월세를 올렸는데 이번에도 빌딩을 보수하고, 난방 시스템과 상하수도, 그리고 온수관을 고쳤다는 영수증과 정부에 승인받았다는 증명서까지 첨부하여 월세를 올리는 이유를 설명해 놓았다.


그래도 지금 우리가 사는 아파트의 월세는 다른 곳과 비교할 때 저렴한 편이다.

펜데믹 때 전체적으로 도시 아파트 월세가 너무 많이 올라서 사실 지금의 컨디션의 아파트를 찾는다면 아마도 두 배 아니 세배가 되는 월세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




퀘벡지역은 세입자를 보호하는 법과 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을 중재하는 주택 행정 재판소(Tribunal administratif du logement )와 퀘벡의 주택 위원회 및 세입자 협회 연합 [Regroupement des comités logement et associations de locataires du Québec (RCLALQ)]이라는 곳이 있다.

이 기관은 임대차 계약과 관련된 분쟁을 해결하고, 임대인과 세입자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역할을 하며, 임대료 인상, 임대차 계약 해지, 건물 관리 문제 등 다양한 주택 관련 분쟁을 처리하는 곳이다.


만약 내가 주인이 월세를 올린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면, 일단 주인에게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월세를 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서로 동의가 되지 않으면, 위에 언급한 기관에다 정식으로 중재 요청을 할 수 있지만, 절차가 오래 걸리기도 하고, 오히려 내가 아는 지인은 주인의 손을 들어주어 더 많은 월세를 내야 했던 경우도 보았다. 다른 한국분 한 분은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가 계약 연장이 안되고 강제로 이사를 해야 했다.

또 퀘벡은 주인 마음대로 월세를 마구 올릴 수 없다. 대규모 수리나 가스/오일 난방 시스템 변경이 없는 경우, 전 월세금액의 2.3%에서 2.9% 사이에서 인상할 수 있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건축된 지 5년 이하의 신축 건물이나 특정 조건의 임대 계약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임대차 계약기간은 주로 1년으로 정하는데 만약에 계약기간 중에 특별한 이유 없이 세입자가 이사를 해야 할 경우는 계약을 파기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위약금 (penalty)를 물게 된다.

위약금은 어떤 회사는 남은 기간의 월세를 다 내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2개월치 월세로 정하기도 한다. 주인이 동의한다면, 서브렛(Sublet)이나 임대차 양도(Lease Transfer)를 할 수 있다.

서브렛(Sublet)은 원래 세입자가 임대 계약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계속 유지하면서 자신의 임차권을 일시적으로 양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방학 동안에 학생들이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있는 동안 자신의 빈집을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다른 학생들이나 교환학생들에게 잠시 서브렛을 놓는 경우가 있다.

반면, 임대차 양도(Lease Transfer)는 원래 세입자가 자신의 임대 계약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새로운 세입자에게 완전히 넘기는 것이다. 양도가 완료되면 원래 세입자는 임대인과의 계약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며, 새로운 세입자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

퀘벡에서 서브렛은 반드시 임대인에게 서면으로 통지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며, 서브렛 계약서에 기간, 월세,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주인은 임대차 계약기간 동안에는 법적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는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할 수 없다. 이를테면, 가족의 일원이 갑자기 집이 필요해서라든가, 레노베이션을 이유로 이사를 나가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주인은 발생되는 이사비용이나 법적인 모든 비용을 지불할 의무를 갖게 된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인터넷에 나온 월세 아파트에 대해 찾아보았지만, 이만한 아파트를 찾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렵고, 서류 작업이나, 이사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그냥 월세를 올려주고 사는 것이 지금으로서는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우선 아파트 회사에 월세에 대한 협상 이메일을 보내볼 작정이다.

내가 제시한 금액의 월세로 해주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나에게는 다른 옵션이 없어 그냥 살기로 한다.

그만큼 나는 이 집이 맘에 들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산도 좋고, 물도 좋고, 정자도 좋은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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