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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메뉴는 이걸로

10

by 코리디언

[Episode 10] — 오늘 메뉴는 이걸로



음~~~~~~~

이건 베이컨 냄새

달걀 스크램블

크로와상도 굽나 보네

아침 출근길에 아파트 문을 열고 나가면 건물 안에 퍼지는 브랙퍼스트(Breakfast) 냄새들

나는 든든히 뜨뜻한 미역국에 밥 말아먹고 나왔다.



저녁 시간에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면

빌딩 안에는 냄새 베틀이 시작된다.

해물을 잔뜩 넣은 해물파스타 냄새

양배추를 잔뜩 썰어 넣어서 김치찌개 냄새와 비슷한 우크라이나의 보르시치(Borscht),

포르투갈식의 생선 냄새

피자 굽는 냄새,

스테이크 굽는 냄새,

헝가리 수프인 굴라쉬 냄새까지

이 아파트의 사는 사람들의 다양함만큼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의 냄새가 나의 시장기를 자극한다.


당연 이 베틀에서 승자는 한국의 청국장이다.

그 어느 음식도 청국장의 냄새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는 인도의 카레와 아프리카 음식에 넣는 향신료이다.




초창기 유학시절 가족 캠프를 갔다가 캠프장에서 된장찌개를 공용 키친에서 끓이고 있었는데 외국 사람들이 호기심 가득 차게 코를 실룩거리며 냄새의 근원이 어디인지 알고 싶어 찾아서 들어왔다.

주방에서 상기된 얼굴로 요리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외국인들은 된장찌개 냄새 때문인지 마치 그런 냄새나는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라는 표정으로 나를 외계인 쳐다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어색한 웃음을 짓고는 돌아서서 코를 막고 나갔다.


또 다른 음식 에피소드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일이었다. 마을마다 어린이 축구팀이 있었는데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동네 부모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날이다. 축구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 캐나디안 부모들은 캠핑의자(Lawn Chair)와 심심풀이로 해바라기씨를 가져온다. 우리 부부도 심심풀이로 그때 당시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이 정성스럽게 보내주신 마른오징어를 구워서 갔다.

우리가 정성스럽게 은박지에 싸가지고 간 마른오징어를 펼치자 옆에 앉아서 구경하던 캐네디언 부모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옮겼다. 마른오징어 냄새가 그들에게는 역겨운 냄새였던 거였다.

아들의 친한 친구의 아빠는 차마 우리 곁을 떠날 수 없어서 용기를 내어 우리가 먹는 이 역겨운 냄새가 무엇인지 물었다. 우린 마른오징어인데 한국 사람들은 안주로도 먹고, 심심할 때 먹고, 영화 볼 때도 먹는다고 설명을 했다. 오징어 다리 한쪽을 건네며 먹어보겠냐고 물었더니 한번 시도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곧 그의 표정은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은 후회로운 얼굴로 변했지만, 그는 아주 태연한 척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남은 오징어 다리를 주머니 속으로 넣은 것을 보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전혀 다른 음식과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이었다.




식사 시간이면 이 아파트에서는 각 나라의 음식들이 요리되고 그 음식의 냄새들이 건물을 가득 채운다. 어떤 이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달래는 음식 냄새로 행복하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낯설고, 비위가 상할 수도 있다.


나는 이 다양성이 좋다.

어떤 날은 저녁 메뉴를 정하지 못하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오면, 어느 집에서 나오는지 모르지만, 고소하고도 군침이 도는 냄새가 난다.

그럴 때면 그 음식이 오늘의 메뉴가 되곤 한다.

요즘은 K-food가 대세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우리 집이 아닌 다른 집에서 김치찌개 냄새, 된장찌개 냄새가 날 때도 있다.

음식은 단순히 음식 그 자체 이상의 정서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안에는 정서적 의미로 고향의 맛, 향, 분위기와 연결되어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던 된장찌개, 할머니 집에서 먹던 전 같은 것. 또한 문화적 의미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은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즉, "음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향수, 추억, 정체성을 담은 음식 이상의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나를 포함한 이 아파트 사람들, 지금은 집집마다 자기 고향의 음식들을 먹으며,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향수를 달래며 행복한 식사를 하길 바란다.


오늘 우리 메뉴는 버팔로 소스를 묻힌 치킨 윙(Chicken wing)과 김치찌게다.

동서양의 화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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