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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디언 May 30. 2024

The book Day in Bromont

한나절 여행

속 시끄러울 땐 휙~ 바람이라도 쐬고 와야 한다.

가끔씩은 일로 인해  켜켜이 스트레스가 쌓이고, 한계치를 넘으면 아구까지 꽉 차오른 쓰레기통마냥 더러운 감정들이 꾸역꾸역 넘쳐 나온다. 

그래서 그러기 전에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그런 내가 안쓰러운지 집돌이 남편이 바람을 쐬러 가잔다.

30년 결혼생활을 통해 느낌적인 느낌이던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생존을 직감한 것인지 남편이 나랑 함께 살면서 터득한 지혜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집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교외의 작은 마을로 드라이브를 갔다.

이 마을은  경비행기장이 있어서 아들이 비행연습을 할 때마다 와서 익숙한 곳이다.

자주 가는 맛집, 카페, 도서관, 심지어 숙박할 곳도 어디 있는지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곳이라 별 부담도 없다.  

오랜만에 브런치를 맛있게 먹었던 레스토랑을 찾아갔는데, 코로나 이후로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활기차던 식당 내부에는 로컬 사람들이 몇몇 테이블을 차지하고,  외부 테라스 쪽은 아직 테이블이 세팅이 되어있지 않았다.

그 넓은 식당에 일하는 직원도 달랑 두 명이었다.

식당입구에서 한 참을 기다려 다른 일을 하다가 돌아온 직원이 분주하게 우리를 맞이하며 메뉴판을 주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테이블이 아닌 입구에서 메뉴판을 받은 우리는 조금 당황스럽게 직원을 쳐다보니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친절하게 양해를 구했다.

코로나 이후  일할 직원이 없어서  메뉴판에 있는 메뉴를 다 주문할 수 없고, 한정적인 것만 지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여기서 식사를 하실 의향이 있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어차피 우리가 먹을 메뉴는 된다고 해서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조금 후 다른 직원이 와서 음식을 1회용 그릇에 줄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괜찮겠냐고 의견을 물으러 왔다.

이왕 앉은 김에 그러겠다고 하고 음식을 기다렸다.

먼저 커피가 나왔는데 종이컵에 달랑 나왔다. 

잠시 응?  하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후 주문한 음식이 테이크 아웃할 때 사용되는 일회용 컨테이너에 담겨서 나왔다.

남편과 나는  ‘이렇게 까지 나온다고’  하며 서로 눈을 마주쳤고, 다른 테이블을 보니  다른 손님들도 우리와 같은 일회용 그릇에 음식을 자연스레 먹고 있었다. 



레스토랑의 속 사정이야 자세히 모르겠지만, 코로나가 흩고 지나간 자리가 얼마나 사람들과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쳤는지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사람들은 점점 일하기 싫어하고, 비즈니스는 성실하게 일할 직원을 뽑지 못하고, 그러니 장사가 어렵고, 그래서 문을 닫고. 

2여 년 동안의 코로나 팬데믹이 지난 초기에는 그 영향력을 체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실 조금씩 체감하기 시작한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은 일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는 것 같다. 회사에 매일 출근하는 것이 정상이었으나, 지금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출근해 달라고 애원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회사 직급별로 주 2-3회로  꼭 출근을 해야 하고 나머지는  화상으로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회사들은 직원이 없는 텅 빈 건물을 유지해야 하며, 사람들이 비어있는 건물은 상주하지 말아야 하는 쥐 같은 동물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고 뉴스에서 들었던 것 같다. 

또한 사람들과 인간관계에 있어서 상호작용을 하는데 어색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에너지라는 게 있는데, 코로나 팬데믹 동안에 사람들은 격리를 하고 지냈다. 그래서 캐나다는 사람들의 멘털과 정신건강에 주력한다고 그 방안으로 교회를 비롯한 모든 종교 모임은 폐지했으나, 마리화나 상품을 파는 가게와 술을 파는 가게는 문을 열어주었다.

실제적으로 이 두 곳은 나라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 팬데믹 때에도 수입을 줄일 수가 없었던 것이 속사정일 수도 있다.

과연 국민의 정신 건강을 위한다는 이런 방책이 맞는 건지는 확신할 수 없다.

여하튼 격리된 생활 속에서 정신적, 정서적인 결과물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배우는 인간관계에 대해 더 서툴러진 것 같다.  

나이키 CEO가 몇 년 동안 회사의  새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이유는 디자이너들이 격리된 공간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인터뷰에서 발표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다시 디자이너들을 코로나 팬데믹 전처럼  회사에 출근시켜 서로  대면하여 일하도록 작업환경을 만들 거라고 했다. 그렇게 한 공간에서 일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다가 서로 창의적인 생각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새로운 상품이 발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Lac Bromont



머리를 식히고, 시끄러운 속을 달래러 나갔다가  재해로 인해 폐허가된 곳을 보고 온 느낌이 든다. 

그래도 봄의 볕은 따뜻하고 부드럽다. 봉긋봉긋 올라온 새순들도 보고, 찬란한 햇빛이 호수에 반짝이는 윤슬도 보고,  아직은 차갑게 느껴지는 바람에 살짝 봄기운도 느끼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자연은 늘 그 자리에 있고, 계절은 때가 되면 돌아왔고, 시간은 여전히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갔다. 모든 것이 이 자연처럼 다 제 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반나절을 자연 속에 있다오니 머리도 맑아지고, 시끄러웠던 속도 고요해지고, 내가 있는 현재 와 여기가  얼마나 감사한지 느끼게 된다.   


멕시코 예술가인 미겔 에르난데스의 '가족에 대한 찬사'라는 기념비적인 조각품 , Bormont 카톨릭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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