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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일용직을 하며 느낀 생각들 (2)

김 차장의 퇴사 그 후 삶에 대해 25편

예전에 나를 빨리 지우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주로 하는 일이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 유도와, 지상에서 수신호가 되어 버린 일상.

하루 6시간 이상 서 있는 것. 마음에 없는 환영 인사와 허리 숙임 보다 힘든 것들이

'익숙해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실제 몇 개월 이 쪽일을 하다 보니, 

일도 손에 익고 뜨내기라고는 하지만 동료?라는 개념도 생기는 것이,

직장 생활할 때와 살짝 비슷한 유대관계?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알 수 없는 느낌이

조금 느껴지는 것이, 기쁘다기보다는 '불쾌? 짜증? 섞인 그런 느낌이 들곤 합니다. 




'내가 있어야 하는 곳은 여기가 아닌데..'

'나는 이들과 다른 사람인데..'


뭐 이런 생각들. 


나는 비록 아니라고 생각할지라도 남들 눈엔 다 똑같은 일을 하는 한 무리의 사람으로

볼 것인데 어떻게 보면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직 '화이트 칼라'물이 덜 빠졌나 싶은 생각이 들 때 왜 예전의 내가 아닌 다른 일을 하는

나로 익숙해져야 하는 것인지라는 생각이 들 때 힘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 보다 더 기운 빠지는 건,


이 일 말곤, 뾰족한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더 정확히 이야기해서 이 일이 익숙해져서 다소 돈벌이가 되지 않아도 다른 고민을 더 하지 않는

저 소득 근로자로 삶에 만족해 가는 듯 한 느낌이 들 때입니다.


그래서 일을 배정받기 위해 직장 생활 때 보다 더 극진한 예우를 관리자들에게 해 주면서

살살 손도 비벼 가는 그런 모습을 볼 때, 

제 스스로가 참 밉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고사는 길이 정말 이 것 밖에 없는 건가.." 그런 생각들.


지금까지 일을 해 오면서, 


좌절과 괴로움 - 미리 준비하지 못했던 반성까지는 잘했다고 하면

이후 단계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 요즘입니다.


시간은 어느덧 11월 중순에 접어들고 올 해도 한 달 반 정도가 남은 상황에서, 

매일 출퇴근만 고정적으로 해도 기백만원씩 안정적인? 월급을 받을 때와 달리

쉬는 날이 휴일이고 일하지 않는 날은 돈을 지급받지 못하는 불안정 속에서

혼자만 안정?을 찾는 건 아닌가 하는 그런 반성들. 



나의 이런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지지부진함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

특히 아내와 아이를 보면서 '경제적 무능력자'가 된 듯 한 느낌이 번번이 들 때마다

많이 괴로웠습니다. 


몸은 더 피곤해지고 일하는 시간은 더 늘었는데, 

들어오는 수입은 훨씬 적어지는 악순환. 


말로만 듣던, '준비되지 않은 퇴사로 인한 경제적 지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소설에서 문 문구가 기억이 납니다.


진짜 힘든 지옥은, '곧 탈출할 것 같다는 아주 작은 희망'이 있는 현실이라고,,


그 희망과 막연함으로 어느덧 1년 하고도 열 달이 더 흐르는 시점에서의 느낌의 기록이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김 차장의 퇴사 그 후의 삶은 진행형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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