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가량의 길었던 한국행 휴가도 슬슬 끝자락을 향해간다.
올해 초 코로나로 인해 엉망이 되었던 설날을 보상이라도 받듯, 이번 추석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아직 며칠이 더 남아있지만, 나는 슬슬 도하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추석 전에 배달해 두었던 식료품들 및 물건들을 챙기고, 무게를 잰다.
카타르에 처음 살던 때만 하더라도 짐을 쌀 때마다 전쟁을 치렀는데, 이제는 짐 싸기에 도가 텄다.
그래서 오늘은 효율적으로 짐을 쌀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공유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물품은 컵밥이다. 나는 거의 모든 레이오버 비행에 컵밥을 들고 다닌다.
연이은 외식과 룸서비스로 느글느글한 속에 깔끔한 한식이 그리울 때. 짧은 체류시간으로 인해 빠르게 끼니를 때우고 잠을 청해야 할 때, 시차로 인해 새벽에 잠이 깼는데 갑자기 배가 너무 고파올 때 등등 다양한 상황에 유용할 뿐 아니라, 한 끼니 적당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에, 맛도 다양해서 질리지 않고 간편히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컵밥이 떨어지기 전에 한국에서 공수해 와야 한다는 것인데, 오프나 한국 비행, 또는 휴가를 이용하여 주기적으로 배달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컵밥을 통째로 쌌었는데, 부피가 정말 어마어마하더라. 게다가 나는 햇반에 소스를 부어서 바로 먹는 편이기 때문에, 통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에, 그 후로는 나는 컵밥을 주문받아서 전부 분리한 후 햇반과 소스만 따로 모아서 가져온다. 소스는 전부 한데 모아 지퍼백에 넣어서 수화물에 넣고, 햇반은 기내용 가방에 넣는다. 햇반 한 그릇의 무게는 210g 정도이므로 기내 수화물의 7kg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아도 꽤 많은 양을 가져올 수 있다.
두 번째는 떡볶이 소스이다. 나는 떡볶이를 정말 좋아하는데,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해서 약간 달달한 떡볶이를 선호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떡볶이 밀 키트를 들고 가거나, 떡까지 사서 들고 다녔는데, 입맛에 딱 맞는 떡볶이 소스를 발견한 후에는 그 소스만 사 간다. 1팩에 1-2인분 되는 양인데, 무게를 줄이기 위하여 소스만 산다. 다행히 떡볶이 떡은 도하에서도 구할 수 있으므로, 중요한 소스만 챙긴다. 무게가 남으면 떡도 사 가야지 매번 다짐하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짐을 싸면서 무게가 남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나의 짐은 항상 무게 초과이다.
세 번째 음식은 라면. 지금은 라면을 많이 먹지 않아서 봉지 라면 2팩을 사 가는 것으로 대신하지만, 라면을 많이 먹던 시절에는 라면도 은근 문젯거리였다. 부피도 클뿐더러 사실 몸에도 그다지 좋지 않아서 매번 먹으면서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대용량 라면 수프를 발견하게 되었고, 도하에서 쌀국수를 구매해서 쌀국수 면에 라면 수프를 넣고 나만의 라면을 끓여먹기 시작했다.
물론 라면의 탱글탱글한 면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맛이지만. 그래도 외국의 라면보다는 훨씬 훌륭한 맛이다. 외국에 거주하시는 라면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시도해 보시길.
어떻게 짐을 싸던가 결국 그 짐을 공항부터 도하 숙소까지 옮기는 것은 나의 몫이기 때문에 나는 짐 한 개당 내가 옮길 수 있는 적정량의 무게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또한 운반 도중 물건이 터지거나 파손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꼼꼼히 포장한다.
액체류를 포장할 때는 비닐봉지나 지퍼백을 이용하여 이중 삼중으로 포장하고, 파손 위험이 있는 물건들은 뾱뾱이로 한번 가볍게 감싼 후 가져온 옷가지들을 이용하여 다시 한번 포장한다. 뚜껑이 열릴만한 위험이 있는 물건들은 마개를 닫힘 방향으로 다시 한 번씩 돌려서 확실하게 잠겨있는지 확인한 후 혹여나 압력 차이로 내용물이 새 거나 다른 물건들로 인해 뚜껑이 열릴 것을 염려해, 테이프로 고정한다.
옷의 부피가 너무 많이 나갈 경우, 스타킹을 이용해 정리하기도 하는데, 옷을 돌돌 감아서 스타킹에 넣어주면, 옷이 펼쳐지면서 부피를 차지하는 일을 방지해 준다. 특히 패딩류나 청바지, 스웨터류를 패킹할 때 유용하다. 단점이라면, 옷이 심하게 구겨질 수 있으나, 나의 경우 도착 후 패킹했던 옷을 전부 다시 세탁하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아직 약 한 주간의 휴가가 남아있지만. 내일부터 많은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마음이 편하게 미리 싸놓은 짐들의 무게는 벌써 주어진 무게에 다다랐다. 그래도 필요했던 물건들을 알차게 다 챙겨서 마음이 뿌듯하다.
그나저나... 도하로 돌아가면 이거 다 언제 정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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