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밀 Jan 27. 2024

요가, 잠시 세상을 잊는 시간.

24-01-17


1.

오늘의 아쉬탕가 집중도 최고였다. 물론 중간중간 잡념이 일 때도 있었지만 오늘도 많은 발전이 있는 수련이었다. (비록 엉망이었을지라도) 월, 화 이틀 동안 집에서 아쉬탕가 하프 수련을 하고 오니 확실히 몸이 가볍고 카운팅을 따라가는 호흡도 안정적이었다. 혼자 고민하고 연습해 봤던 아사나들도 비교적 매끄럽게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원장님 수업만이 주는 에너지가 있다. 옆에서 같이 열심히 수련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좋다. 너무너무 즐거운 수련이었다.

요가는 잠시 세상을 잊는 시간이다.



2.

오늘 수련에서 느낀 변화

- 햄스트링 통증이 조금 좋아진 느낌이다. 배 반다가 잘 잡히면서 햄스트링에 영향이 조금 덜 가는 것 같기도 하다.

- 자누시르시아사나 A에서 드디어 이마가 다 닿고 턱을 댈 수 있게 되었다 (감격ㅠ_ㅠ)

- 중간중간 왼쪽 무릎을 써 가부좌를 틀어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무릎이 괜찮은 것 같은데 이럴 때 무리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조심스럽게 경과를 지켜봐야지.



3.

배런 뱁티스트의 <나는 왜 요가를 하는가>를 읽고 있다. 책 제목을 보고 남자친구가 “메밀(나)이는 왜 요가를 해?”하고 물었다. 망설임 없이 “좋아서”라는 대답이 나왔다.



4.

최근에 쓴 글이 죄다 요가에 관한 내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로 요즘 머릿속에 요가에 대한 생각이 팔 할을 차지한다. 한때 영어에 눈이 뒤집혀 공부했던 것처럼 푹 빠질 수 있는 무언가가 내 인생에 다시 나타난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에너지가 철철 넘칠 정도로 어렸기에, 눈에 뵈는 게 없이 무모하게 진짜 ‘영어만’했던 그때의 나와 똑같이 비교하기는 어렵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내가 여기저기 고장 난 곳 많은 삐그덕거리는 몸을 가지고 무모하게 덤비기엔 위험부담이 크다. 대신 뭉근하게 오래오래 꾸준히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에서 영어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내 삶에서 큰 영역을 차지하는 큰 나뭇가지 하나가 더 뻗어 나온 것 같다.



“나는 아주 천천히 나아간다. 40대, 50대의 내가 계속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달리지 않는 내 모습은 더 상상하기 힘들다. 달리기를 오래오래 좋아하기 위해서 오히려 미지근한 마음을 유지한다. 마음의 에너지는 유한하다. 좋아하는 마음도 고갈된다. 언젠가 성급하게 서로를 알아갔던 연인과는 더 빨리 끝났고, 꼭 무리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나면 번아웃이 왔다.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에도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나는 계속해서 달리고 싶어서 좋아하는 마음을 잘게 쪼개어 꺼내 쓴다.” _ <달리는 여자, 사람입니다> 손민지



요가를 잘하고 싶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오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마이솔 수업도 듣고 싶고 해외 요가 리트릿도 가보고 싶고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TTC과정도 수강하고 싶다. 요가인의 포스를 물씬 풍기는 소위 ‘잘하는 사람’들을 볼 때나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들을 보며 조급증이 생길 때가 있지만, 40대, 50대가 되어 매트 위에 반듯이 선 나를 상상하면 조금 나아지기도 한다. 지금으로 봐서는 요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쉽게 고갈될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 내 무릎이 고갈된다거나, 또 어떤 예상치 못했던 부위가 아플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내 몸을 살살 달래어가며 요령 있게 요가하는 삶을 살고 싶은 거다. 혹여나 지금의 예상과는 다르게 마음의 권태가 올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때 즈음이면 요가 수련이 내게 너무나,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고 삶 그 자체가 되어 잘되거나 말거나 주섬주섬 요가복 입고 매트 위에 서있을 것 같다. 어쨌거나 하고 싶은 게 많은 건 좋은 것이니, 단계에 맞게 차근차근 하나씩 이루어보자. 나마스떼��

작가의 이전글 아쉬탕가 셀프 수련 일지_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