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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Feb 21. 2024

매트 위 내 목소리 자각하기

24-01-24) 아쉬탕가 셀프 수련일지_4회 차


거의 일주일 만에 쓰는 일기. 22일 월요일 아쉬탕가 셀프 수련 후 일지를 남기고 싶었으나 어영부영 바쁘게 하루가 가버렸다. 보통 요가 후에 글이 쓰고 싶어 진다. 요즘의 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글감인 것 같다.


1.

월요일 셀프 수련 일지

유튜브 선생님 구령에 따라 50분가량 아쉬탕가 하프.


오전에 오트밀과 감자깡을 먹고 (이 조합 무엇?) 수업 후 오후 3시 즈음 매트를 펼쳤다. 토요일 과음 후 일요일 오전 수업의 여파로 오후 내내 누워있었더니 (그리고 저녁은 아구찜) 확실히 몸이 무거웠다. 게다가 날도 급격히 추워져 몸이 쉬이 녹지 않았다. 수리야 나마스까라를 하는 와중에도 ‘아이고 하기 싫다, 힘들어 죽겠네, 수리야까지만 하고 그만할까?’ 내면의 징징거림이 가득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 포기하고픈 순간의 내 목소리를 의식하게 되었다. 배런 뱁티스트의 책 <나는 왜 요가를 하는가?>에 나왔던 구절 덕분이다.



"잘 살펴보면 포기하는 순간 나오는 것은 겨우 몇 마디 말 뿐임을 알 수 있다. 그 말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 어떤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으면 그 생각이나 내면의 대화 앞에서도 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주도권은 자신에게 있다."

“나는 언어가 수련에 미치는 힘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 습관적으로 내뱉는, 주도권을 포기하는 대사들을 자각한 것은 나의 수련에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변화가 일어나려면 내 안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전부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후, 수련에 큰 발전이 찾아왔다. 언어야말로 매트 위에서의 실패와 성공을 판가름하는 핵심 요인이었다.”


내 언어에 대한 자각 후에도 수련은 잘 되지 않았다. 나를 지켜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집중력,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각 아사나의 완성도는 매우 낮다. 햄스트링에 자극이 될 만한 몇 아사나는 뛰어넘고 피니싱 자세들도 최대한 간단히 하여 어찌어찌 총 45-50분 즈음 걸렸다.


셀프 수련 4 회차다. 이번 수련도 내 생각에 졌다. 아주 쉽게 설득당했다. 그만두고 싶은 욕구에 주도권을 아주 쉽게 내주고 말았다. 4회 차까지 약간의 변화를 살펴보자면 일단 매트 펴는 것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아 졌다. 수련을 중단하고 싶어 하는 내 안의 속삭임 또한 뚜렷이 자각하게 되었다. 일단 1-2월 약 두 달간은 주 3회 요가원 수련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주 1-2회 정도 셀프 수련을 계속 이어가 보려 한다. 수련이 잘 되든 되지 않든 상관없이 혼자 있는 시간에 매트를 거리낌 없이 펴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혼자서도 수련하는 것을 루틴화하다 보면 집중도가 올라가는 날이 분명 있을 거고 프라이머리 하프 정도는 선생님의 구령 없이, 마이솔 수련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겨울을 지나 몸이 말랑말랑 해지는 계절이 오면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나는 좋아하는 건 가늘고 길게 꾸준히 잘하는 편이니까.




2.

일요일엔 사량도에 간다. 요가 매트를 들고 갈까 말까 고민 중이다. 가서 단 한 번이라도 매트를 펼쳐 집에서 하던 대로 셀프 수련을 해보는 것이 목표인데, 괜히 짐만 되지 않을까 고민고민. 창문 너머 부둣가의 바다를 보며 요가하는 나, 좀 멋질 것 같긴 하네. 호호

(+ 일정이 꼬여 사량도 여행 취소됨 흑흑)



3.

카페에서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나중에 요가 아사나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졌을 때, 각 아사나를 그림으로 남기거나 요가 하는 내 모습을 그려 나의 요가 일지와 연결 시켜 뭐든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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