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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Jun 09. 2024

요가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두 가지 변화

24-05-22 | 아쉬탕가 요가일지


1.

일희일비하는 날이 줄었다.

하루하루 다른 나를 그러려니 받아들이고 있다. 몸이 너무 굳어있거나 무거워 마음만큼 수련이 잘 안돼도 크게 속상해하지도 않으며, 반대로 몸이 잘 열리거나 반다가 평소보다 잘 잡히는 날 마음이 방방 뜨지 않도록 노력한다.


오늘은 *문데이였다. (우리 요가원은 문데이에도 수업을 하고 선생님도 개인 수련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며칠 식욕이 돋아 신나게 먹고 토실토실하게 수련을 갔는데 예상 밖으로 몸이 가볍기도 하면서 전체적으로 힘도 균형 있게 잡혔다. 햄스트링 통증도 심하지 않았고 말이다. 이런 날은 흔치 않아 기분이 약간 업될까 말까 알랑알랑 거리고 있을 때 오버하지 말라고 스스로 마음속에 딱콩 하나 날렸다.


그런 내 마음을 읽으신 건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문데이에 다치면 잘 낫지도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아사나가 평소보다 잘 돼도 무리하지 마세요.”


난 선생님 말을 잘 듣는 학생이다.



*문데이(Moon Day): 풀문(Full Moon)과 뉴문(New Moon)이 뜨는 날. 태양과 달이 지구와 일직선으로 되는 날에는 중력이 더 크게 작용하여 사람의 몸에 더 큰 영향을 작용한다고 믿음. 전통적으로 아쉬탕가 요가에서는 문데이에 수련을 쉰다.



2.

점점 더 성실해지고 있는 출석

요가 수업은 이제 나에게 너무나 당연한, 동시에 너무나 중요하고 소중한 일과이기에 정말 별일이 아니면 결석하지 않는다. 특히나 예전에 나라면 하지 않을 짓들을 오직 요가를 위해 하고 있다.

해외여행 가는 날 새벽 수업이라도 듣고 부랴부랴 비행기를 타러 간다던지, 낮술 해서 운전은 못하고 저녁에 요가는 하고 싶어 왕복 2시간에 걸쳐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온다던지, 일하다 새벽 4시가 다 되어 잠자리에 들어도 다음 날 오전 요가를 위해 벌떡 일어난다던지. 내 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루틴은 요가 수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여기서 수련 시간을 더 늘렸으면 늘렸지 줄일 생각은 전혀 없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할 수 있는,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는 이 상황에 새삼 감사하다. 너무 늦지 않게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낸 것도 행운이며, 이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는 것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주변인에게 ‘요친자 (요가에 미친자)’라 불리는 요즈음, 내 삶에 요가가 있어 무척 행복하다.



+) 나는 하나에 제대로 꽂히면 (물론 꽂히기 쉽지 않음) 고것만 판다. 좋아하는 티 숨기는 거 그런 거 절대 못하고 주변에 나 이거 진짜 좋아해! 좋아죽겠다 헤헤- 이렇게 티를 팍팍 내고 다녀야 하는 스타일이다. 요가에 열심인 요즘 20대 초반에 영어공부에 제대로 도른자, 영친자였던 시절이 오버랩되곤 한다. 내 눈알이 광기로 반짝반짝 빛났던 시간. 그 순수한 배움의 시절을 지나 내 눈도 결국 동태눈 비슷한 어느 모습이 되었는데, 오늘 저녁 요가 후 샤워하고 거울을 보는데 눈알이 뭔가 굉장히 깨끗해진 느낌이라 조금 놀랐다. 정말로 요가 덕분인가? 순수한 배움의 즐거움이 생명력을 불어다 넣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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