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06 | 요가 일지
토요일 요가 특강 (S 선생님의 어깨 사용설명서)
삐그덕 거리는 나의 왼쪽 어깨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어 신청한 특강. 특강을 신청한 학생들이 너무 많기도 하고 나의 내공이 부족한 탓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그냥 즐거운 마음으로 되는 만큼 배우고 왔다. 우르드바 매거진에서 S 선생님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는데, 현장에서도 선생님만의 편안하고 선한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소규모 강의에서 선생님의 섬세한 티칭을 받아보고 싶다.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 또 한 번 느꼈던 건, 결국 요가를 오래 잘하기 위해서는 ’나 좀 한다’하는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쉬탕가에서 끊임없이 나오지만 실제로 제대로 하는 사람이 드문, 기본 아사나인 차투랑가를 다루는 시간이 있었는데, 기본기가 무너진 경우 2-3개월은 무릎을 대고 또는 심하면 배를 바닥에 대고 하는 연습이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수련을 했다-하는 사람들은 자존심 때문인지 절대 무릎을 대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수련자의 잘난 마음과 자존심이, 꼭 필요한 훈련 과정을 간과하게 만든다는 내용인데 사실 우리 원장님께서도 자주 하시는 말씀이다.
나는 요가 수련을, 특히 아쉬탕가를 오래 해온 사람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특히 TTC, 마이솔 과정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더 그랬다. 하지만 이번 특강에서 그 관념에 조금은 금이 가는 순간에 닿았다. 그들이 요가에 쏟은 시간과 진짜 실력, 좋은 태도가 꼭 비례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뜨끔한 부분도 있다. 아직 우리 요가원에서는 유치부 정도에 속하긴 하지만 나도 누구보다 요가를 잘해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매트 너머의 사람보다 내가 조금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우쭐해지기 쉬운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내 작은 매트 안의 세상에서 나만 바라보고 나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나도 제법 수련을 하는 사람처럼 보일 때 즈음, 그 보이는 것에만 연연하다 정말로 나에게 필요한 것들에 소홀하지 않길 바란다. 뻔한 말이지만 언제나 기본은 중요하고 수련의 본질을 흐리는 것들에 늘 경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 요가원 원장님을 직업상 롤모델로 삼는 이유는, 요가를 해오신 그 햇수만큼의 거짓 없는 내공과 아쉬탕가 공인티쳐로서의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업계에서는 ‘n년차’ 타이틀을 내건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 강사 블로그 대문에도 걸려 있다.) 흐르는 시간에 가만히 버티기만 해도 보이는 숫자에 그럴듯한 무게감이 실린다. 세월의 노력이 녹아있는 무게인지, 빛 좋은 개살구인지는 결국 드러나게 되어있다. 버텨온 그 시간을 존중하되,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기. 나도 모르게 내가 가진 숫자에 속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