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 독해 이후
1월 커리큘럼은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감을 잡으러 오신 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기에 정리하고 싶어 찾아오신 분,
개성을 기르거나 기초를 기르고 싶으신 분 등 다양한 수강생들이 많았고
덕분에 저 또한 수강생 분들과 함께 대화해보며
파인 아트 일러스트 강의에 대한 기초 이론을 더 깊게, 새롭게 확립해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서툰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시며 저를 강사로 성장시키고 있는 수강생 분들에게도,
수강 이후에 새로운 시도를 해가실 구 수강생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아래는 1월, 미드소마 (https://brunch.co.kr/@c414becf0a0d4c7/2) 독해 이후,
커리큘럼 안에서 수강생 분들이 완성한 작품들입니다.
유민님 인스타그램
최근에 나는 방대하고 고차원적인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과
그에 비해 너무나 한정적인 '내가 그릴 수 있는 그림'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것에 대한 막막함과 미술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었는데
이번 클래스를 통해서 그 감정들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그 과정에서 예술작업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혼자서는 어려웠을 테지만,
함께 차근차근 또 천천히 완성해 보니 두려움보단 기대감이 생겼던 것 같다.
또한 수업 외적으로 나눈 대화들도 다음 날 아침이 되면 한 마디 한 마디 떠올랐다.
앞으로 점점 커져 갈 미술 속의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미래를 헤쳐나가면 좋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클래스는 이제 끝이 났지만 10년 후, 20년 후의 내가 지금 여기서의 생각과 감정들을 기억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파과님 인스타그램
파과님 트위터
축제 속의 여름잠
축제가 한창이던 여름 어느날, 깊은 잠에 든 존재를 두 손으로 감싸자 식물은 공기를 마시며 몸을 부풀렸다. 언뜻 이끼가 돋아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겨울꽃
영재영님 인스타그램
영재영님 트위터
삶의 끝에서 피어나는 죽음
삶의 끝, 부패한 숨을 내쉬는 육신에서 깊은 절망과 고독을 거름 삼아 피어나는 빛이 있다.
식물과 동물의 형태로 피어나는 빛은 '살'이라 불리며 살 채집가들에 의해 수집되고, 살풀이를 하여 죽음의 독이 제거된 후 약용된다.
'살'은 삼키는 이의 몸에 새로운 '살집'을 틔우고, 자신이 피어나기까지 숙주의 생명을 연장시켜 살아가게 만들기에, '살'은 생명을 살리는 명약으로 취급된다.
미드소마를 보면서 그림
카라바조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딧>
(Judith Beheading Holofernes)
이 떠올랐다.
못마땅한듯하지만 잔인한 사건에 점차 주체적으로 가담하게 되어가는 유디트의 동작과 표정은 영화 속 대니의 내면의 발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다.
악몽 같은 끔찍한 모습으로 결국 자신의 목숨을 잃게 되는 장면 또한 크리스티안의 모습과 닮아있어 영화와 작품을 섞어 그려보고 싶었다.
그리면서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나 부족하다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피드백받을 수 있었다
작업을 하면서 초안을 고민하고 끝까지 완성해나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오면서 그림에 흥미를 잃어가던 중에 빠른 속도로 그려내 가는 영화 크로키 수업을 통해서 왠지 모를 희열(?ㅋㅋ)이 느껴졌다!!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고 인상 깊은 장면을 추리고 수강생분들 마다 같은 장면을 다르게 표현해내시는 것들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수업에 들어가기 앞서 평소 좋아하는 것, 취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이들의 공통점이나 분석을 들을 수 있고
(내가 뭘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지만 이것들을 엮어서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내 작업과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될 계기가 없었던 것 같다)
+
영화에 대해 뭉뚱그려 본 장면에 자세한 해석을 들으면서 이미지 분석이 되어 작업에 도움이 되었다
영화 보고 떠드는 거 좋아하시는 분들,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하지 막막하다 하시는 분들 모두 들으세요~!!!!!!!!!!!!!
영화 스토리에 처음 집중을 했을 때 미드소마를 반 정도만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수업을 통해서 영화에 나오는 미장센들은 장면 장면마다 의미가 들어있고
그 안에 숨은 연결고리들을 찾으면서 또 다른 시야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신기했다.
200%로 미드소마를 즐기게 되었다.
마냥 끔찍한 영화가 아니라 한 여성의 탈출 혹은 해방을 그리고 있구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대니가 헬싱글랜드에 입성하면서부터
기괴하면서 낭만적인 모든 장면들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케 해서 좋았다.
대니의 손에 풀이 자라나는 환각을 느끼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그곳에 스며드는 모습을 연출하는 장면들이 끔찍하면서 한편으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메이퀸이 되면서 이 마을에 일원이 되어가는 장면과
자연과 하나가 되어가는 대니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어서 두 가지의 버전으로 그리게 되었다.
현실세계에서는 대니의 이타성을 배척하지만 식물의 세계인 호르가 마을에서는 환영받는다.
이타성을 가진 대니가 현실세계에서는 어디에도 자리잡지 못해 불안정했으나
영화의 끝, 호르가 마을을 받아들인 뒤에는 안정적이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점에서 대니가 성장했다고 느꼈고 미드소마에서 대니의 성장을 가장 인상 깊게 보았기에 핵심주제로 정하고 일러스트 구상을 시작하였다.
그동안 상업적인 그림만 그려왔기에 이번 작업에서는 이야기를 일러스트에 넣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작업하였다.
1안, 처음으로 구상한 이미지. 과거의 대니로부터의 성장한 모습을 표현하였다.(좌)
이야기를 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일러스트적인 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2안을 만들게 되었다.
2안, 미드소마에서 표현하고 싶은 색과 분위기는 만들어냈지만 (우)
성장이라는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실패하여 3안을 만들게 되었다.
1안과 2안을 섞은 느낌.
영화의 초반 호르가 마을에 들어가며 화면이 반전되는 것처럼 서로 떨어져 있는 두 세계를 담았고,
과거의 대니가 양분이 되어 성장하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색감을 더 안정시키고 주제를 강조하기 시작.
2차, 3차 피드백 이후 작업물.
주제부에 집중하며 표현력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대니의 이타심이 균사를 닮아 호르가 마을 내에서 서로 도와가며 살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좀 더 뿌리 표현을 강조하였고,
호르가 마을 입구에 있던 문양도 넣어주며, 1차 완성까지 나아갔다.
구상이 끝났기 때문에 그림의 퀄리티를 올리는데 집중하였다.
반실사체 느낌으로 작업하려 했으나 데포르메를 주는 것이 더 애정이 가고 손에 익는 방식이라 방향을 틀게 되었다.
최종 완성
이야기를 담은 일러스트를 그릴 때마다 난해해졌기에 러프 스케치 이상으로 작업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완성에 가깝게 작업하며 이야기를 담은 일러스트를 어떤 식으로 작업해야 하는지 깨달았고, 새롭게 알아간 것들이 많았던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