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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혈액병원을 읽어드립니다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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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미리내 Apr 21. 2024

림프종, 넌 대체 누구냐?

림프종 어원편

나는 여태까지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림프종 질환을 가진 사람을 지인으로 만난 적이 없다. 간호학을 공부하며 혈액 관련 성인 질환을 배우기 전까지 “림프종”이라는 병명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혈액 병원에서 일하기 전까지 림프종은 그냥 교과서 안에만 존재하는 낯선 질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23년 5월 발표된 국가암통계* 결과에 따르면 2020년 호지킨, 비호치킨 림프종 조발생률*은 각각 0.6, 11.0로, 인구 10만 명 중 호지킨 림프종은 반올림하여 고작 한 명, 비호치킨 림프종은 11명 정도이니 좁다란 인간관계를 가진 내가 림프종 환자를 지인으로 만날 가능성은 희박할 수밖에... 그런 내가 이제는 림프종 환우들을 전담으로 돌보는 병동에서 일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수치가 정확한지 의심될 만큼 많은 림프종 환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럼 이 림프종은 도대체 어떤 질환일까? 림프종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일단 림프종이라는 단어를 하나하나 뜯어보기로 하자. 림프종은 "림프+종"의 합성어이다. 림프, 구체적으로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담당하는 림프구(lymphocyte)를 지칭하며 B림프구, T림프구, 자연살해세포가 있다. 그 다음으로 '종(腫)' 이것은 '종기나 종궤'등을 일컫는 말로 쉬운 말로 '덩어리'라고 해두자. 림프종을 영어로 하면 lymphoma(림포마)라고 하는데 이 단어 뒤에 붙는 -oma는 종양을 형성하는 고형암 뒤에 붙는 접미사이다. 결국 한국어를 보든 영어를 보든 '비정상 림프구로 인한 악성 종궤, 덩어리, 종양'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쯤 되면 림프종은 무슨 덩어리가 생기는 암인데 왜 굳이 '혈액암'의 한 종류라고 부르는지 의아할 것이다. 아주 좋은 지적이다. 림프종은 종궤가 있어서 고형암의 특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 덩어리가 생긴 원인이 바로 혈액 내에 있기 때문에 고형암이 아닌 혈액암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그래서 림프종은 혈액암의 특성과 고형암의 특성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림프종은 겨드랑이, 사타구니, 종격동 등의 림프절은 물론 폐, 뼈, 피부, 장, 중추 신경계 등 다양한 부위에 나타나는 전신적인 질환인 것이다.

엊그제 새로 입원온 최영희님은 귀여운 손자, 손녀가 여럿 있는 젊은 '할머니' 환자다. 따뜻한 미소를 지닌 최영희님은 처음 입원 와서 림프종 진단을 위한 다양한 검사를 휘몰아치듯 하게 되었다. CT, PET-CT, 골수검사, 해당 부위 조직 검사들을 마치고 한 숨 돌릴 때쯤 나에게 넌지시 질문하셨다.

“그래서 림프종인지 뭔지가 도대체 무슨 병이에요?"

'아차' 하는 순간이었다. 요즘에는 어르신들도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간단한 검색은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림프종이 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아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의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았다.

"최영희님, 목 여기가 볼록 튀어나오고 부어있잖아요. 거기가 림프절이라는 곳인데, 그 림프절에 암이 생긴 게 바로 림프종이에요."

"그럼 이거 그냥 수술로 확 떼버리면 안 되나?"

"그게 거기만 떼낸다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이게 볼록해진 것은 최영희님 림프구들이 자꾸 잘못 만들어지고 있어서 그래요. 불량 림프구들이 돌아다니다가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목만 부어있을 수 있지만 가만히 놔두면 다른 데도 볼록 더 올라올 수 있고 눈에 잘 안 보이는 곳에도 암 덩어리들이 쌓일 수 있어요."

"아이고, 그럼 어쩌나요?"

"그래서 우리 내일부터 항암 치료를 할 거예요. 림프종이 항암 치료를 하면 반응이 좋거든요. 볼록한 것도 항암 하면 많이 가라앉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내 설명을 잘 이해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항암 치료 효과가 좋을 것이란 말에 어느 정도 안심하는 것 같았다. 안정된 마음으로 치료 잘 받고 완치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날이 곧 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