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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내 May 06. 2024

혈액내과 N년차 간호사가 알려주는 골수검사의 모든 것

골수검사는 많이 아픈가요?

 우리 환자들이 “내가 혈액내과 환자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이 언제일지 생각해 보았다. 다른 사람에게 들어본 적 없는 특별한 검사, 일반적이지 않은 검사를 할 때가 아닐까? 그렇다면 혈액 내과의 특별한 검사는 무엇일까? 누군가 나에게 그것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골수검사(Bone marrow biopsy)”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른 과에서도 다양한 *생검(biopsy)을 진행한다. 하지만 맨 정신으로 ‘뼈를 뚫는’ 두려움을 감내해야 하는 검사는 골수검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김원준님은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으로 얼마 전 T-cell 림프종 의심으로 우리 병동에 입원 온 신환이다. 아직 진단 초기라 외모상으로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젊고 건강한 남성과 다를 바 없는 겉보기에 건장한 청년이었다. 신환답게 입원과 동시에 다양한 검사들이 예정되어 있어서 검사들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했다. 물론 그 검사들 중에 골수검사도 있었다.

 “혹시 제가 설명해 드린 것 중에 궁금한 것 있으실까요?”

 “저.... 선생님... 혹시.... ”

망설이는 눈초리로 말꼬리를 흐린다.

 “네, 어떤 점이 궁금하세요? ”

 “그 골수검사 많이 아픈가요?”

 건장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질문이라 스스로 생각하여 망설였나 보다. 그래 어쩌면 환자들이 궁금한 것은 검사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아픈가 안 아픈가’ 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골수는 뼈의 가장 안쪽층에 위치하며 혈액(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호중구 등)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모든 뼈에 존재하지만 혈액을 만들어내는 작용(조혈 작용)이 활발한 골수는 척추뼈, 엉덩이뼈, 복장뼈, 갈비뼈 등이다. 성인 골수 검사의 주된 부위는 바로 엉덩이뼈. 그래서 검사는 침대에 엎드린 상태에서 진행한다.

 골수검사는 다양한 혈액질환에서 병의 진단, 암의 병기 판명을 위해 시행하는 검사이며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골수종처럼 유명한(?) 혈액종양 질환부터 유명하지 않은 다양한 혈액질환까지 이 검사는 혈액내과 질환의 필수코스이다. 혈액내과 질환이라면 당연히 혈액이 문제이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골수’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골수검사는 대부분 한 번 시행 시 엉덩이 뼈 한쪽만 진행하지만 림프종의 경우 오른쪽, 왼쪽 엉덩이뼈에서 총 두 번을 시행한다. 림프종은 골수 침범 여부가 예후에서 중요한데 한쪽만 진행해서는 부정확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골수검사를 위해서 검사 바로 전 화장실에 다녀와야 한다. 검사 후 2~4시간을 누워있어야 하기에 중간에 소, 대변이 마렵다면 매우 불편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검사 도중 화장실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더 큰일이다. 실제로 예전에 골수 검사 도중 변의가 느껴져 검사를 잠시 중단하고 기저귀에 대변을 보신 분도 계셨다.)

 본격적인 검사 전 통증에 대한 대비를 위해 마약성 진통제(일반 진통제보다 효과 좋음)가 투여되고 환자는 엎드려서 검사 준비를 하게 된다. 엉덩이가 보일랑 말랑한 경계까지 바지를 내리기 때문에 커튼을 치거나 문을 닫아서 사생활 보호를 해달라고 요청해도 좋다.

 검사 전 시술 의사는 검사할 부위를 선정하고 국소마취제 투여한다. 잠시 후 마취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이 확인되면 골수검사 바늘이 들어갈 수 있게 약간 피부를 절제하고 절개한 틈 사이로 커다란 바늘을 사정없이 넣는다. 우물쭈물 넣는다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뿐더러 환자의 고통은 더 크기 때문에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이듯 바늘을 힘차게 돌리며 골수 내층을 향해 정확히 바늘을 삽입한다.

 바늘이 골수에 도달했다면 이제 골수와 뼈조직을 채취해야 한다. 엉덩이뼈에서 관찰되는 골수는 혈액 형태로 피를 뽑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바늘 입구에 주사기를 꽂아 뽑아낸다. 뼈조직은 바늘 안에 뼈 채취용 바늘을 넣어 채취하게 된다. 채취가 끝나면 골수 검사용 바늘은 신속하게 제거되고 거즈로 지혈을 어느 정도 한 후 검사 부위 드레싱을 붙이면 검사가 끝나게 된다. 검사가 끝난 뒤에는 지혈을 위해 모래주머니를 허리에 대고 천장을 바라보며 똑바로 2~4 시간을 누워 있게 된다.

골수검사용 큰 바늘



 내가 골수검사를 받아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환자들의 반응을 수차례 관찰한 경험을 토대로 예상 통증 시점들을 설명해 보겠다. 가장 먼저 통증이 있으리라 예상되는 때는 국소마취제 투여 시점이다. 치과 치료를 받을 때 시술 부위 주변에 마취 주사 맞을 때 주사기에 찔리는 느낌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 이후 바늘 삽입 부위 절개는 부위도 적고 국소마취제가 들어갔기 때문에 대부분 피부 절개 시에는 아파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옆에서 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울 것 같은 순간은 커다란 골수 검사용 바늘이 엉덩이뼈로 들어갈 때다. 덩치 큰 의사들은 정말 힘차게 바늘을 삽입한다. 뼈막은 통증에 예민한 부위라서 바늘이 뼈 막을 통과할 때는 찌릿한 통증이 올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워낙 찰나의 순간이기에 통증 호소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 이후 느껴지는 통증은 바늘 삽입을 위해 의사가 힘을 줘서 누르는 느낌으로 참지 못할 통증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고들 한다.

 오히려 환자들은 남들이 볼 때 아플 것 같지 않은, 골수를 주사기로 뽑아내는 과정에서 힘들고 괴로워한다. 뭔가 허리에서 빠져나가는 느낌, 날카로운 통증은 아니지만 뻐근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일상적인 표현으로 열심히 일했다는 표현을 “뼈 빠지게 일한다.”라고 하는데 아마 골수 채취의 순간은 “뼈 빠지게 일한” 느낌일 것이라 여겨진다.

 뼈조직 자체는 통증에 대해서는 둔하기 때문에 뼈조직 채취에서 큰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본 적은 없다. 다만 뭔가 사각거리는 소리에 공포를 느끼는 경우는 있었다.

 그렇게 검사를 마치고 나면 “모래주머니 허리에 대고 두 시간 누워있기”가 시작되는데 이때가 실제로 환자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시간이다. 2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불편한 자세로 2시간 동안 누워있다면 누구나 아프고 힘들 것이다. 검사 후 허리가 아프다는 분들이 많은데 이것은 골수검사 때문이라기보다는 허리에 대어 놓은 모래주머니 탓인 경우가 많다. 검사 후 모래주머니를 제거하면 급성 통증은 대부분 사라진다.


 이렇게 골수 검사의 통증을 주제로 김원준님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드리고 나니 김원준님의 불안한 마음은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후기들은 다들 아프다는 이야기만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내 설명을 들으니 안심이 된다고 했다. 내가 하루 쉬었던 날 실제로 김원준님은 골수검사를 진행했고 다음 날 만난 김원준님은 밝게 웃으면서 “생각보다 안 아파서 다행이었어요.”라고 말해주었다.  

 통증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굉장히 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관찰한 많은 사례들을 통해 골수검사의 통증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보다는 심하지 않다. 물론 내가 본 환자들 중에 골수 검사 중 병동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거나 눈물을 펑펑 쏟은 분들도 계시지만 그런 분들보다는 큰 고통 호소 없이 검사를 마치시는 분들이 훨씬 많으니 혹시 골수 검사 전 이 글을 보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통증에 대한 걱정은 조금 내려놓았으면 한다.  


* 생검(boipsy) : 환자의 병이 있는 부위의 조직을 약간 잘라내어 관찰하는 일 (간호학 대사전, 1996)

* Special thanks to Dr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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