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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내 May 13. 2024

PET-CT와 혈당의 상관관계

  지난 화에서 다루었던 골수검사는 혈액내과(혈액암)의 특징적인 검사였다. 그렇다면 오늘은 진료과에 상관없이 암 진단이나 암이 얼마나 몸에 퍼져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두루두루 쓰이는 검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이다.


  PET-CT는 방사선동위원소를 몸 안에 주입하고 그것이 몸 안에서 어떻게 대사 과정을 거치는지를 확인하는 검사이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에 비해 포도당 대사가 활발하기 때문에 PET-CT를 촬영하여 포도당 대사가 유난히 활발한 곳들이 확인되면 그것으로 암세포의 전신 분포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실제로 PET-CT 결과를 보면 암이 있는 곳은 까만색으로 보여서 비전문가도 쉽게 암이 전신에 얼마만큼 퍼져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 검사는 복잡한 준비가 필요한 검사는 아니지만 당뇨환자들은 검사 전 적절한 혈당을 유지해야 촬영할 수 있다. 검사 전 혈당이 높다면 비정상적으로 온몸에 당이 퍼져있는 상태에서 촬영하게 되므로 정작 우리가 필요한 암세포의 당 대사를 중점적으로 관찰할 수 없다. 반면 혈당이 과도하게 낮다면 그것 자체가 응급 상황이라 검사를 위한 금식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검사가 불가능하게 된다.

illustrated by @mumu_pattern


  검사 안내문을 보면 6시간 이상 금식이 필요하다고 쓰여있다. 이는 음식을 통한 당 흡수로 인해 검사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날 무리한 운동을 삼가라는 설명이 있는데 과격하고 무리한 운동은 근육의 당 대사를 촉진시켜 이것이 암인지, 단순한 근육의 당 대사인지 구분할 수 없을 수 있기에 운동 제한이 필요하다.


 김동현님은 4차 항암 전 그간 사용했던 항암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병기평가를 받기 위해 입원하였다. 림프종 진단 전부터 당뇨병 진단을 받았고 항암을 시작하고는 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지만 항암 치료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입원 당일에는 조영제를 사용한 CT를 진행했고 다음 날 아침 PET-CT 촬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정규로 혈당을 측정하는 새벽 6시 혈당이 300mg/dL가 훌쩍 넘었다. 전날 CT촬영 때문에 당뇨약을 끊어서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이런 혈당 수치라면 오늘 PET-CT는 촬영이 어려울 것 같았다. PET-CT검사 전 물 섭취는 가능해서 일단 물을 좀 마시고 걸어서 혈당을 떨어뜨리려 보기로 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고 검사 시간이 다가와서 다시 혈당을 쟀지만 혈당은 여전히 200 후반대로 PET-CT를 찍기에는 높았다.


 항암 치료를 위해서는 오늘 검사가 꼭 필요했기에 담당의는 생리식염수 1L를 투약하라는 지시를 주었다. 수액으로 몸속의 당을 희석시켜 보겠다는 의도였다. 김동현님은 검사를 오늘 꼭 진행하겠다는 열망에 불타올라 열심히 병동 복도를 걸어 다녔다. 물을 더 먹으라는 담당의의 지시에 500ml 생수를 수시로 마시며 병동을 걷고 또 걸었다. 2-3시간 동안 거의 2L 가까운 수액과 물이 김동현님 몸으로 들어갔다. 걷고, 마시고, 화장실 가는 것만 해도 혈당 소모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혈당은 200mg/dL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당뇨약은 내일도 복용할 수 없기 때문에 검사를 미룬다고 해서 내일 혈당이 잘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김동현님은 오늘 검사를 꼭 하고 싶어 했다. 나도 묘한 오기가 생겨서 어떻게든 혈당을 떨어뜨려 검사가 가능라게 하고 싶었다. 그때부터 더 걷고, 더 마시며 30분 단위로 혈당을 측정했다.


 우리의 열망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혈당은 180대로 떨어져서 검사실에 혈당수치를 전달하니 일단 환자를 검사실로 보내달라고 했다. 핵의학과 교수가 환자 상태를 직접 보고 검사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뭔가 해낸 것 같은 기쁨에 김동현님은 신이 나서 검사실에 내려가셨고 결국 무사히 검사를 진행했고 병기 평가의 결과가 좋게 나와서 치료를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었다. 수분 흡수가 너무 많아서 혹시나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수분이 들어간 만큼 소변으로 잘 배출되어 몸무게 증가가 심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검사를 한 덕분일까?  김동현님의 남은 항암 치료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완치 판정을 받아 이제 더 이상 병동에 오지 않으신다. 가끔 PET-CT 검사를 준비하다 보면 김동현님과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이제는 김동현님이 혈당 관리도 잘하시고 암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삶을 사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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