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종 CT
림프종의 진단과 치료 효과 확인을 위한 검사로 지난 화에서 골수검사, PET-CT를 다루었다. 골수검사는 주로 첫 진단에서 진행하지만 PET-CT와 오늘 소개할 3종 CT는 첫 진단은 물론 항암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병기평가” 목적으로 촬영한다.
CT는 암 진단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다양한 목적으로 두루 행해지는 검사이다. 림프종 진단을 위해서는 CT를 목, 가슴, 복부 이렇게 세 가지 부위를 찍게 되는데 그래서 “3종 CT”라 부른다. PET-CT가 전신에 암이 퍼져있는 정도를 한눈에 확인하기 위함이었다면 3종 CT는 특정 부위를 정밀하게 관찰하여 암의 진행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검사이다.
CT 촬영 시 해당 부위의 병변이 CT 촬영을 통해 잘 구분될 수 있게 조영제라는 일종의 염색약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림프종 진단 검사로는 진단의 명확성을 높이기 위해 기본적으로 조영제 사용 CT를 찍는다.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 CT(non enhance CT)라면 특별한 준비 없이 CT촬영용 기계에 잠시 들어갔다가 나오면 되지만 조영제를 사용하는 CT(enhance CT)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일단 조영제를 우리 몸속으로 주입시키기 위해 정맥 혈관 경로(IV line)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조영제를 사용하면 발열감, 가려움, 울렁거림(오심), 구토 등의 경미한 부작용이나 혈압 저하, 호흡 곤란, 경련 등의 다소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혹시 모를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대비로 CT 촬영 전 6시간 정도 금식을 유지한다.
조영제를 사용하는 CT 예정이라면 신장수치가 괜찮은지 검사 전 미리 확인을 해야 한다. CT 촬영 시 흔히 사용하는 요오드 성분 조영제는 신장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CT 검사 전 신장 관련 수치(BUN/Cr)를 확인하여 이 수치가 적정 범위 이상이라면 다음의 조치를 취한다.
1) 조영제를 쓰지 않는 CT(non enhance CT)로 변경한다.
신장 손상 가능성을 가장 간단하게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다. CT 촬영 영상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신장 수치에 대한 고려, 금식, 정맥 혈관 경로 확보 등의 준비 없이 검사할 수 있다.
2) CT 검사 전,후로 신장 보호를 위해 수액과 약물을 투여한다.
신장 보호를 위해서 생리식염수를 검사 전후로 충분히 투여하면 조영제를 체내에서 빠르게 배설할 수 있다. 또한 가래 없애주는 감기약으로 알려진 아세틸시스테인 성분의 뮤테란,스파탐 등을 경구약이나 혈관용 약물로 투약한다. 이 약물은 혈관 확장 효과가 있어 투여 시 신장 혈류가 증가하여 조영제의 빠른 배출을 돕고 항산화 작용으로 인해 활성산소가 신장 혈관 공격을 막아주어 결과적으로 신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박미경님은 3차 항암을 마치고 병기 평가를 위해 입원 왔다. 워낙에 평소에도 근심, 걱정이 많은 분이라 이번엔 또 어떤 근심, 걱정거리를 가지고 왔을지 항상 기대(?)되는 분이었다. 입원 당일 조영제를 사용하는 3종 CT가 예정되어 있어서 금식해야 할 것을 안내했고 혈액검사를 했다. 검사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박미경님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헐레벌떡 간호사실로 나왔다.
“간호사님, CT 때문에 금식하라고 했는데... 나 모르고 지금 간식을 먹어버렸어요.”
담당 간호사도 잠시 당황했지만 간식을 먹었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검사 시간이 조금 미뤄지거나 오늘 아니면 내일 찍는 방법도 있다. 오늘 안 찍는다고 당장 상태가 악화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스케줄을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한 뒤 환자를 병실로 돌려보냈다.
마침 박미경님의 신장 수치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조영제를 사용한 CT를 찍기에는 다소 높은 상황이라 조영제 미사용 CT를 찍기로 담당의의 확인을 받고 담당 간호사가 박미경님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환자 반응이 다소 걱정이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박미경님은 어느덧 스테이션으로 나와서 또 걱정을 하나 둘 꺼내기 시작했다.
“아니, 선생님. 내가 간식을 먹어버려서 이게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에요? 어떡하면 좋아요. 치료 결과가 안 좋아지는 것 아니에요?”
CT 촬영 시 조영제 사용 여부는 항암 치료 결과와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간식을 먹었다고 해서 항암 치료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님을 담당 간호사가 자세히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미경님의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은 듯 보였다.
신장수치는 신장 독성 약물 사용 여부나 전신 상태에 따라 매번 달라질 수 있다. CT 촬영을 앞두고 있다면 꼭 한번 수치를 확인하고 찍기를 당부한다. 또한 박미경님처럼 큰 상관관계가 없는 일들을 엮어 새로운 걱정을 만들어내지 않았으면 한다.
커버 이미지 by @mumu_patte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