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나이트 근무가 끝났다. 이번 나이트 근무는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더 힘들었다. 병동의 최대 수용 병상수만큼 환자가 가득 차 있었고 상태가 안 좋은 환자들이 유난히 내가 담당하는 6인실에 많이 있었다.
오늘 나의 담당환자 홍철호님도 6인실의 유난히 안 좋은 환자 중 한 명이었다. 홍철호님은 림프종 재발로 인한 통증과 호흡곤란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재발이라는 슬픔과 돈독한 관계였던 가족들과 만나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에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했다
림프종은 일반적으로 다른 암에 비해 통증호소가 심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림프종이 발생한 곳의 위치에 따라 간혹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홍철호님이 바로 그랬다. 통증 조절을 위한 수액, 마약성 진통제 패치를 붙이고도 중간 중간 주사 진통제를 추가로 투약해야 하는 상태였다. 그래도 주사를 맞고 나면 조금 통증이 나아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오늘은 진통제 맞은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아 또 통증이 시작되었다며 콜벨을 눌렀다.
기력이 저하되어서인지 말이 평소보다 무척 어눌해져서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 몇 번을 되물어 아까 진통제를 맞고도 또 아프다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진통제 맞으신지 얼마 되지 않아 확인이 좀 필요해요. 조금 기다려 주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
”네.“
그에 짧고 건조한 대답 안에 처치가 지연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래도 이제 진통제를 맞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묻어 있는 것 같았다.
다행히 투악할 약에 대해 당직의가 금방 확인해 주어 진통제를 금방 투여할 수 있었다. 투약하고 30분 정도 후에 다시 병실에 가보니 잠들어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왔다.
4-5am이 되면 나이트 간호사들의 아침을 준비하는 조용하지만 부산한 움직임이 시작된다. 혈압을 재고, 식사량을 확인하고, 혈액검사를 하고 그 시간에 해야 할 투약을 하느라 분주하다. 그날은 더욱 바쁜 일이 많아 기계적으로 일만 열심히 했다.
홍철호님에게도 의례 해야 하는 질문과 일상적인 처치만 하고 서둘러 카트를 돌려 다음 환자에게 갔다. 나의 마음은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며 안색은 어떤지, 아픈 데는 없는지 한번 더 확인하고 안부를 묻고 싶었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바쁘게 일을 마치고 퇴근을 했는데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던 홍철호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내일모레 출근하면 꼭 홍철호님한테 가봐야지.‘ 마음먹었다.
이틀 간의 휴무가 지나고 출근했는데 동료들이 홍철호님이 혈압이 떨어져서 중환자실에 갔노라 전해주었다.
나는 아직 홍철호님에게 할 말이 남아있는데 이렇게 중환자실에 가다니 아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홍철호님은 중환자실에서 돌아올 수 있을까? 나도 그의 가족들이 바라는 것처럼 무작정 간절히 기다려보련다. 미뤄놓은 돌봄을 행할 수 있기를…
커버 이미지 : 전산 작업에 몰두 중인 간호사..
앞으로 환자 옆에 더 많이 있어주는 간호사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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