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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우 Oct 17. 2022

가을 타기도 타이밍

여름과 겨울을 오가는 가을..

10월의 한중간에 있는 결혼기념일을 보내고 나니 이제 정말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음이 실감이 난다. 멀쩡히 있는 11월과 12월이 섭섭하다 하긋나? 하지만 나는 알지 시간이 다 똑같이 흐르는 것 같아도 11월, 12월의 시간은 조금 더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을..



12월에는 엄마 생신도 있고 내 생일도 있고 친구들 생일도 있다. 모든 생일을 열심히 챙기지는 못하지만 언제 누구의 생일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챙기든 못 챙기든 하나씩 흘려보내다 보면 어느새 연말이 코 앞에 불쑥 나타난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다른 이유 하나는 계절이 겨울이고 해가 짧기 때문이 아닐까? 이것은 꽤 합리적인 의심이다. 추우니까 다른 계절처럼 밖에서 활동하는 데 제약이 있고 또 오후 5시만 넘어가도 어둑어둑해지니 조금 움직이다보면 저녁이고 밤인가 하며 시간이 훌쩍 지난 기분이 든다.



한 해의 끝을 겨울이 아니라 다른 계절과 보내면 적어도 기분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해 보았다. 연말도 겨울이고 연초도 겨울이니 아 추워 아 추워 하다가 좀 따뜻하네 하면 어느새 3월이 또 쑥 다가와 있다. 쓰고 보니 투덜이 스머프도 아닌 것이 사실 나는 어떤 계절이든 해가 길든 짧든 그냥 시간 가는 게 아쉬워서 투덜대고 있는 것 같다. 맞네.



집에서 베란다를 통해 밖을 내다보면 아직 나무가 초록빛이 많은데 거리를 걸어보면 바닥에 낙엽이 뒹굴고 있고 은행나무 아래는 지뢰밭이 된 지 오래다. 오늘같이 바람이 소리내며 불고 나면 또 바닥에 우수수 나뭇잎이 떨어져 있을 게다.



이것은 가을을 타는 자의 소회인가요? 요즘 날씨 같아서는 가을을 타려면 기민하게 날씨를 체크하고 있다가 얼른 타야 된다. 가을 분위기 좀 내며 바람 좀 맞으려면 핫팩 준비해야 하고 가을 거리를 좀 걸으려고 하면 더워서 소매를 걷어올려야 하니 말이다. 월요일은 뭐든 하기에 피곤한 날이므로 오늘 나는 가을을 타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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