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를 보고나서4
아내가 꿈을 꿨다고 하면서, 아내의 꿈이 적나라하게 묘사됐다.
현실적이면서 자세한 묘사들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했지만...
그만큼 얼마나 아내의 심리상태가 불안했는지 힘들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내의 어릴적이 보여졌다. 어릴적부터 도마에 칼질을 하는걸 보면 무서웠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녀가 요리를 잘한다는 것은 그 무서운것을 계속 견뎌내고 했다는 것일 것이며,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무서우면 다정하게 굴곤했다고 했다.
얼마나 답답하면 '손잡이가 없는 문 뒤에 갇힌 것 같다'는 표현을 했을까.
영혜가 채식주의자라고 했을때, 부모나 형제 가족 그 누구도
'왜?'라고 진지하게 묻고 이해하려는 태도는 없다.
그저 호통치고 남편한테 미안해하고... 면목없어하고...
한다는 말이 '너는 그렇다 치고 한창 나이에 정서방은 어쩌란 말이냐?' 라니!
자신의 딸이 우선이어야한다. 대체 정서방은 어쩌기는요? 알아서 하라하지 !
가부장적인 장인은 오년간 들어본적 없는 사과조의 말을 했다고 했다. 배려따위의 말 따위는 어울리지 않는, 월남전에 참전해 무공훈장까지 받은 것을 가장 큰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
그게 아버지의 캐릭터다. 그렇다면... 정말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셀 것이라고 여겨졌다.
열여덟살까지 종아리를 아버지에 맞으면서 영혜가 자랐다니, 그런 아버지가 아버지라니..
세상에, 아내인 영혜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대로 좀 이상한 여자와 산다해도 나쁠것 없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 진짜 이 남자 주인공 너무 불쾌하다. 너무 화가난다.
저러면서 파출부 같은 존재로서 생각하고 금욕은 견디기 어려우니 아내를 덮치면서 바지를 벗기면서 흥분을 느꼈다고, 세번에 한번은 성공했다는 적나라한 성적 표현들. 진짜 이기적이고, 못배웠고 못된 남자 아닌가.
아내가 마치 자신이 끌려온 종군위안부라도 되는듯 멍한 얼굴로 어둠 속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말은 강제로 당했다는 것이잖나. 불쾌를 넘어서 화가 나서 책을 덮어버렸다.
영혜가 너무 안쓰러웠다. 애처로웠다.
한 여자가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이 책을 통해 내가 보고있는 것이었다.
부부사이라고 해서 성관계가 의무일까?
서로가 좋아서, 동의하에 하는 것이지 저렇게 강제로 해야하는 부분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강행하고 또 당하고만 있는 영혜가 안쓰러운걸 넘어서서 화가 난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알겠지, 작가가 왜 이렇게까지 썼는지.
책을 읽는데, 염오감이라는 단어는 생소했다. 느낌은 알겠지만, 정확히 무슨뜻인지 몰라 찾아봤다.
*염오감: 싫어하고 미워하는 느낌' 또는 **'몹시 싫증이 나고 미운 느낌
아내는 덥다고 계속 맨몸으로 옷도 벗고 가슴 젖꼭지가 보이는 대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감자를 쪄먹으려고 서른개도 넘는 감자들을 수북하게 쌓고... 그러면서도 허기가 계속 진다고 말한다.
사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나의 생각엔 이런 아내, 영혜의 행동들이 파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만큼 영혜가 행동으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녀가 채식주의자가 된 것은, 노브라가 된 것은 그녀가 보내는 '거부'의 언어, 신호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