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평범하다는 뜻 아래
감춰진 무례함

<채식주의자>를 보고 나서 3

by 구름

아내에게 “제기랄, 그렇게 꾸물댈 거야?”라고 쏘아붙이는 남편의 말투.
그 한마디에, 아내가 허둥대며 도마에 손을 베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 순간 나는 이 남자가 아내를 너무 몰아세우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물론 남편의 입장도 이해했다. 중요한 자리에 함께 가는 만큼, 아내가 ‘제 역할’을 하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화장기 없는 얼굴, 트렌치코트에 운동화, 노브라로 인해 드러난 실루엣까지—

그 모든 것을 ‘수치’로 여기는 태도는 결국 사회의 시선과 남편의 체면이 결합된 폭력이었을지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나 또한, 남편이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아내가 제 역할을 수행하길 바랐던 것은 이해했었다. 유두까지 보였다고 하니까... 그래서 전무 부인과 사장 부인이 아내를 흘긋 쳐다보며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고 했다.)


당연히 다 같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고기를 먹지 않고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다 이유를 물어보게 되는데,

왜 채식주의자가 됐는지에 대해 물으면, 아내는 또 '꿈을 꿨다'라고 말을 할 것이고,

사태를 막아야겠단 생각에 남편은 그녀가 '위장병'을 앓고 있어서 병원 의사의 추천이었다고 거짓말하며 둘러댔다.


그럼에도 그들은 말했다.

“평범한 게 제일 좋지.”
“고기를 먹는 건 인간의 본능이야.”
“채식주의자 옆에 있으면 괜히 내가 야만인 된 기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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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편은 결국 아내를 이해시키지 못하자 장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장모의 첫마디는 뜻밖이었다.
“자네한테 면목이 없네.”
딸의 변화보다, 사위의 체면을 먼저 걱정하는 말. 그 한 문장이 오히려 더 의아했다.

정말로 의아하게 느껴졌다. 평범한 엄마의, 장모의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기분 불쾌하게 만든 건 그다음이었다. 그다음이 나를 소름 끼치게 느껴졌다.

남편이 처형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작가는 이렇게 묘사한다.
“콧소리를 섞어내는 처형과의 통화는 언제나 나에게 약간의 성적인 긴장감을 주었다.”
아내보다 눈이 크고 ‘여자다운’ 처형에게 느끼는 은근한 흥분.
나는 이 장면에서 숨이 막혔다. 남자의 본능이라 치기엔, 그 불결함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나는 보수적인 사람이다.
바람을 ‘마음의 바람’과 ‘몸의 바람’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둘 다 결국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니까.

생각해 보면, 그는 애초에 아내를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드러난 한 인간의 이기심을 마주하니, 불쾌했다.
하지만 불쾌함 덕분에 오히려 이 소설이 더 진실하게 느껴졌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