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라떼

라떼는 말이야

by 윤슬

"엄마, 산타할부지가 올해도 그 공부하는 펜을 선물로 주시면 어쩌지?"


"뭐라고? 엽아.

너 그 할부지한테 선물 맡겨 놔써?

할아버지께서 선물 주시는 게 당연한 거야?

누군가 선물을 주면, 선물의 크기를 보는 게 아니라 널 생각해주는 마음을 보는 거야.

그리고 뭘 주든 당연한 게 아니니 그 마음에 감사해야 하는 거야."



이 엄마 왜 이러는 걸까요?

아니.. 아이는 그저 순수한 동심에 생각 나는 대로 말할 뿐인데....

이 엄마....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저... 꼰대 할머니의 할무니 같은 엄마는 누구일까요?


네... 접니다. 푸하하하하







저는 어느 시골 골짜기 오지? 에서 일남 삼녀 중 셋째로 태어났더랍니다. 그런 저는 옷이며 신발, 학용품 등등은 물려 물려 물려받아(돌리고 돌리고오~) 입고 신고 쓰는 것이 당연한 아이였지요.


아이 넷에 노부모까지 함께 모시며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집에서 셋째 딸 생일은 특별한 날이라 기억되기보다 잊히는 게 어쩌면 당연한? 그런 날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도 가족 수가 아무리 많아도 제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하기 위해 연락이 오는 일은 극히 드물지요.





"크리스마스? 거 왜 남의 생일에 다들 이크 떠들썩하게 서로 선물을 주고받고 난리래? 아무튼 무슨 날을 만들어서 돈 쓰는 것도 다 재주야. 그거 다 상업이야. 그런데 속으면 안 돼!"





네, 이렇게 현대판 조선시대 남자인 우리 아부지눈 어릴 때부터 동심보단 현실적인 눈을 키워 주려 하셨지요.

눼눼 암요 암요.

내 생일날 선물은 커녕 미역국도 못 얻어먹는데 넘의 생일에 뭘 기대하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 말입니꽈 그래?




그란데..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매년 크리스마스라고 산타엄빠가 눈치껏 알아차린 선물도 챙겨주매 동심을 지켜 주고...

오늘처럼 어? 부러 케이크도 사서 둘러앉아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음음음음 음음 음음음~"

해가매 어? 쥐뿔 가사도 정확히 모르는 캐럴도 흥얼거려 가매 초에 붙은 불도 후~ 불곤 하지요.



"엄마 나 케이크 다 못 먹겠어. 그만 먹을래."

"그래 다 못 먹으면 억지로 먹지 말고 둬. 맛만 좋구만... 엄마가 먹을게!"



매년 산타가 주셨다고 생각하는 이 선물도 아마 하루 이틀 신나게 데리고 놀다 보면 곧 저기 저 장난감 박스에 처박힌 다른 장난감 친구들처럼 외면받을 게 뻔하고,

제가 어릴 땐 맛보기 힘들었던 이 귀한? 케이크마저 몇 입 안 먹으면 맛이 떨어질 게 뻔합니다..


나름 평소에 최대한 장난감도 덜 사주고, 케이크도 특별한 날만 사줬음에도 아이들에겐 벌써 선물도 케이크도 흔하디 흔한, 언제나 맘만 먹으면 받을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그런 것이 되었나 봅니다.








아이들과 케이크를 먹다가 문득 즤 어릴 때가 떠올랐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미리 일주일 전쯤부터 그 추운 날 굳이 버스를 타고 30분 거리의 시내까지 나갑니다. 그리곤 제일 큰 팬시점을 찾아가 친구들 수만큼 예쁜 카드를 고르고 작은 선물도 하나씩 골랐습니다. 음 용돈이 적으면 카드로 땡일 때가 더 많았지요.


그중 멜로디가 나오거나 입체 카드는 더 예뻤고 비쌌기에 특별히 아끼는 친구에게만 줬던 기억이 있지요. 집으로와 삐뚤빼뚤 못난 글씨를 색색이 펜으로 직접 쓰고, 선물도 손수 포장까지 해 놓고 오매불망 크리스마스만을 기다렸더랬지요. 그러고 나면 친구에게 전해 줄 당일 전까지 괜스레 꺼내보고 또 열어 보며, 받는 이 보다 미리 더 행복을 누리곤 했던 때였습니다.



또 하나의 추억이라면,

비록 종교도 없고 하나님이 뉘신지도 모르지만

언덕 위 작은 교회에 모여 뜻 모를 가사의 찬송가와 캐럴을 듣고 부르며 즐거웠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때, 교회에는 이렇게 맘씨 좋은 천사들만 모여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착하게 한 해를 보냈어도 산타와 부모님께 절대 받지 못했던 선물을 매년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말해 뭐합니꽈. 푸하하하하하하

제겐 그런 따순 크리스마스 라떼가 있었더랬지요.



이런 기억을 떠올리다 보니... 왜인지.

모든 게 넘치고 넘쳐 보이는 우리 아이들 보다

차라리 뭔가 엉성하고 모자랐던 즤 어릴 적 크리스마스가 더 행복했던 것만 같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왜일까요.







제가 아는 분은 어제, 오늘 더 바빠서 야근을 하셨다고 합니다. 매년 당연히 그랬다면서요.

이렇듯 분명, 우리들의 특별한 날 뒤엔 당일에 더 수고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특별하지 않은 날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리고 식탁에 둘러앉아 웃으며 케이크를 불고, 한 조각씩 나눠 먹는 이 따스함이 우리 가족에겐 어떤 평범함 일지 몰라도 또 어느 한 편에서는 꿈도 꾸지 못 할 따스함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편리함과 평범한 하루의 뒤엔 꼭 누군가가 수고해주고 있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그렇게 맞물려 살아가는 게 인생이며,

우리가 누리는 것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란 것 정도는 헤아릴 눈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

이런 날 마저 저는 입에 모터를 단 꼰대가 되고 맙니다.


엄마의 크리스마스 라떼는 말이야~ 하며....

아이들이 알아들을 리 없지만

제가 먹었던 라떼의 맛도 설명해 줍니다.




저는 늘,

풍족하다 못해 넘치는 것들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우린 모두 풍족하고 편한 삶을 원하고

그 목표를 위해 쉼 없이 달리지만

돌아보면 더 진한 행복감은

조금 불편하고, 부족하고, 어설프고 그런 때 어떠한 간절한 바람에서 올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풍족함 안에서(부자라는뜻 아님) 부족함을 교육하기란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늘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 진한 행복감을 알고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서요.





오늘은 자신만의 크리스마스 라떼를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모두들 행복한 성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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