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리다
티미
물 먹은 솜 발을 끌어
농경로를 한참 따라 걸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좁은 개울 물을 만나 몇 개의 돌다리를 넘었다.
드디어 산자락 아래 볕이 잘 드는 곳에 다다랐다.
걸음을 멈춘 그곳엔
이제나 저제나, 오매불망 기다렸을지 모를 당신이 있다.
그날,
불길을 통해 함께 보낸 분신들은
한 줌 잿빛의 먼지가 되고
희뿌옇게 떨어진 긴 꼬리의 혼은
산 아래로 향했다.
도망하다 잡히고, 도망하다 잡히던 당신.
무슨 미련이 그리도 많은지
자꾸만 마을로 잇다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태어남과 돌아감이 누구의 계획인지 알 길이 없다.
다만, 때가 되면 오고 가며
자연의 톱니바퀴로 돌아가 한 이가 된다는 걸 어렴풋 알고 있다.
결국 당신도 오기 전의 그 이가 되어
지금도 어디선가 맞물려 돌고, 또 돌고 있을 것이다.
곱고 곱던 당신,
지금은 어느 시간으로 옮겨가고 있을까.
다시 우연히 맞물려, 두 이가 만날 그날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