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카 Jan 06. 2024

겨울 햇살의 맛

평화로운 주말 정오가 조금 기운 모래 놀이터 주변 풍경




겨울 햇살의 맛  /  미카




평화로운 주말 정오가 조금 기운 모래 놀이터

머리 위로, 얼굴 곁으로, 온몸으로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쬡니다.


한동안 검게 심술을 부리던 큰 구름이

오늘은 웬일인지 솜사탕을 찢어 놓은 듯

보드라운 살결을 자랑해

깊고 푸른 하늘을 마음껏 열어 보입니다.


인자한 겨울 햇살은 그 틈을

손길이 닿지 않아득히 깊고 먼 곳곳까지

세심 손길을 내립니다.




놀이터 옆, 병을 치유 중인 꽃




빛의 실조로 온 식물과 꽃들 병,

잔뜩 껴입은 사람들의 두꺼운 외투와 무표정까지

자비로운 지문의 어루만짐으로 한결 가벼워집니다.


하루의 빛이 나쁜지 좋은지 알 리 없는

암막커튼 족 몸속엔

여느 때와같이 치명적 곰팡이가 번집니다.

한 번 뿌리를 내리면 어떤 퇴치제로도 박멸이 쉽지 않습니다.

곰팡이 포자들은 빛이 차단된 검은 세상을 확장하

실은 지구정복을 꿈꾸고 삽니다.


비밀을 잘 아는 자는 

언제 숨을지 모를,

몇 시간 후면 산봉우리 끝과 만남에 사라질 따사로움을

햄스터가 된 듯 몸속 가득 저장해 니다.


볼이 볼록해진

살갗 갈라 열고 갈비뼈를 한껏 열어젖혀

암막커튼을 환히 걷습니다.


가슴속 눅눅히  곰팡이가 증발되는 내음은

마음을 이리저리 간지럽힙니.

눈을 감고  들이킨 깊은 들숨을 느낍니다.

코로 들어와 숨의 통로 끝까지 닿는 쨍한 햇살을 과식해 니다.


겨울에 불러온 이른 봄 햇살 같은 이 맛은

청량달짝지사랑의 맛이 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