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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공비행 Sep 27. 2023

공처럼 구른 날의 일기.

아직 나는 축구를 사랑한다.


September


여름과 가을의 사이에서, 17일을 힘껏 불같이 태운 후,

17시간을 다시 거치며.




많은 해외축구 팬들이 직접 보았을 테지만,


한국을 기준으로, 16일에서 17일로 넘어가는 새벽에는

많은 명경기들이 펼쳐지며 유럽의 밤을 수놓았다.


바르셀로나,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휴대폰 스크린으로라도 그들이 땀과 열정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축구의 팬으로서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다 보니 어느덧 아침 시간이 7시 30분.


아무리 잠을 자보려 하여도 도저히 꿈나라로 향하는 입국 심사는 통과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카카오톡 참석 투표에는 이미 선명한 불참이 표시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팀원들의 대화를 엿보는 도중에

저 멀리 구석에서 조금씩 피어오르는 축구에 대한 의지.


그렇게 아침 10시에 공을 차러 나갔다.


조금은 엉성히 보일지라도, 더 나은 실력을 갖고 싶다는 열망 아래에 펼쳐지는 원투 패스의 향연. 즐거운 미니게임. 어쨌든, 모두가 땀을 흘렸고 즐거움을 느꼈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어느 때와 같이 참석자들은 간단한 식사의 시간을 가졌고, 먼저 자리에 일어난 나의 경우에는 서둘러 버스에 몸을 싣고, 6호선 월드컵 경기장 역으로 향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푸드 트럭을 이용하거나 편의점에서 음료 및 간식거리를 사기도 하였고, 양손 가득 피자 판을 들고 계신 분들도 보였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북측 홈 팀 응원석에서는 수많은 깃발들이 휘날렸고, 이미 선제골을 먹힌 터라 심판과 상대 선수들에 대한 비판 챈트가 울려 퍼졌다.


오른쪽 대각선 뒤에서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영어로 욕설을 내뱉었다. 바로 오른쪽에는, 혼자 배낭을 멘 채 좌석에 앉아있는 외국인 관중이 있었는데 바로 뒤에서 흘러나오는 욕설들을 들으면서 피식 웃음을 보이기도 하였다.


앞칸에서는, 한 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유소년 축구 클럽 어린이들이 보였는데, 그 어떤 잡담도 나누지 않은 채 온전히 경기 내용에 몰입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기성용 선수가 코너 플래그 앞에 자리하였을 때 기립하여 응원을 펼치는 서울의 팬들을 눈에 담았다. 끊임없이 손짓을 하며 소리를 치고 있는, 요새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는 중인 광주 감독의 '핫'한 모습 또한 시야에 들어왔다.


어느새 손에 쥔 500ml 코카콜라 페트병은 텅 비어버렸고, 경기 종료 휘슬은 순식간에 불렸다. 그렇게, 버스에 몸을 실은 채 다시 축구 가방을 어깨에 꽉 메었다.


줄을 지어 산을 오르내리는 분들을 지나친 채, 둥그런 트랙이 감싸는 작은 축구 구장. 몸을 풀고 있는 양 팀의 긴장된 표정과 나를 환영해 주는 이들을 마주하며, 축구화 끈을 다시 조여 매었다.


어떻게 보면 무수면. 축구를 보고, 차고, 다시 보고 또 차는.


그 상황에서 경기를 치렀고, 상대와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였으며, "야! 안쫄아도 돼. 얘네 별거 없어"라는 말이 무의식에서 현실로 튀어나오는 과정 속에 옷은 쉬지 않고 땀에 젖어들었다.


경기가 끝나고, 팀원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다시 버스에 몸을 싣고 하나의 생각을 떠올렸다.


'아, 오늘은 AS 로마의 경기날이구나.'


가을의 시작인 9월의 반환점을 그렇게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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