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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Mar 25. 2024

'얼룩소' 에어북 콘텐츠 공모 첫 선정작으로 뽑혔습니다

타 플랫폼 이야기지만 브런치 덕분입니다

얼룩소 에어북 콘텐츠 공모 첫 번째 선정작으로 뽑혔습니다.


https://alook.so/posts/lat17XJ


브런치 이용자들에게는 어쩌면 조금 생소한 플랫폼일 수도 있겠습니다. 얼룩소라는 플랫폼은 2021년 문을 연 글쓰기 플랫폼으로, 'a look at society'라는 슬로건을 줄여 '얼룩소'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투자한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보시면 됩니다. 얼룩소는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인 정혜승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인데요. 지금 정혜승 대표는 물러난 상황으로 알고 있어요. (정혜승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대 뉴미디어비서관으로 현재 국민청원 설계에 기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치 기자로 이름을 날렸던 천관율 전 시사인 기자, 권오현 코드포코리아 활동가가 초창기 설립 멤버였고 세계일보와 한국일보 등 일간지에서 일하는 기자들을 초창기 멤버로 데려갔었지요. 현재는 N번방 활동가로 이름을 날린 원은지 씨, '쇳밥일지' 저자 천연우 씨가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마 천관율 에디터가 기존의 매체에서 '편집국장'으로 불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얼룩소는 초창기에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글 한편에 수백만 원씩을 주는 등 '글값'을 제대로 주는 플랫폼으로 인지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금도 포인트 제도를 운용하고 있긴 하지만 초창기 정도는 아니고, 꽤 히트한 글은 몇만 원 정도 고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평범한 글은 몇천 원 정도의 포인트를 받는 수준입니다. 페이스북에 긴 글을 썼던 평론가나 기자, 다양한 직업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얼룩소에 글을 올렸던 이유 


휴직을 하고 브런치에 에세이를 올리면서, 시의성이 있는 글들은 얼룩소에도 같이 업데이트를 했었습니다. 브런치가 일상 에세이를 선호하는 플랫폼이라면 얼룩소는 이슈가 붙을 수 있는 현안을 건드리는 글을 선호합니다. 


어느 날 얼룩소에 올린 글이 SNS에 퍼졌는지 하나의 글이 몇만 원의 포인트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브런치에 올리는 글 가운데 시의성이 없더라도 얼룩소에도 같이 업데이트를 해왔습니다.


사실 브런치에서는 '응원하기'로 독자들로부터 고료를 받을 수 있지만 조회수나 공유하기로 퍼져나간 글로 인한 고료, 즉 플랫폼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지급하는 돈은 전무하지요. 이 부분은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특성을 지키기 위해 브런치를 만들어가는 분들이 결정한 사항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조회수나 공유하기를 수치로 책정해 돈을 준다면 네이버 블로그와 차별되는 지점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다음 메인에 걸려 조회수가 수만 회가 나오는데도 돈 한 푼 안 나올 때는 허망한 생각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응원하기' 기능은 모두가 받을 수 있도록 하되, 조회수로 나오는 돈은 브런치가 선정한 '크리에이터'만 받을 수 있는 식으로 포맷을 바꾼다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 대신 크리에이터 배지를 조금 더 깐깐하게 부여하고 그 조건은 객관적으로 선정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이러한 이유로 브런치에 썼던 '맥주가게의 우롱차를 좋아하세요?'라는 시리즈를 얼룩소에 죽 업데이트 해왔었습니다. 얼마 전 얼룩소에서 콘텐츠 공모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동안 써왔던 해당 시리즈를 공모에 넣었었죠.


얼룩소의 공모전은 브런치 공모전처럼 실물의 책을 내주는 공모는 아니고, '에어북'이라는 전자책을 출판해 주는 공모전입니다. 저의 경우는 브런치 공모전에 작년에도 참가했었고, 매년 참가할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름 구상했던 시리즈물이 있어서 얼룩소 공모에 참가했습니다.


얼마 전 끝난 '맥주가게의 우롱차를 좋아하세요?' 시리즈는 북리뷰라는 한계 때문에 스스로 조금 위축이 되기도 했으나, 나름 하나의 책을 꼼꼼하게, 저의 이야기도 함께 담아 리뷰했기 때문에 조금 더 다듬어진 형태의 그 무엇으로 묶인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룩소의 '에어북' 공모전을 보고, 지금까지 나온 '에어북'을 살펴보니 표지가 꽤 세련된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책을 볼 때 책 표지를 무척이나 중요시 생각하고 사람을 볼 때도 옷센스를 정말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TMI) 나같이 디자인 무지렁이에게, 누군가 지금까지 쓴 글을 '예쁘게' 묶어준다는 공모에 솔깃했습니다. 에어북은 책값이 1000~3000원 정도로 책정되기 때문에 인세에 대한 기대는 적었습니다. 그저 내가 쓴 글에 누군가가 좀 이쁜 표지를 만들어주고, 유통도 해준다는 말에 솔깃한 거였습니다요.


그런데 뽑혔습니다. 굉장히 기쁘네요. 공모전은 4월 22일까지 진행되는 방식이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지금까지 써오셨던 글을 공모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s://alook.so/posts/BatqdnZ?utm_source=user-share_mJtkQ4


https://alook.so/posts/J5ty0qr




얼룩소에서 선정 소감 및 참여 후기를 써달라고 하기에 쓰는 김에 공모전 홍보도 해봤습니다.



이제 선정 소감을 쓰는 김에 '맥주가게의 우롱차를 좋아하세요?'라는 브런치북을 쓰게 된 이야기도 해볼까 합니다.


맥주가게의 우롱차를 좋아하세요? 시리즈를 구상한 이유


이 시리즈를 구상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작년에 아기가 태어나고 대대적으로 집안 정비를 해야 했는데요. 아기를 낳고 공간을 정비할 때 가장 먼저 쫓겨나는 것은 어쩌면 슬프게도 '종이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저는 결혼을 하고 5년 차에 아기가 나와서, 신혼 때 한번 책정리를 했지만 종이책이 많이 쌓여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종이책을 거의 처분하면서 정말 아끼는 책들만 남겨두었습니다. 그때 남은 책 중 하나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에세이였지요.


그런데 고르고 고른 책들을 또! 처분해야 했습니다. 아기를 키우면서 어른의 책을 위한 공간을 남겨놓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등 50여 권 책도 어딘가에 팔아넘겨야 할 상황에 처했는데, 이걸 그냥 팔 수가 없더군요. 그럼 북리뷰를 쓰고 팔자! 며 남은 책들을 모두 리뷰를 써서 온라인 공간에 박제를 하고 팔아넘기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북리뷰를 위한 블로그를 시작하고, 한 책 한 책 씩 북리뷰를 쓰면서 팔 책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직업으로서 소설가'를 북리뷰로 쓰자니, 도저히 하나의 포스팅으로는 안 되겠더군요. 북리뷰를 쓰시는 분들 가운데 이런 경험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책을 포스팅 하나로 정리하라고? 절대 불가능해!!'


그래서 이렇게 필사와도 같은 북리뷰 시리즈가 나왔습니다. 결국 북리뷰 쓰면서 너무 좋아서 전자책으로 다시 사버렸고... 이 책은 아직도 처분을 못해서 현물과 전자책 모두 가진 유일한 책이 되어버렸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oolongtea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말하기 


두 번째 이유는 자주 쓴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이제는 '하루키를 좋아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오만한 이야기지만, 지금까지는 '난 하루키를 좋아해' 혹은 '난 하루키의 이 책을 정말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이 꺼려졌습니다. 


우선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소설을 모두 읽거나 분석하는 등 학술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소설을 대부분 다 읽긴 했지만 그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진 않아서 학술적으로 토론(누가 너랑 토론한댔냐;;)을 할 수준도 안 됐고, 그의 에세이 몇 편만 편애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 많아서 나 역시 누군가가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하면 '아, 그렇군요. 저도 하루키 좋아합니다' 정도로 답하지 '우왓, 그래요?'라면서 흥미를 보일만한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하루키를 좋아한다'라고 말했을 때 막 문학광이라거나 뭔가 대단히 좋은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작가고 누구나 한 번쯤은 하루키를 읽었을 테니까요. 어렸을 때는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문학가나 시인을 이야기하려고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명을 외우는 날도 있었습니다. (외워야 될 정도로 나 역시 잘 모르는 인물이었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하루키를 좋아한다는 건 무언가, 탈정치적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어쨋든 직업이 기자인지라 무언가 좀 더 어렵고 남들이 모르는 작가를 좋아한다고 해야되는 건 아니지, 더 정의로운(?) 이미지의 작가를 좋아한다고 해야 책 좀 읽은 척 할 수 있는 거 아닌지 그런 복잡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재에서도 짚었듯이 하루키가 그렇게 탈정치적이기만 한 작가는 아니긴 합니다. 




육아휴직을 하고 '일을 안 하고, 글을 안 쓰면서도 하루가 이렇게 금방 가는구나'를 알게 됐고, 그러자 '그럼 이제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은 뭐지?'라는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일도 안 해도 난 너무나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고, 글을 안 써도 꽤 행복한 나날이었으니까요. 


지금까지 좋아했던 걸 안 좋아해도 잘 사는 상황이 온 겁니다. 그래서 오히려 아주 작은 것부터라도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걸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움텄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첫 번째 서술한 상황과 만나, '난 하루키를 진짜 좋아해'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겁니다.


사실 내가 하루키를 좋아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남들에게는 전혀 중요하지도 않고 '그게 그렇게 어려운 말이야? 그냥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하면 되지, 네 까짓 게 뭔데 자의식이 대단하네'라고 재수 없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그렇게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지금도 남편이 자길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당연하지'라는 답보다 '참나, 그런 걸 왜 물어?'라고 말하는 이상한 사람입니다.


어쨌든 저는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조금 성장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남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답이 아니라, 멋지지 않더라도 진짜 내 생각을 말하는 사람이 되니까 삶이 조금 더 단순하고 행복해졌다는 기분이 듭니다. 내가 원하는 걸 빠르게 인정하니 목표도 빠르게 달성할 수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수용해 주시고 예쁘게 에어북으로도 만들어주시겠다는 얼룩소에도 감사합니다. 이런 글을 쓸 공간을 준 브런치에도 당연히 고맙고요.


앞으로도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내 삶에 동력을 주는 소소한 것들을 이야기해도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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