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사람은 한 번이지만 듣는 사람은..
아기도 외출을 해야 할 일이 있다. 한 겨울에도 아기를 데리고 나가는 이유다.
아기도 선호가 있다. 아기는 유모차(유아차)가 갑갑한지 태우기만 하면 울어대서 한 손으로는 아기를,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일쑤다. 그러다 보면 아기도 위험하고 엄마도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요새는 그냥 애초에 아기띠를 둘러메고 나간다.
아기가 집에만 있는 것을 답답해하고, 유모차 타는 것을 답답해하기에 한 겨울에도 아기띠를 메고 나갈 수밖에 없다. 물론 패딩 우주복 등 단단히 여미고 나간다.
그리고 많은 유아서들 역시 한 겨울에라도 아기가 답답해하면 외출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아기의 발달에 좋다고 말한다.
아기들은 심심해서 울어요
생우 4~6개월이 된 아기들이 배도 고프지 않고 기저귀도 젖지 않았는데 우는 가장 큰 이유는 심심하기 때문이다. (...) 아기의 뇌는 같은 자극이 의미 없이 지속되는 경우 반응하지 않는다. 아기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새로운 환경을 접하게 해야 한다.
춥더라도 아기를 꽁꽁 싸매서 밖으로 데리고 나가면 아기는 쉽게 울음을 그친다.
('김수연의 아기 발달 백과 112p')
그리고 한겨울에라도 그나마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오후 1~3시 사이에 산책을 나간다. 물론 산책 시간도 30분~길어야 1시간 정도다.
그러나 이 시간 동안 아기를 메고 나가면 하루에 적게는 1번, 많게는 5번 정도까지 '아이고 아기 춥겠다'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어느 날은 아기를 메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반대편에서 건너는 할머니들이 '아기 춥겠다!'며 반대편 길을 건너는 날 따라오기까지 했다.
어제는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아기 볼이 빨갛잖아! 손도 차갑겠고!' 하면서 다짜고짜 화를 냈다.
너무나 많이 맞닥뜨리는 상황이라 나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다.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는 10걸음가량 나를 따라오면서 '아기 볼이 빨갛다니깐? 앞으로 메니 안 보이지'라면서 훈계를 해댔다.
나는 그냥 '아, 네 집 가까워요'라고 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만약 내가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그 아주머니와 한바탕 했을 것 같다. 그러나 난 이제 나이 먹고 피곤해서 그럴만한 에너지가 없기에 그냥 도망간다.
겨울에 아기와 외출을 하면 춥겠다는 말을 거의 매일 듣는다. 아니 겨울이니깐 당연히 춥겠지. 그럼 춥다고 아예 안 나오고 집에만 있어야 할까.
아기 춥겠다는 들으면 엄마의 입에선 반가운 스몰 토크 대신 썩소밖에 나올 수가 없다.
춥겠다는 말 대신 들었던 말 중 좋았던 말은 이런 말들이 있었다.
아니면 그냥 심플하게 마법의 문장,
"몇 개월이에요?"
정도도 괜찮다.
아기도 외출해야 할 일이 있다. 그리고 겨울이니까 좀 추울 수도 있다. 좀 추워서 볼이 빨개져도 큰 일 안 난다. 오히려 집에만 있는 아기가 더 불쌍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