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브런치 계정의 조회수 탑 찍은 글 정리
브런치를 시작한 것은 2022년 1월이다. 당시 회사에서 내가 쓴 기사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사라는 것이 아무리 기자의 발제와 기획에서 시작되는 것이더라도 어쨌든 '바깥에서 일어난 일'을 두고, '바깥의 목소리'를 캐내 써야 한다. 그뿐 아니고 회사에서 선호하는 '방향'이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고 데스크가 선호하는 방향과 제목도 있다. 그날은 그 '바깥 것'들이 너무나 버겁게 느껴진 날이었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을 쓰기 전 '아이템 발제'를 검수받지 않아도 되고, 내 생각이 맞는지 누군가에게 전화해 물어보지 않아도 되고, 쓰고 난 후 방향을 고치거나 추가로 뭘 더 알아보지 않아도 되며, 제목도 내 마음대로 지을 수 있고, 심지어 발행 후 수정도 내 마음대로 가능한 브런치에 빠졌다.
사실 브런치에 브런치에 관한 글을 쓰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남들이 자신의 브런치 성장에 대해 쓴 글이나 조회수 결산을 한 글들을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어서 내 것도 정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목은 연말결산이지만 2년 동안의 글들을 결산해 봤다.
2년 동안 브런치에 발행한 글은 총 114개이다.
사실 남들이 내세우는 것처럼 '매일 썼더니 이렇게 성장했어요!' 할 만큼의 결과를 낸 건 없다. 거의 매일 써댄 것 같지만 막상 살펴보니 2년 동안 114개, 그다지 성실하게 쓰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도 맞다. 그럼에도 브런치를 운영하면서 마치 기자 시험을 처음 준비했을 때 내 글쓰기 실력의 위치를 깨닫고 충격을 받은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세상에 고수는 많고, 내 글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조금 더 성실하게 연재를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114개 중 Daum 메인에 올라간 글은 27개였다.
기대만큼 성장하진 못했지만 꾸준히 계속 쓸 수 있었던 것은 역시 Daum 메인에 올라간 글들 덕분이다. 역시 나는 관종인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가 기자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동력도 어쩌면 내 글이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리고, 페이스북 등에 공유되며 널리 알려질 때, 혹은 업계에서 내 기사가 회자되는 것 같은 피드백을 받는 등 도파민이 솟구칠 때의 쾌감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브런치 글쓰기에서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 한 명 한 명의 피드백과 함께 Daum 메인에 올라가며 조회수가 치솟을 때의 쾌감은 정말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것 같다. 이 도파민에 중독돼 돈도 안 되는 글들을 계속 써내는 것 같다.
가장 조회수가 많이 나온 글의 조회수는 79,668회이다.
올해 6월에 쓴 글로, 역시 돈에 관련된 글이 가장 많은 어그로(?)를 끌었다. 나 역시 돈에 크게 관심이 있거나 내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인물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결혼을 좀 빨리한 편이다 보니 내 집 마련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러면서 운이 좋아 청약에 당첨돼 내 집 마련을 빨리 한 케이스인데, 그러다 보니 돈에 대한 관점도 완전히 달라졌다. 집이 있으니 마음이 안정되고, 직업이나 일을 보는 나의 관점도 달라졌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반감도 많이 사라졌다. 그러면서 돈 이야기를 하는 것에 반감이 사라졌고 투자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다. 언젠가는 이 이야기도 써볼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는 돈 이야기를 할 정도로 부자;;는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살포시 접어두겠다.
여하튼 나의 돈에 대한 관점을 가볍게 쓴 이야기였고 그 관점을 가지는데 도움이 된 유튜버인 '밀라논나'를 살짝 언급했는데 Daum메인은 물론이고 Google 퀵서치에 들어가면서 조회수가 많이 나왔던 글이다. 브런치 글은 악플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고 생각했었는데, 브런치 글도 악플이 많이 달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글이기도 하다. ㅎㅎ
https://brunch.co.kr/@after6min/70
두 번째로 조회수가 많이 나온 글의 주제는 '황혼 육아'였다.
두 번째 조회수 탑 게시물은 우리 엄마가 황혼 육아를 거절한 이야기다. 조회수는 49,107회이다. 이 글 역시 Daum 메인과 Google 퀵서치에 올라갔었다. 사실 이 글도 조금의 악플(?)이 달렸었다. 왜 황혼육아를 당연하게 생각하느냐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 글은 황혼육아를 해주지 않는 엄마에 대한 서운함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엄마가 황혼육아를 하지 않겠다는 표현 방법에 대한 서운함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 글을 발행하고 조회수가 많이 나온 후 두 가지를 깨달았었다.
첫째는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글은 악플도 많이 달린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람들은 글을 제대로, 끝까지 안 읽고 악플을 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악플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실 나는 기사를 10년 정도 쓰면서 악플에 나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기사에 달리는 악플과 에세이에 달리는 악플의 치명도는 조금 다르다는 것도 느꼈다.
https://brunch.co.kr/@after6min/130
조회수 세 3번째~7번째 순위는 모두 요리에 관한 글이다.
조회수 순위 3번째 글: 토스트로 세우는 자존감: 조회수: 36722
조회수 순위 4번째 글: 준비하는 마음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조회수 22683
조회수 순위 5번째 글: 닿을 수 있는 한 접시: 조회수 19281
조회수 순위 6번째 글: 후딱 차려도 뿌듯합니다: 조회수 18601
조회수 순위 7번째 글: 너 SNS에 올리려고 요리하지?: 조회수 14741
이 중에 가장 좋아하는 글은 '준비하는 마음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는 글이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두 번째로 올렸던 글인데, Daum 메인에 가서 2만 이상의 조회수를 올려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친구들과 이야기해 보니 브런치가 처음 글을 쓴 작가들에게는 선물처럼 이렇게 메인행을 선사한다고 해서 조금 시무룩했던 기억도 다시 난다. ㅎㅎ 그래도 난 이 글을 참 좋아한다.
https://brunch.co.kr/@after6min/2
요리 글들은 모아서 브런치 북으로 만들었다. 이번 브런치 공모전에도 공모하긴 하긴 했었지만, 내가 생각해도 신변잡기적인 글이기도 하고, 내 요리가 엄청 삐까번쩍하거나 혹은 SNS 팔로워가 많은 사람도 아니고, 게다가 채식이나 다이어트 등 무언가 기획 안에서 쓴 요리 글도 아니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긴 했다. 그래도 요리에 대한 글은 꽤 자주 Daum 메인에 올라가 재미있게 쓰고 있긴 하다.
자기PR을 조금 해보자면 이 브런치북은 그냥저냥한 요리에세이일 수도 있지만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게으르고 집안일을 싫어했던 사람이, 어떻게 매일 집밥을 해먹을지 궁리하게됐는지까지 나름의 성장서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ㅎㅎ 대표적인 글을 하나 광고해보겠다.
https://brunch.co.kr/@after6min/118
조회수 8번째 글은 산후조리원에 관한 글이다.
이 글은 산후조리원에 갔다가 조기 퇴소를 하는 2명의 산모를 보고 쓴 글이다. 나는 당연히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편견(?)이 깨져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나는 둘째를 낳아도 산후조리원에 갈 것 같긴 하다. ㅎㅎ 이 글은 브런치에서도 그렇고 블로그에서도 꽤 인기 있는 글이긴 하다.
https://brunch.co.kr/@after6min/57
가장 인기가 없는 글의 조회수는 38회이고, 소재는 책이며, 예전에 쓴 글을 재탕한 글이었다.
사실 난 이 글을 꽤 좋아하긴 하는데.. 역시 시간이 지난 글은 인기가 없고, 성의를 들이지 않은 글은 역시 외면받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난 한 번은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 쿨럭
https://brunch.co.kr/@after6min/159
내년에는 복직이라는 이벤트 때문에 올해처럼 브런치를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킵고잉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