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민경 May 12. 2023

산후조리원, 가지 않을 수도 있구나

산후조리원 퇴소 후기. 산후조리원의 장단점

출산을 하기 전에는 출산을 한 후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모두가 그것을 원하는 줄 알았다. 물론 인터넷 세상 속에서는 갈등 양상의 일환으로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은 한국 여자뿐이다'라는 말들이 나돌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마지막 휴식'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래서 아기를 갖기 전에는 '산후조리원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는 나의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그저 실제로는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들의 쓸데없는 인터넷 논쟁으로 치부했었다.


그러나 임신 기간 중 육아 공부를 하면서, 아이를 낳고 꼭 산후조리원에 가야 하는 건 아니며, 산모 중에서도 자신의 상황이나 성향 때문에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산후조리원에 안가고 집에서 조리를 했다는 영상들.

우선 조리원 외에 친정집 등 다른 곳에서 산후조리가 가능한 여건의 산모와, 아기를 낳고 아이와 떨어져 생활하는 것을 꺼리는 산모들은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을 택하지 않았다.


또한 아이를 낳자마자 모유수유를 해야 하며, 수유 패턴을 맞춰가야 한다는 육아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기 위해 조리원을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마 육아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인기가 많은 육아 전문가 -첫 번째는 물론 오은영 샘일 것이다- 소아과 전문의 하정훈 샘의 유튜브를 한 번은 보게 될 것이다. 하정훈 의사는 1990년대 나온 육아책 '삐뽀삐뽀 119'의 저자로 어쩌면 오은영샘보다 원조 격의 육아 전문가이다. 오은영 샘이 발달이 늦거나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동들을 치유하는 정신의학 전문의라면, 하정훈 샘은 일상의 육아에 대한 지식을 알려준다. 하정훈 샘이 항상 강조하는 것은 '전통적인 육아'인데 그래서인지 '꼰대 육아'와 같은 반응도 종종 볼 수 있다.


https://youtu.be/fQXyu-MmOk4

유튜브 하정훈의 육아이야기.

https://youtu.be/xI7N8bcy9yo

산후조리원에 대해 하정훈 샘은 가라, 가지 마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지만 '24시간 모자동실'을 하는 산후조리원을 택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태어나서부터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수유 패턴을 잡아가야 집에 돌아와서도 육아가 쉬워지고, 자동적으로 육아 일상이 흘러가게 되며, 이것이 '전통 육아'였다는 것이다. 보통 산후조리원에 가게 되면 직수를 하지 않고 유축을 해서 신생아실에 가져다주는 시스템인데 하정훈 샘은 이것을 두고 ‘매우 이상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신생아실에서의 코로나 이슈라든가 사건사고를 우려하기도 했다. 신생아실에서 적은 수의 담당자들이 아이를 보면서 인위적인 '수유텀'(아이가 배고플 때 먹이지 않고 2시간이나 3시간의 텀을 정해서 먹이는 것)을 만드는 것도 신생아 시절에는 좋지 않다는 주장이다.  




나는 이 주장을 임신 중 접하고 꽤 충격을 먹었다. 당연히 산모가 아이를 낳고 푹 쉬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중에 산모가 쉬운 육아를 하기 위해 '24시간 모자동실'을 해야 한다니.


해당 영상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꼰대 같다', '너무 옛날 방식이다', '남편이나 친정어머니가 도와줄 수 없는 사람은 어떡해야 하나', '한국은 여자들이 쉬는 꼴을 못 본다', '24시간 모자동실을 할 거면 산후조리원을 왜 가냐'는 반응이 있다.  


반면 '처음부터 24시간 모자동실을 했고, 그 뒤 아이와 호흡을 만들어갔고 만족한다', '24시간 모자동실을 하는 조리원이 별로 없어서 집에서 산후도우미를 쓰는 것으로 정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아기를 낳고 아기와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산모들이 보통 이런 선택을 하는 것 같았다. 혹은 천편일률적인 한국의 출산-육아 방식을 따르기 싫어하는 산모들도 이러한 선택을 하는 듯 보였다.


(이렇게만 들으면 하정훈 샘의 육아방침이 매우 빡빡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24시간 모자동실’ 외에는 다른 육아 정문가들보다 ‘부모 위주의 전통 육아’를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을 위주로 펼쳐지는 최근 육아 정보에 지친 부모들이 여전히 하정훈 샘의 육아 방침을 선호하는 듯하다.)


산후조리원을 가는 것을 꺼리는 산모들의 또 다른 유형은 두 번째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였다. 우선 조리원에 가면 남편은 물론이고 첫째 아이와도 2주간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걱정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자연분만인 경우 2~3일, 제왕절개의 경우 5일~일주일 정도의 입원 기간만 병원에서 보내고 이후 집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는 조리원에 가지 않는 대신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쓰는 모양이었다. 혹은 산후조리원에서 일주일 정도만 머물고 집에 일찍 가는 선택도 있다.




나의 경우 초산모였고, 육아 정보에 대해 이것저것 접하긴 했지만 나만의 육아 원칙이 뚜렷하지는 않았기에 많은 이들이 하는 선택을 따랐다. 나에게 산후조리원은 장단점이 뚜렷한 체제였다. 우선 장점은 몸이 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잠을 푹 잘 수 있는 것, 모자동실 시간을 서서히 늘리면서 아기에 대한 두려움(?)을 천천히 줄여갈 수 있었던 것, 매 끼니 식사와 간식을 제공받아 잘 먹을 수 있었던 점이다.


장점이자 단점은 혼자만의 시간이 굉장히 많았다는 점인데 며칠간은 이것이 장점으로 느껴졌으나 산후에 호르몬이 굉장히 불안정한 시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우울감도 급격하게 상승해 단점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남편의 출입도 자유롭지 않고 그 유명한 '조리원 동기'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는 평소 혼자 있는 시간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고 '심심하다'는 느낌을 잘 느끼지 않는 인간인데도 2주 동안 혼자 있는 시간 자주 우울해져서 스스로에게 놀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 이슈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평소에 혼자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산모라면 산후조리원에서의 시간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남편과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산모는 더욱 그럴 것 같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집이 아닌 곳에서 오래 머무는 것을 싫어하는 타입도 산후조리원의 생활이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경우도 원룸 스타일의 산후조리원에 있었는데 깔끔한 시설임에도 2주간 외출이 거의 불가한 상황이다 보니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또한 나는 소위 '병원밥 스타일'의 찐 밥이나 싱거운 간을 잘 참고 먹는 편이며 미역국도 좋아해 조리원에서의 식사가 질리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반찬을 두 번 먹지 않는 스타일의 산모이거나 미역국을 좋아하지 않는 산모라면 조리원에서 해주는 음식을 매번 먹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산후조리원에서의 식사. 미역국, 미역국, 미역국.


또 다른 단점으로는 신생아실에서 선택한 분유나 젖병, 취침 패턴 등에 익숙해진 아가에 대한 것이다. 이것이 하정훈 샘이 말하는 '24시간 모자동실'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생아 실은 ‘단체 생활’이니 아이 기질에 맞는 먹잠 패턴보다 조리원 원칙에 맞는 생활을 하게 된다.


나의 경우, 모자동실을 할 때 아이가 아주 깊게 잘 자는 모습을 봤는데 신생아실에서는 항상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다른 아이들의 울음소리로 소음이 심해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한 내가 있었던 조리원에서는 신생아실에서 남양의 '아이엠 마더' 분유를 사용했고 '그린맘 젖병'을 사용했는데, 조리원에 미리 분유를 준비해 간 산모가 아니라면 조리원을 퇴소해서도 조리원에서 사용했던 분유나 젖병 등을 사용하게 된다. 대부분 조리원에서 연계된 프로그램이나 협찬을 하는 기업의 분유, 물품, 로션 등을 사용하기에 이런 것에 자신만의 기준이 뚜렷한 산모라면 조리원보다는 집에서 산후도우미와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산후조리원에서는 조리원에 연계된 기업들, 예를 들어 분유 회사, 아이 학습지 회사, 산모 마사지 회사, 아기 로션 회사, 촬영 회사 등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산모들의 개인정보를 가져간다. 이런 프로그램 역시 개인정보에 예민하거나 미리 정보를 알아보고 자신이 선택한 기업의 물품을 사용하고 싶은 산모에게는 단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 우울감에 취약한 성향이거나, 집에 이미 육아를 위한 시스템이 정착돼 있고 여러 명의 영육자와 같이 살고 있거나, 남편이 육아휴직을 오래 낸 경우라면, 또한 육아에 대해 매우 'J스러운' 계획을 가지고 있고 정보도 샅샅이 찾아보는 스타일이라면 평균 비용의 조리원은 맘에 차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 비용으로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한 나는 꽤 많은 산모들이 산후조리원을 '스스로' 가지 않는 상황이 있다는 걸 알고 꽤 놀랐다. 역시 현실은 인터넷 밖에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