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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Jun 16. 2023

사람이 명품이면 명품 안 입어도 된다?

명품과 허세가 항상 동일어인 것은 아니다

돈이나 명품은 꽤 민감한 주제다. 요즘엔 너도나도 유튜브에 나와서 자산이 얼마라느니 어떻게 벌었느니 하는 콘텐츠가 쏟아져서 돈 이야기가 조금은 쉬워진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돈 이야기를 하는 건 매우 민감한 일이다.


글쎄,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는 돈을 좋아한다. 안전에 대해 조금 지나칠 만큼 민감하고 깨끗한 공간을 좋아하며, 예쁜 것을 좋아하는 특성상 (근데 안 그런 사람도 있나?) 이러한 기호는 보통 돈을 많이 내면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매우 취향이 좋은 사람은 돈을 많이 안 들이고도 종종 좋은 것을 얻는다.


안락하고 안전하고 세련됐으며 직장과 가까운 집, 촉감이 좋고 멋진 무드를 내고 내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몸의 부분을 적당히 가려주는 옷, 착용감이 좋고 여러 옷과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 맛있고 동시에 건강한 음식, 좋은 성분과 냄새를 주는 데일리 화장품 등. 이것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말하지 못하겠다. 그건 나에겐 거짓말이다.




그래서인지 종종 들려오는, '누구는 평생 일을 했지만 집 한 채 없었다' 든지 '그는 매우 부자이지만 명품을 좋아하지 않는다'든지 같은 절제된 삶, 소비를 악처럼 보는 윤리적(?) 이야기에 그렇게 끌리지 않는다.


나는 열심히 일하고 재테크해서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좋은 명품도 갖고 싶기 때문이다. 솔직히 돈이 많은데 명품을 안 좋아한다는 사람을 보면 '그 돈 나주면 좋은 명품 골라서 살 수 있는데' 따위의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부자여서 명품을 입는 사람의 이미지를 예전 최순실과 같은 사람을 대표주자로 떠올리는 것 같다. 명품을 걸쳐도 그다지 멋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나열한다. 그런데 명품을 두고 그런 (?)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솔직히 그 사람이 패션에 대해 관심이 없고, 패션잡지를 잘 안 보고 명품을 '잘 입는'것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혹은 명품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일 테다.


그리고 그것은 잘못이 아니고 패션에 관심이 없더라도 잘못 사는 것도 당연히 아니다. 누군가는 일부러 그런 선택을 하곤 한다. (스티브 잡스…)


그런데 그냥 나는 스스로 이런 말을 할 만큼 옷을 잘 입진 못하지만 옷을 좋아하고 패션에도 관심이 있다. 동시에 옷을 잘 입는 사람을 좋아한다.




명품이라는 것이 단지 값비싼 브랜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명품은 오래된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보통 장인 정신을 말한다.


옷이든 시계든 무엇이든 그것에 빠져 어떻게 하면 좋은 옷을 만들지, 어떻게 하면 기능이 좋을지, 어떻게 하면 동선에 잘 맞는지, 그 옷을 입는 상황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까지 오타쿠처럼 연구한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종종 아들과 딸까지 이어져서 더 발전됐고 나름의 철학까지 있는 것이 진짜 명품이니깐. 그리고 난 어느 분 야든 이런 오타쿠들에겐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연히 아무런 의미가 없는 옷들보다 그런 옷을 더 돈을 주고 사고 싶다.


명품은 물론 비싸다. 그렇지만 꼭 명품이 허세나 흥청망청과 동일 단어인 것은 아니다. 종종 좋은 취향을 가진 이들은 검소하게 살면서도 명품을 입고 혹은 명품 같은 옷을 골라내기 마련이다.


https://youtu.be/pERZQcnxx-g


그것을 나에게 알려준 유튜버는 '밀라논나'였다. 그는 친구들과 먹고 남은 저녁을 싸가지고 와 다음날에 먹는 일이 많은 사람이지만 젊었을 적부터 하나둘 모은 좋은 옷을 입는다. 종종 할머니나 어머니의 옷을 물려받아 잘 관리해 입기도 한다.


또한 젊은 때 산 옷을 계속 입기 위해, 즉 옷을 또 사지 않기 위해 몸무게를 꾸준히 관리한다. 그는 그의 물건들을 소개할 때 ‘너무 오래돼서 부끄럽다’고 자주 말한다. 그의 유튜브 댓글에는 그에게 ‘정말 검소하다’는 반응들이 항상 따라온다.


오히려 자잘 자잘한 것을 안 사고 정말 좋은 것을 사 오랫동안 사용하는 게 더 절약하는 것일 때도 있다.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그런 소비를 하려고 노력한다.


https://youtu.be/M444IFaizTw

그래서 나는 검소함과 간지 없음을 동일한 말로 생각하지 않는다. 명품과 흥청망청이 동일어이지도 않다.


예전에는 이것을 같은 것이라 착각했지만 검소하고 절약하면서 살면서도, 오히려 더 멋진 것들을 누릴 수도 있다. 그렇게 살려면 더 치열하게 돈과 명품에 대해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쇼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명품이나 좋은 물건을 사는 것이 진짜 부자가 아니다, 사람이 명품이면 명품을 입을 필요가 없다 등의 말은 나에게 별로 와닿지 않는다.  


나에게 '진짜 명품인 사람‘ 의미는 명품을 살만큼의 돈이 있는 것뿐 아니라, 제대로 된 명품도 알아볼 수 있는 취향도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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