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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Nov 12. 2023

김영하 작가가 말하는 핸드폰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

이 지겨운 말을 이렇게 말하니 설득력이 있다

사실 핸드폰 보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혹은 보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현대인들이라면 귀에 박히도록 듣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글도 핸드폰으로 보고 있겠지...)


최근 패스트 캠퍼스에서 김영하 작가의 '씀으로써 작가가 되는 글쓰기'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사실 글쓰기라는 것이 이 강의의 제목처럼 '씀'이라는 실천을 하면 해결되는 일이 많긴 하다. 그러나 최근 기사를 쓸 때 정도의 빈도로 에세이나 다른 종류의 글들을 써보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잘 풀리지 않아서 오랜만에 글쓰기 강의를 들어보았다.


사진출처: 패스트 캠퍼스 김영하 작가 '씀으로써 작가가 되는 글쓰기'


첫 번째 강의에서는 역시 '작가가 되려면 이미 작가처럼 살아야 한다', 그러니까 이미 작가처럼 쓰고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강조한다. 그러면서 예를 드는 것이 운동선수인데, 운동선수가 되려면 이미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미 매우 유명한 운동선수의 스케줄과 비슷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이돌 연습생 등을 떠올려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 강의에서는 어쩌면 매우 식상한, '핸드폰을 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그 논리를 풀어가는 방식이 설득력이 있었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었다. 그래서 역시 작가의 이야기는 당연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풀어가는구나,라고 느끼기도 했다.


 



우선 김영하 작가는 '작가가 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핸드폰을 많이 보아도 된다고 한다. 이 강의를 듣는 전제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사람이기에 핸드폰을 보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길을 걷고 지하철을 타고 카페에 가고 하는 등 일상에서 핸드폰을 보지 말고 관찰을 하라고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휴대폰 안의 정보들은 잘 편집된 정보들이고, 자극적으로 사람들의 이용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정보입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작가가 되려는 사람은 '날 것'을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완성된 이야기'를 봐봤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건데, 그 이유는 또 다음과 같다.


우리 뇌는 우리가 주의 깊게 보고 기억하지 않은 것은 기록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뇌는 생각과 기억을 위해서 진화하는 그런 기관이 아니라고 하죠?
 
뇌는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여러 가지 에너지들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기관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래서 뇌는 가능하면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머리를 쓰지 않으려고 하고 기억을 잘하지 않으려고 하고 사물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뇌는 멍하니 보는 것을 가장 좋아하죠?
 뇌는 우리가 조금 어려운 과제를 하려고 하면 졸음이 오죠?
갑자기 왜 수학문제를 풀려고 그래? 왜 영어로 된 책을 읽어? 에너지를 사용하지 마라고 하는 겁니다.

평소에 휴대폰으로 영상이나 이런 걸 보면 뇌는 별로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편안한 상태가 되니까 좋아하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상황에서는 우리는 휴대폰을 끄고 주변을 열심히 관찰하면서 그것들에서 흥미로운 것들이 있으면 이제 기억하게 되는 거고 기억하려고 노력을 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어떤 냄새가 나는지 이런 것들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사진출처: 패스트 캠퍼스 김영하 작가 '씀으로써 작가가 되는 글쓰기'


김영하 작가는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데, 수업 시간에도 이런 과제를 낸다고 한다. 어떤 현장을 가서, 핸드폰을 보지 않고 관찰해 본 것을 써오라는 과제다. 이런 과제를 내면 생각보다 학생들이 관찰해 오는 것이 적다고 한다. 그런데 글쓰기를 잘하는, 어쩌면 작가가 될 씨가 있는 학생들은 일단 다른 사람들보다 관찰한 것이 굉장히 많다고 한다. 또, 의외의 것을 관찰하고 온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시장이나 재개발 현장이라는 과제를 냈을 때, 보통 시장이나 재개발 현장이라는 것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것들이 아닌 것들을 보고 온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선 '많은 것을 관찰할 것'과 함께 '의외의 것을 관찰하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찰력이 좋은 학생들은 거기 가서 재개발 현장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것들, 이런 것들을 찾아내요.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결혼 앨범을 찾아낸다거나, 유일하게 철거되지 않은 어떤 집이 굉장히 허름해 보였는데 안에는 굉장히 고가의 안마의자가 있는 거예요? 저 의자는 왜 있을까? 있을 법하지 않잖아요. 왜, 어떤 사연일까?
이런 데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시작될 수도 있는 것이겠죠.


그러니까 관찰이라는 것이 그저 묘사를 잘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이야기가 시작되는 트리거'라는 것이다.


이 강의를 듣고 작가들은 역시 매우 꼰대 같은, 어쩌면 굉장히 당연한 결론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그 결론으로 가기까지의 콘텐츠가 재미있고 설득력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 핸드폰을 보지 말라는 그 당연한 이야기도 '머리가 나빠진다'는 주장이 아니라 차근차근 디테일하게 풀어나가는 힘 말이다. 바로 이것이 김영하 작가가 말하는 디테일한 글쓰기, 관찰력을 가지고 풀어내는 글쓰기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 강연 마지막 부분에 뼈 때리는 말이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신감이 돋보이는 대사이기도 하달까.


저도 하는데 여러분은 당연히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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