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의 가르침'과 '메가 스터디'의 공통점
최근 베스트셀러인 '세이노의 가르침' e북이 무료여서 깜짝 놀랐다. 종이책도 7200원인데 왜 이렇게 저렴한가 호기심이 생겨 오랜만에 e북을 읽었다.
이 책은 돈, 사업, 직장생활, 처세 등에 대한 자기 계발서 책이다. 워낙 여러 내용이 있어 책의 내용에 대한 동의와 비동의를 말하기보다 '왜 이 책은 거의 무료인지'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이전부터 그의 글을 짜깁기해 만든 PDF가 돌아다니기에 무료로 배포한 지점도 있겠지만, 2022년 새로 쓴 글도 많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2392359&start=slayer
대부분 요새 내가 부자이다, 파이어족이다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나는 부자다’, ‘나는 파이어족이다’라는 말을 전달해 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돈이 많고 파이어를 해도 충분한 삶을 산다면 굳이 왜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욕을 먹기도 하고 돈을 더 벌까 싶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많은 사람의 욕망에 가까울 텐데 말이다.
이런 물음에 그들 대부분은 '내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어서',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그러나 보통 그 노하우를 1-3만 원 정도에 파는 콘텐츠를 만든다.
그렇게 돈을 버는 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진짜 파이어의 모습인가 싶기는 하다. 그들은 구독료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사업을 홍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차라리 자산, 레버리지가 많아 계속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편이 솔직하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책 서문부터 지속적으로 자신은 해당 글로 돈을 벌 생각도 없으며, '부자 되는 비법'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을 믿지 말라고 한다. 꽤 인기 있는 유튜버들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대부분의 출판을 거절하다가 어떤 출판사의 요청으로 최소한의 자재값이나 배송료 등만 고려해 책을 내게 됐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e북은 모두 무료로 풀며 인세는 모두 기부한다고 밝힌다.
자신에게 무언가 물어보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주고 싶은 심리는 같겠지만 그래도 이를 통해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자기가 얼마나 부자인지 보여주려고 과시하는 연놈들은 절대 믿지 마라. 부동산 고수로 알려진 연놈이 임장 비용으로 수십, 수백만 원 내라고 하는 거, 그 연놈이 당신 돈으로 부자 되고 싶어 하는 거다. (세이노의 가르침 e북 45p)
이런저런 연줄로 나의 개인 신상과 자산을 알게 된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 나와 가족이 스토킹을 당한 사례가 한두 번은 아니고 경찰서에 들락날락한 적도 많았다. 설령 나를 알게 되었어도 나와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배려해 다오. (세이노의 가르침 서문 중.)
또 그의 책을 읽으면 자신이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마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에서 이기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기에, 그다지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지점을 짚는다.
이런 지점을 꽤 길게 서술하는 것을 보면,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철학을 논하는 것처럼 우아하게 말할 거리도 아니고, 자신이 원해서 이런 걸 배포하게 됐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듯하다.
내가 쓰는 대부분의 글들은 '경쟁에서 떳떳하게 살아남기'와 관련된 글이기에 인류의 평화나 행복 등과는 거리가 멀다. 이게 문제다. (...) 내가 전하는 메시지들 중 상당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이기는 법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세이노의 가르침 서문 중)
며칠 전 본 손주은(메가스터디 창업자)의 유튜브 강연이 떠올랐다.
손주은은 자신이 메가스터디를 만들게 된 배경을 밝히면서 처음 과외로 큰돈을 벌었을 때를 회고한다. 그 역시 자신이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느꼈던, 자신이 부를 쌓으면서 사회적 불평등을 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던 때를 털어놓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HOGuYYFRzFc
과외를 하면서 큰돈을 벌었고 대치동 강사가 되는데 이것이 사회적인 불평등을 만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프리미엄 강의가 아닌 2-3만 원을 하는 대중 강의를 만들었는데 한 학부모가 “아이에게 당신의 강의를 듣게 하려고 대치에 이사 왔는데 집값이 크게 올랐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때 손주은은 또 충격을 받아서 지역 격차를 줄이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메가스터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SNS에서 '진짜 부자, 가짜 부자의 옷차림은 어떻다', '찐부자는 검소하다' 등의 말들이 많다.
그것보다 내가 생각하는 찐부자는 자신의 부에 대해 어떠한 사회적 책임을 지려고 하는 태도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부를 모은 것에 대해 나름 어떤 해명(?)을 해야 한다고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부자로 유명해지면서 동시에 비판을 많이 받기도 해서 그렇지 않을까.
그저 돈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이 부러운 것이 아니다. 어떠한 생각을 통해서 부자가 되었고, 그 생각의 과정들을 짚어봤을 때 큰 부자가 되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폭 깊고 인정할 만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운 것이다. '
그래, 저 정도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저렇게 부자가 되는 것이 맞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당연히 그런 걸 생각하는 부자들도 자신의 이익 앞에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물론 큰 부자여도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다수긴 하겠지만, 많은 이들이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은 사회적 순환의 관점도 장착한 부자가 아닌가 싶다.
세이노가 책을 무료로 풀면서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고 싶은 마음과 손주은이 메가스터디를 처음 만들었을 때 마음의 공통점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