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브로의 정신세계: 너무 각박하거나 혹은 너무 느슨하거나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양재웅 정신과의사가 지난해 MBC '라디오스타'에서 정신 관리의 한 비법으로 '뒷담화하기'를 꼽았다. 물론 그 전제는 매우 친하고 믿을 만한 사람들과의 남 얘기 정도였고,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뒷담화를 하라는 것은 아니었다.
보통 많은 자기 계발서나 성공한 사람들의 비법 등에서는 뒷담화를 꼭 고치라고 한다. 남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언젠가는 다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그런 말들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자주 '난 성공하기엔 글렀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들을 관찰하기를 좋아해서 남 얘기하는 것을 고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정말로 남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자주 생각했었다. 내가 남 얘기를 안 하려면 결국 사람을 안 만나거나 말을 하지 않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래서 양재웅 의사의 저 이야기를 듣고 안심이 됐다. 나에겐 꽤 신선한 조언이었던 것 같다. 이 조언이 꼭 '뒷담화를 하라!'라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나는 저 말을 세상에서 '이건 하면 안 돼', '저건 하면 안 돼' 등의 말에 조금은 느슨해져도 괜찮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특히 친한 사람과 하는 남얘기 정도의, 크게 세상에 폐를 끼치지 않고 불법적인 행위도 아닌 경우에는 더더욱.
다시 생각해 봐도 뒷담화를 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나만 그럴 수도..) 그런 불가능한 행위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나를 자책하고, '난 성공할 사람이 아닌가 봐'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 멘탈 관리에는 좋지 못하다는 뜻일 것이다.
메모장을 뒤져보니 양재웅과 그의 친형인 양재진이 함께 하는 유튜브 '양 브로의 정신세계'를 정주행 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몇 가지 좋았던 말들을 정리했는데 다시 읽어도 꽤 쓸모 있는 것 같다. (여러 에피소드들을 들으며 인상 깊은 말들을 정리한 것.)
‘어떤 사람을 보고 난 저 사람과 똑같은 사람 되기 싫어’라고 생각하더라도 똑같이 한번 해봐도 괜찮다. 그런 일을 해보고 내 기분이 나아진다면, 괜찮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생각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못된 생각을 했다고 자책하는 사람도 많은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그것을 생각으로만 멈출 수 있는 것이 매우 훌륭한 점이다.
항상 정의의 사도처럼 굴 필요가 없다. 자주 정의의 사도 행세를 한다면 나는 더 힘들어진다. 강박 성향을 가진 이들은 내 원리 규칙이 맞다고 생각하더라도 나부터 지키는 걸로. 주변 사람에게 강요해서도 안된다.
이 같은 말들 역시 어쩌면 그가 방송에서 소개한 '뒷담화 하기'와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너무나 높은 도덕성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 일. 타인에게 높은 도덕성의 잣대를 적용하는 일은 결국 자신도 옥죄이게 하니깐.
다만 그렇다고 해서 도덕적 잣대 등을 아예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말들 역시 '양 브로의 정신세계'를 통해 들은 말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본능을 억누를 줄 알기 때문이다. 인간이 동물처럼 살면 어떻게 되느냐. 나 자신을 좋아하기 힘들어진다. 그렇기에 욕구들을 잘 조절하며 살아야 한다.
결국 핵심은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잣대들을 적당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범죄가 아니고 남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이라면 조금은 느슨해도 괜찮고, 또 나를 너무 놓아버리지 않을 정도로는 조이면서 말이다.
이 같은 잣대는 갑자기 자신이 하던 일을 바꾸고 싶다는 어떤 상담자의 질문에도 비슷하게 적용됐다.
갑자기 일을 바꾸고 싶다면? 정말 그 일이 나의 생존을 책임질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이직하지 말아야 한다. 나의 생존을 책임질 수 없는 일로 이직하는 것은, '어른'이며 '생활인'인 나에게 무책임한 일이다. 결국 무책임한 일을 한 나에게 자존감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
많이 무기력해지거나 우울감을 느낄 때 종종 나는 이 채널을 정주행 한다. 채널을 팟캐스트처럼 들으면서 나의 형편과 비슷한 사연을 듣고 이에 따른 조언들을 들을 때면 이렇게 메모를 남겨놓고 비슷한 기분이 찾아올 때 읽어본다. 이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정신과 상담을 받은 효과를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덧. 최근 많아지는 '닥터 테이너'에 대해, 그들의 인기만큼 비판적 시각이 많고 어떤 우려인지도 이해한다. '양브로' 중에도 실제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름 각색했다고 하더라도) 공중에 하는 건 아슬아슬해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이 주는 정보는 의료, 심리학이나 육아에 관심이 있던 사람에겐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양질의 정보’라는 걸 무시할 순 없다. 비판각을 재는 학자들과 대중의 괴리가 벌어지는 영역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의료진들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우려들은 지난해 기사로도 정리해 본 적이 있다. 물론 기사에 나오는 사례들은 조금 더 극단적인 사례들이다. 혹시나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위한 링크.
https://n.news.naver.com/article/006/0000115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