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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Aug 30. 2024

글쓰기라는 도파민 중독

좋은 도파민 중독, 나쁜 도파민 중독.

육아 휴직을 포함해 10년 차가 된 올해. 1년 4개월 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지는 이제 두 달이 넘어간다. 다행히 1년 동안은 육아기 단축근무를 쓸 수 있어서 오후 4시에 일이 끝난다.


원래 6시까지 하던 일을 4시까지 해야 하니 마음이 급하다. 이전에는 점심 미팅도 거의 매일 잡고, 미팅 때도 1시 30분~2시 정도까지 커피를 마시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게다가 3~4시에 시작하는 각종 회의를 참여하는 것도 즐거웠다. (마감에 허덕이는 것보다 합법적(?)으로 회의에 참석해 앉아있는 시간을 즐겼던 것 같다) 그러나 4시까지 마감을 해야 하는 요즘 나는 회의는 거의 참석하지 못하고 아주 중요한 사안만 겨우 전달받고, 미팅도 일주일에 1~2번만 잡는다.


이전에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을 보고 ‘이기적이다~ 누군 회의하고 싶어서 하나~ 그래도 다 참석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즈음 회의를 들어갔다가도 이전에 돌려놓은 전화 중 한두 개 콜백이 오면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주 반복되고 있다. 시간이 촉박하니 회의보다는 기사 작성이나 취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전에 내가 달갑지 않게 생각했던 행동을 내가 하고 있고, 누군가는 날 달갑지 않게 생각할 거란 예상이 가능했다. 사람은 정말 환경에 따라 생각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이렇게 단축근무의 시간은 이전보다 눈치 볼 일이 많아진 시기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회사의 특성상 기사를 빨리 내놓으라고 (대놓고) 닦달하지는 않는다. 혼자서 나를 닦달하고 빨리빨리 하고 싶어 하면서 눈치를 보면서 힘겨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팅에서 만난, 20년 차 기자일을 하고 계시는 업계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며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했다.

 

“육아휴직 때에도 아기가 잘 때 시간에 쫓기며(?) 글을 쓰고, 복직하니 더 마감에 쫓기면서 글을 쓰고요. 휴직 때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기 깰까 봐 허둥지둥 브런치에 글 올리고. 왜 그럴까요. 항상 뭔가에 쫓기듯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너무 강해요. 생각해 보면 기사 쓰고, 글 쓰는 것도 일종의 도파민 중독 같아요.”


아마 현재 나의 쫓기는 듯한 일상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 것 같다.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얼마나 읽혔는지 체크하고, 댓글을 보고 또 댓글에 대한 생각에 머릿속이 가득 차고. 그러면서 몸은 육아를 하거나 집안일을 하지만 머릿속에는 글에 대한 생각을 하고. 그러니까 피곤해지고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하는 듯한 찝찝함이 쌓인다. 이것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도 무언가 부정적인 뉘앙스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20년 차이신 그분은 내 말을 부정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나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게 말해주셨다.


“맞아요. 일종의 도파민 중독이죠. 그런데 사람이 어딘가에든 도파민이 나올 곳을 찾지 못하면 결국 다른 어딘가에서 찾게 되더라고요.”


요즘 많이들 문제 삼는 릴스 중독이나 인스타그램 중독이 대표적이고 유해한 것을 꼽자면 술이나 담배, 도박, 유흥 등. 어쨌든 인간이라면 어디에서 나오느냐만 다를 뿐, 도파민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아~ 맞아요. 차라리 유해한 것에 도파민 중독이 되느니 글쓰기나 일에서 도파민 중독이 되는 게 훨씬 낫네요.”


이 대화는 미팅 중 나눈 대화의 100분의 1도 되지 않지만, 요즘 스스로 나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멈출 수 있게 해 주었다.




도파민 중독이 하도 문제라고 사람들이 말하니, 무엇이든 도파민 중독과 연결되면 다 나쁘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그러나 일을 통해 도파민이 나오고 그것 때문에 일을 열심히 한다면, 일상생활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면 나쁘게만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물론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면 나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어떤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 있다고 해도 그 앞에 이것은 '좋은가, 나쁜가'를 붙여보면 관점이 하나 더 추가된다. 그러니까 '도파민 중독'만을 생각하지 말고, '좋은 도파민 중독인가, 나쁜 도파민 중독인가'를 생각해 보면 새로운 결론이 도출된다는 것이다. '도파민 중독'에 다른 문제들을 대입해 생각해 봐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글쓰기라는 도파민 중독'이라는 고민을 해결하고 나니, 이번 글도 매우 빠르게 완성할 수 있었다. 앞으로 같은 고민은 안 하게 될 수 있기에 홀가분하다.


요즘 삶의 낙은 맛있는 점심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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