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강아지 100세 시대
반려동물의 유일한 단점이 인간에 비해 그들의 삶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강아지 나이로 9살이면 사람 나이로는 약 59세라고 한다. 2014년에 우리는 노아와 투비의 환갑잔치를 열어주었던 것이다.
(참고로 2022년 현재 투비의 나이가 17살이니 사람 나이로는 99살이다.)
아홉 번째 생일 기념으로, 조금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는데 그건 바로 강아지용 맥주!
투비는 선물로 아주 귀여운 양말을 받았는데... 며칠 만에 본 투비의 새로운 미용이 나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얼굴의 털은 그대로인데 온 몸을 바짝 밀어 놔서 달걀귀신이 동동 떠다니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심지어 하얗고 큰 얼굴에 분홍색 꽃핀까지 서비스로 꽂아 주었는데, 꽃핀이 한층 더 투비의 광기스러운 모습을 부각했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무슨 이유로 그런 미용이 탄생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투비의 두 번째 양말 체험은 할로윈이었다. (다행히 투비의 미용은 더 이상 '할로윈'이 아니었다...)
나름 집에서 다 같이 할로윈 파티를 한다고 새 옷과 간식을 준비했는데 안타깝게도 귀여운 양말들은 투비가 너무 싫어해서 단 한 번의 착용으로 끝나버렸고, 선물 받은 옷은 지금까지도 잘 입고 있다. 노아는 꿀벌 스타일의 옷과 당근 장난감을 받았는데 지금까지의 모든 장난감이 그랬듯 눈 깜짝할 사이에 해체되고 말았다.
노아에게 장난감을 사주는 건 의미가 없었다. 특히 우리가 보기에 귀엽게 만들어진 장난감은 빠르면 몇 분 후, 늦어도 몇 시간 안에 아작이 났다. 노아에게 강아지 인형을 선물해준 적이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보니 인형은 내장이 터져 솜뭉치들이 침대 위에서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고, 머리는 겨우 달랑달랑 붙어 있는 지경이었다... 아무리 세게 씹어도 모양이 변하지 않는 고강도 뼈다귀 정도 돼야 그나마 노아가 오래 가지고 놀 수 있었다.
공놀이는 항상 노아가 장악했다. 투비에게 아무리 공을 굴려줘 봤자 노아가 쏜살같이 나타나 공을 채어갔다. 결국 투비는 노아와 함께 살면서 공놀이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린 듯 보였고, 나중에는 공놀이를 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 노아가 없을 때 공놀이를 시도했는데 투비가 반응을 보이는 걸 보고, 아예 놀이를 모르는 건 아니구나... 하면서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투비는 산책을 즐기지도 않았다. 보통 강아지들은 나가면 자연스럽게 풀 냄새를 맡고, 이리저리 탐방을 하면서 주인을 데리고 다니기(?) 바쁜데, 투비는 우리 발 밑에서만 맴돌고, 노아만 졸졸 따라다니며, 발에 치이기 일쑤였다. 환갑이 훨씬 지날 때까지 투비는 우리에게 공놀이도, 산책도 할 줄 모르는 강아지 답지 않은 아이였다. 투비가 산책을 즐기기 시작한 건 슬프게도 노아와 이별할 무렵이었던 거 같다.
그때는 투비가 환갑을 훨씬 넘겼을 나이었는데, 노아가 떠나고 투비를 걱정했던 우리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투비는 이전보다 더 진해진 표정으로 우리에게 요구를 하기도 하고, 꼬리를 신나게 흔들며 산책을 준비했다. 이제는 정말 산책을 즐기는 강아지처럼 보인다.
사람 나이 99살 노견임에도, 여전히 자신의 다리로 산책을 나가는 투비를 보며 100살 기념 파티를 기대해본다.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 노아&투비 인스타그램 ->>> @noahtobe http://instagram.com/noaht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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