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우리가 같이 걷는 길
반려견이 반려인을 보살펴주는(?) 한 가지 예가 '산책'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몸이 천근만근 귀찮아도, 심지어 눈, 비가 내리는 날에도...
별 박힌 눈을 하고 간절히 산책 신호를 보내고 있는 투비의 눈을 보면 주섬 주섬 리드 줄과 배변 봉투를 챙길 수밖에 없게 된다.
아마 노아랑 투비가 아니었다면, 나 역시도 하루 종일 넷플릭스나 책을 보면서 집콕을 했을 것 같다.
몇 발자국 가다 멈춰 서서 흙냄새를 맡고, 또 몇 걸음 가다가 풀밭에 코를 박고 킁킁거린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도 여전히 자연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 건 참 다행이다.
노아랑 투비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나 역시도 밤하늘에 별과, 거리 사이사이 숨겨진 예쁜 꽃과 나무들을 감상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에너지가 넘쳐서 산책을 갔다 오는 것만으로도 하루치 운동을 다 한 것 같았다.
요즘은 산책할 때 리드 줄을 꼭 착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지만, 오래전에 내가 처음으로 강아지를 키웠을 때는 아이가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가끔씩 사람이 없을 때, 리드 줄을 풀어주기도 했었다.
줄을 풀어주자 마자, 환희 그 자체인 얼굴로 미친 듯이 뛰어다니다가 멀리서 내가 보이면 또 나를 향해 돌진해오는 그 모습이 좋았다.
누군가가 나를 향해 무한한 행복을 표출하며 달려오는 모습은 황홀하다.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반려견의 안전을 위해서도 리드 줄은 필수다.
사실 투비는 리드 줄을 하지 않아도 언제나 우리 곁을 벗어나질 않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혹시나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갑자기 다른 강아지에게 공격을 당할까 하는 걱정으로 리드 줄을 해준다.
다른 강아지들에게 철저히 무관심한 투비 입장에서는 가벼운 인사조차 당황스러울 수 있으므로...
도심에서는 쏜살같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 기쁨에 찬 그 얼굴을 볼 수 없지만, 귀여운 네 다리로 총총 걸어오는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워 심장을 아프게 한다.
지친 나를 일으켜 옷을 입히고, 바깥공기를 들이마시고, 풀과 꽃 향기를 맡게 만드는 투비와의 산책이 조금 더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네 다리로 걷는 게 힘들어지는 날에는 개모차를 끌고서 콧바람을 쐬러 가야지.
+ 2022년 현재 투비는 17살 노견이 되었고, 동갑내기였던 노아는 2020년 12월 21일, 15살에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답니다.
+ 저의 20대와 30대를 함께 한 노아와 투비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 노아&투비 인스타그램 ->>> @noahtobe http://instagram.com/noaht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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