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꿈 histor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에오 낌 Dec 20. 2021

돈이 없지, 꿈이 없냐?(2)

세계 최초 스페인 정규리그 한국인 축구단 구단주 스토리- QUM.FC

2화.'토르'가 휘두르는 '묠니르'에 얻어맞듯...



'꿈'이 형체를 숨기고서 슬쩍 내 뒤통수를 쳤다.


2016년 5월 어느 날

스페인의 마드리드 '헤타페'라는 지역의 내가 살던 집 앞 'Las Ventas'라는 나름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다. 이 레스토랑은 소갈비찜이 특히 맛있는데 특이한 점은 소고기 재료가 '투우'라는 것이다. '투우'로서 살다가 죽은 후에는 자기 살을 다시 내어주는 것이다. '소 검투사'의 일생이다. 아무튼 축구로 스페인에서 인연이 있던 '루벤(Ruben)'과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그때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단에서 유소년 유망주로 이름을 떨치던 '이승우'선수 등이 FIFA 규정으로 정식경기에 출전할 수없을 때였고 내 아들 또한 유소년 선수였기에 그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나:  이봐 루벤. FIFA 규정이 유소년 선수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 '이승우'가 좀 안타깝긴 하네~ 한참 리그에 참가해서 경험을 쌓아야 할 텐데 말이야.

루벤:  'Lee'가 몇 살이야? 

나:  몰라? 열여섯? 열일곱?

루벤:  열여덟 살이면 리그에 나갈 수 있는데...


나는 늘 외국에 꿈을 안고 축구 유학을 하러 오는 한국의 어린 선수들에게 안타까운 생각이 많았다. 나도 그러한 아들을 두었고 그 아들과 함께 스페인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페인에서 무역업을 위한 회사를 가지고 있었기에, 사업과 더불어 아들의 뒷바라지가 겸사겸사 였지만 어른인 나조차 외국에서 하루하루 '살아내기'가 여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꿈을 쫓아온 어린 축구선수들은 축구를 더 잘하고 싶어서 스페인까지 왔지만, 부모도 없이 혼자서 낯선 이국에서 축구 하나만 보고 '살아내기'엔 스페인의 사람들과 문화는 옛날 잉카제국을 멸망으로 이끈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와 같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무서운 존재이며, 어린 한국의 축구선수들은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기력하게 당했던 잉카의 왕 '아타우알파'와 같았다. 


'언어 습득이 좀 늦더라도 정서적인 안정을 가지고 축구에 전념하려면 한국인 'team'으로 도전해 보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면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스페인에서 외국인으로 어떻게 'team'을 만들겠어? 용병 쿼터제가 있을 텐데...'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듣기 좋으라고 지어낸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내 앞가림도 불투명한 판에 '한국인이 저력'이라니.....'쯧'...

내가 생각해도 충분히 혀를 찰 일이었지만, 그 당시의 나는 뭣도 모르는 '무모함'이라는 꼬치요리에 '국뽕'이라는 자극적인 양념을 덕지덕지 바르고 있지 않았나 싶다. 더군다나 대놓고는 내게 말하지 않지만 은근히 한국 축구를 무시하는 스페인 축구선수들이나 감독 등, 광범위하게는 '스페인 사람' 들에게 '우리'가 너희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못 느껴보았던 이런 종류의 차별이 나를 '애국자'로 만들었고 그들에게 '복수(?)' 하고 싶었던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것도 이유가 된다.


나:   스페인 구단의 외국인 용병은 몇 명이나 보유할 수 있어? 보통 두세명 아니야? 

루벤:  1~2부 리그 프로구단들은 그 정도 돼.

나:  3부 리그 이하는?

루벤:  나도 몰라. 한번 물어볼까?

나:  그래. 함 물어봐라.

나:  그런데 프로팀하고 아마추어 팀 하고 용병 쿼터가 달라?

루벤:  나도 잘 몰라. 그런데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애.왜냐면 1~2부 리그는 '스페인 프로축구연맹(La Liga)'에서 주관하는 거고 3부 리그 이하의 모든 리그는 '스페인 왕립축구협회(RFEF)'에서 주관하는 거거든.

나:  근데. 3부 리그도 프로리그 아냐? 또, 4부 리그는 세미프로리그잖아? 아냐?

루벤:  맞아. 아무튼 그렇게 주관하는 곳이 달라.

스페인 프로축구연맹(La Liga)과 스페인 왕립축구협회(RFEF)


그렇게 루벤은 곧바로 휴대폰을 들고 '스페인 축구협회'에 아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담이지만 루벤은  내가 스페인에서 살면서 한국사람처럼 '빨리빨리' 일하는 것을 본 유일한 스페인 사람이다.

뭐라 뭐라 통화를 '쏼라쏼라' 하더니 전화를 끊고 내게 말했다.


루벤:  '스페인 왕립축구협회(RFEF)'에서 주관하는 리그에는 외국인 용병 쿼터가 없다는데?

나:  뭐야? 그럼 선수 전원을 외국인 선수로 해도 된다는 거야?

루벤:  그런 거지.


내 머릿속에서는 '뇌신경'들이 급발진하여 일 들을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스페인 왕립축구협회(RFEF)'가 3부 리그 이하 모든 리그를 주관한다.

두 번째, 3부 리그 이하에서는 외국인 용병 쿼터가 없다.

세 번째, 3부 리그도 프로리그라고 볼 수 있다.

네 번째, 3부 리그까지는 외국인 선수로만 스페인 정규리그에 참가할 수 있다.

다섯 번째, 그럼 한국인 선수로만으로 축구단을 만들어서 스페인 리그에 참가할 수 있다?


잠깐!!


괜스레 흥분되기 시작했다.


나:  국왕컵(copa del rey)은?? 국왕컵은 출전 조건이 뭐야?


국왕컵(copa del rey)은 영국이나 한국은 물론 각 나라마다 있는 'FA컵'으로 프로팀과 아마추어팀들이 모여 진정한 왕중왕을 가리는 '컵대회'이다.


루벤: 아마 '라리가(La Liga)'의 1부, 2부 리그팀 전부 랑 3부 리그 상위 7개 팀 그리고 4부 리그 우승팀 들 일 걸?


나의 '뇌신경'들은 빨갛게 달아 올라 있었고 또한 내 '심장'에게 빨리빨리 뛰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나:  그럼.. 4부 리그까지 가서 우승을 하면 이론적으로는 '레알 마드리드'랑 붙어 볼 수 있단 거네? 그치??


루벤에게 대답을 들을 필요 없는 것이 었지만 난 그에게 직접 대답을 듣고 싶었다.


루벤:  어.


'토르'의 '묠니르'가 내 뒤통수를 때리는 순간이었다.


('쿵쾅쿵쾅'심장 박동을 느끼며..) 잠깐 생각해 보자... 만 18세 면... 한국에서는 고3이나 대학 1학년 정도 된다... 그 이상되는 건 아무 문제없고... 내가 이제까지 스페인에 와서 아마추어 성인 경기들도 봤지만 한국 대학축구 수준이면 얘네들 다 이길 수 있어.. 암.. 모르긴 몰라도 4부 리그까지는 직행할 수 있다고.. 4부 리그 우승하고 '국왕컵' 진출?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랑 붙는다?...  와우!!  완전 폼 나잖아!! 


나:  오늘을 늦었으니까 내일 축구협회에 정식으로 질의해봐.

루벤: 왜?

나:  네가 들을 이야기가 맞다면 한국인 선수로 축구구단을 만들어서 스페인 정규리그에 나간다.



루벤: 'Que??(뭐??)"



 아~~ 이렇게 허세 있게 '루벤'에게 말했지만 아직 아내에게 허락을 받지도 못했다.... 아~~ 미쳐~~

나는 용감을 넘어선 무모하기 짝이 없는 철없는 남편이었다.


아무튼... '묠니르'는 내 뒤통수를 때렸고, 아내에게는 내일 잘 말해 보기로 하고 일단 나는 뒤돌아서 '토르'를 째려보고 대들어 보기로 맘먹었다.


그러나 벌써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 아내에게 뭐라 말하지???


매거진의 이전글 돈이 없지, 꿈이 없냐?(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