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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Jul 06. 2024

늙었다고 운전하면 안 되나요

고령 운전자에 대한 조금 불편한 단상

7월 초부터 소중한 생명이 스러지는 가슴 아픈 일들이 발생했다.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68세 버스 기사가 일으킨 사고로 9명이 사망했고, 이어 70세 택시 기사의 국립중앙의료원 돌진 사고 등이 잇따랐다.


연이은 사고로 인해 고령 운전자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었다. 일각에서는 노인 운전자에 대한 비난과 혐오 발언이 확산되고 있다. "늙은이들 면허 박탈해주세요", "노인네들 운전대 잡지 맙시다" 등의 과격한 댓글이 온라인상에서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위험한 접근이다.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가 더 위험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발표했다. 최근 3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증가율은 고령인구 증가율과 거의 비슷한 반면,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 증가율은 이보다 두 배 반이나 높았다. 즉, 고령의 면허 소지자가 2.5배 늘어나는 동안 교통사고는 인구가 늘어난 비율만큼만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적 사실은 고령 운전자 문제에 대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함을 시사한다.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운전 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으며, 특히 대중교통이 잘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서는 고령자들의 이동권을 제한하게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감각과 지각 능력이 떨어지고 운동신경이 약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히 연령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오세훈 시장이 지적한 바와 같이, 70세라 해도 신체 나이는 40∼50대인 분이 계시고 60대여도 신체 나이 80∼90대인 분이 계실 수 있어 연령별로 일률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번 사고들을 계기로, 당면한 초고령화 사회에서 개인의 신체 능력과 운전 능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느껴진다. 야간 운전 제한과 같은 조건부 면허 도입의 얘기도 있지만, 일본처럼 고령 운전자는 자동 브레이크 기능이 있는 ‘서포트카’에서만 운전을 허가하는 한정 면허 제도도 괜찮은 시도 중 하나라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지속적인 논의다.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통계적 사실처럼 편견에서 벗어나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주먹구구식 땜질 처방은 또 다른 세대 갈등을 낳아 혐오를 부추길 뿐이다.


마지막으로, 늙는 것은 헤어짐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때로는 아름다운 이별이 필요하듯, 자신의 운전 능력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적절한 시기에 면허를 놓는 것도 하나의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특히 우리 공동체가 이러한 개인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문화를 만들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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