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금성 Jul 14. 2024

피투성이의 트럼프가 들어 올린 주먹

펜실베이니아 총격 피습 사건의 의의

대선 캠페인이 한창이던 13일 오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끔찍한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나 트럼프는 피투성이가 된 채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등장했고, 그의 정체성 또한 선명하게 드러났다. 트럼프는 어쩌면 '별의 순간'을 잡은 것일까.


에릭 트럼프 인스타그램

아들 에릭 트럼프는 사건 직후, 인스타그램에 아버지의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작성했다.

THIS IS THE FIGHTER AMERICA NEEDS!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들어 올린 채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대피하는 트럼프의 모습은 이제 상징적인 이미지가 되었다. 이 강렬한 시각적 내러티브는 트럼프 캠프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역경 속의 투사' 이미지와 일치한다. 이번 사건은 지지자들에게 트럼프를 '논란의 인물'에서 그들의 대의를 위한 '순교자'로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순교자의 피'는 역사적으로 강력한 상징성을 지닌다. 종교적 맥락을 넘어, 정치 영역에서도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정치인들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현상을 보였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암살 시도 이후 그의 지지율은 치솟았고, 이는 결과적으로 그의 재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미디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트럼프는 이번 사건을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부동층을 설득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한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트럼프는 뉴욕 배심원단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은 후 재선되면 '보복'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반면 바이든은 비참한 토론 실력을 보여주며 인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서로 자신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거칠고 예측 불가능한 대선에서, 암살시도란 또 다른 정치적 폭탄을 추가한 셈이다.

총격 직후, 이미 정당 간 책임을 전가하는 불길한 흐름이 나타났다.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J.D. 밴스 상원의원은 트럼프에 대한 표적 수사가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마이클 콜린스 하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암살을 사주했다는 음로론까지 내뱉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적대적 공생'에서 '공생'이 제거되는 위험한 지점에 도달했다.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후 첫 연설에서 미국 사회의 분열을 해소하고 통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편향된 미디어, 종교와 인종 문제, 상대 진영에 대한 악마화 등은 더욱 심화되었고, 급기야 대선 후보에 대한 총격이라는 극단적인 폭력으로 이어졌다.


앞으로의 미국 대선 과정은 민주주의의 자정 능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위기의 핵심은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거부하고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을 재확인하는 데 있다. 트럼프 암살 시도 사건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가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늙었다고 운전하면 안 되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