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다는 것은 안다는 것
1년 반동안 어떠한 작은 성공없이 실패만 경험을 하다보면 머릿속에 한가지 질문이 남는다. 대체 어떻게 하면 창업을 잘할 수 있을까?
원래 창업이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운이 꼭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패를 하는 것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창업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라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절망적이다. 이번에 실패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지만, 다음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은 두려움을 넘어서 내가 사랑하는 일을 싫어하게 만든다.
‘잘한다’는 것은 ‘안다’는 것이다. 알지 못하면 잘할 수 없다. 그래서 무언가를 잘하고 싶어서 미래계획을 꼼꼼하게 세우는 것은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준비하면서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잘하고 싶다면 경험을 돌이켜봐야한다. 뻔한 얘기다. 하지만 실패가 곧 성장이라는 공식이 너무 막연하게 퍼져서 그런걸까, 실패의 경험을 자세히 분석하는 과정은 종종 간과된다. 마치 트로피를 모아둔 캐비넷처럼 실패를 많이 해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그래서 무엇을 배웠는가 스스로 물어보면 실패하는 방법도 아닌 ‘경우’를 배웠을 뿐이다.
지난 1년 반의 경험을 통해 창업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라 위화감이 들어서 더 곱씹고, 더 치열하게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창업을 잘할 수 있을까? 무엇을 알아야 할까? 무지함을 죽이고 싶었다.
처음에는 전략이 부재해서라고 생각했다. 전략이 없다보니까 실행력이 아무리 좋아도 성과는 없고 자원만 낭비될 뿐이였다. 전략은 시장에 따라서 바뀐다. 그래서 시장을 명확하게 분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장을 명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청년 창업가다. 경험의 부재를 보완하기 위해서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는게 중요했다. 그래서 문제를 찾는데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문제에 시간을 많이 쓰다보니까 아는게 많아졌고, 실행에 있어서 소요되는 시간과 시행착오를 몇배로 줄일 수 있었다.
그 어느때보다 성과를 많이 내면서 올바르게 하고 있는 느낌이였지만, 여전히 ‘안다’, ‘잘한다’의 느낌은 아니였다. 왜냐하면 전략을 세우고, 시장을 분석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것은 수단에 불과하고, 상황에 따라서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매번 같은 방법으로 전략을 세우고, 같은 관점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같은 문제를 정의한다면 성과를 지속적으로 만들 수 없다.
잘하는 창업가는 무엇이 절대적일까? 앞서 언급한 내용을 모두 포괄하는 역량은 ‘경영’이다. 잘하는 창업가는 절대적으로 경영을 잘한다. 그렇다면 경영을 잘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아는게 많다는 것일까? 무지하고 경험이 부족하면 경영을 잘 못하는 것일까?
경영을 잘하는 방법은 너무 다양하다.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필 나이트 등 세상에는 혁신적이거나, 칼 같거나, 순응적인 개성이 넘치는 뛰어난 경영인이 많다. 그렇다면 이중에서 내가 본받고 싶은 사람을 롤모델로 삼아 따라하면 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상황에 따라서 바뀌는 것은 수단 뿐만 아니라 나라는 사람도 변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변할 때마다 경영도 변한다면 기업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오히려 필요한 경영에 따라 사람이 변해야 한다.
그럼 필요한 경영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바로 목표다. 따라서 경영을 잘한다는 것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한다는 것이다. 어떤 스타일의 경영이던 간에 경영인은 절대적으로 목표를 달성해야한다. 잘하는 창업가는 경영을 잘하고, 잘하는 경영인은 목표를 달성한다. 똑똑한 사람, 경험이 많은 사람, 창의적인 사람은 경영을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 경영을 잘하는 것이다.
여전히 뻔한 얘기다. 조금은 뻔하지 않는 사실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목표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목표를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혹은 실패하더라도 성과와 성장에 있어서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년동안 나는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지 못했던 적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하는 법을 몰랐고, 실패의 경우를 경험으로 만들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목표를 제대로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표를 단지 하나의 가이드로서 받아들였을 뿐, 정말 이루고 싶거나 이루지 않으면 큰일나는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목표를 달성했을 때 크게 달라지거나 얻은 것이 없었고, 실패했을 때 왜 목표 달성에 실패했는지 본질적인원인파악에 나서기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선택한 수단이 왜 별로였는지 삼류 질문을 던졌다. 어설프게 만족스러웠고, 어설프게 불만족스러웠다.
경영에 있어서 역량, 인재, 전략, 자본 모두 중요하지만 결국 수단일 뿐이다. 본질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책을 읽어서 지식을 배우고, 사람을 찾아가 경험을 공유하고, 글을 써서 생각을 정리한다. 반대로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생산적인 활동이더라도 낭비에 불과하다. 최근 나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무의식적인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의식적으로 모두 기록하여 데이터를 기반으로 얼마나 목표 달성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목표에 기여하지 않는 실행들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있다. 해당 브런치 또한 목표 관리를 더 잘하기 위해 3시간을 투자한 글이며,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나는 스스로 운이 조금만 따랐으면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운이 따르지 않아 같은 구간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 답답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그렇게 당당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그만큼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설령 당장 선택한 수단과 방법으로 운좋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성공하더라도, 경우를 경험으로 만들어내는 본질적인 목표달성의 원리를 깨닫지 못한다면 또 정체될 것이 분명했다. 특히 나만의 전문영역이 없는 기회창업이다보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올바르게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는 안다. 여전히 조금 어설프지만, 이제 진짜 운이 따르기를 바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