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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신꽃신내꽃신 Jan 11. 2024

첫 문장의 마력

첫 문장과 함께 돌은 굴러가기 시작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의 작품 <<넙치(Der Butt)>>의 첫 문장은 "일제빌은 소금을 더 쳤다"로 시작된다. 1977년에 나온 이 소설의 첫 문장 세 단어 "Ilsebill salzte nach"는 2007년 문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독일어권 역대 소설 중 가장 멋진 도입 문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문장이 독자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전래 민담 <어부와 그의 아내 Vom Fischer und seiner Frau>를 꼭짓점으로 하여 남자들에 의해 자행된 부정적 인류 문화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서술하는 이 작품에서, 여성이 갖는 의미를 나타내기에 "일제빌은 소금을 더 쳤다"라는 문장은 무한한 의미 확산 가능성을 구현한다. 여섯 명의 심사위원 중 하나였던 토마스 부시히는 소설의 첫 문장이 갖는 마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첫 문장과 함께 돌은 굴러가기 시작한다. 첫 문장은 약속이요 방향 물질이자, 수수께끼이며 번갯불이다. 한마디로 뒤이어 나오는 전체수프요리의 맛을 결정짓는, 각지게 썰어 놓는 재료이다."  

 

  프란츠 카프카 <<소송>> 첫 문장- "누군가 요제프 K를 모함했음이 분명하다.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날 아침 체포되었으니 말이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 첫 문장-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프란츠 카프카 장편소설 <<소송>>, 열린책들, 2011, 338~339쪽(역자 해설).  


   오늘 아침 눈 떴을 때 나의 하루 첫 문장은


   "흐아~ 5분만 더 자자..."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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