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20일 실제로 학교 캠퍼스 잔디밭에 엎드려 쓴 시이다. 한 학번 선배인 병수 오빠의 입대 즈음이었나 보다. 스무 살 언니버서리는 3월 새내기로 대학에 입학한 후 첫 학기와 여름방학까지 학교에서 살다시피했다. 무슨 뽕(?)을 맞은 건지 그때는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선배들과 동기들과 보내며 특별한 감정을 공유했었다. 그러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2학기가 되자 2학년 남자선배들이 머리를 짧게 깎고 하나둘 학교를 떠났다. 그들은 고작 스물 한두 살이었는데 모두가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목청껏 부르다 군대로 끌려갔다. 학교 근처의 오래된 파전집과 고깃집들은 우리들의 취기로 늘 후텁지근했다.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진해지는 가을볕을 받으며 스무 살의 언니버서리는 돗자리도 없이 잔디밭에 벌러덩 누워 뒹굴거리고 있었다. 역시 시험기간이 되면 공부 빼고 모든 것이 그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없는 법! 이 시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한 수업에서 문태준 시인이 특강을 했고, 나는 시인의 친필서명을 받은 시집을 자랑스럽게 배고(?) 누워서 가을볕을 즐기고 있었다. 시험이고 나발이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스무 살의 특별한 시간을, 이 조온습(조명, 온도, 습도)을 시험지에라도 흘려 담아 남겨두고 싶은 1학년 여대생의 소망이 가득가득 담겨있다.
제목 '시월, 스무날'은 중의적 의미로 쓴 거 맞다. 10월이자 시(詩)월이고, 20일이자 스무 살을 함께 뜻한다. 실제 10월 20일이면서 동시에 스무 살의 시 쓰는 계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