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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록 Aug 05. 2024

금주놀이 15일차

금주놀이 15일차



장마가 끝나고 공연 일정들이 계속 잡히는 시기.

갈수록 더워지는 지구.  내가 더위에 적응하기로 한다.


딱히 금주 기간은 정해 놓지 않았지만, 일단 불볕더위 기간은 당분간 금주놀이를 하기로 한다.


어렸을 적 처음 맥주를 마셨을 때, 그 쓰고도 고소하고 쌉싸름한 깊은 맛을 알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맛있는 맥주의 맛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듯이, 간헐적 금주놀이의 재미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금주’라는 어감 때문에 자학적이고 괴로울 것 같지만, 실제로 금주를 며칠 해 보면 정말 개운하다. 근육들의 움직임이 섬세하게 느껴지고, 쉽게 지치지도 않고 숙취 때문에 짜증 날 일도 줄어든다. 한 번 사는 인생, 비교적 재미있는 것들을 선택하며 살고 싶다. 금주놀이도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다. 재미있으니까 ’놀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분명 탕진잼도 재미있지만, 탕진 낙하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땀 흘리며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제일 맛있는 맥주는 라거도 에일도 흑맥주도 아냐.

땀 흘리고 열심히 내가 번 돈으로 사 먹는 맥주가 제일 맛있지. (아씨. 갑자기 맥주 당기잖아. ㅋㅋ 바보)


문학수다 떨다가 들은 얘기인데, 톨스토이는 교훈적이고, 도스토옙스키는 철학적이래. 그리고 도스토옙스키 소설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잘 살펴보면 그렇게 악한 놈도 선한 놈도 없대. 이 말이 굉장히 위안이 되더라고.


우린 그저 한낱 인간일 뿐이야.


나도 그렇게 좋은 놈도 나쁜 놈도 아니야.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지.


그래도 조금은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

기왕이면 SNS에 밝은 글을 남기려고 해.

내가 써놓은 글과 생각들을  내가 닮아 가는 기분이거든.


예전에 푸념 같은 거 글도 써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화학조미료처럼 뒤에 씁쓸한 맛이 남더라고.


지난 일은 신기루 같은 거야. 존재하지도 않는 거라고.

철학적이고 너무 심각한 고민들은 가을에 하자고.

지금은 너무 더우니까 일단 한 번 바보처럼 웃어보고 즐겁게 살자고.


멍게는 성채가 되어서 바위에 붙으면 자신의 뇌를 먹어치운다고 해. (멍게는 엄청난 미식가) 움직이지 않으면 뇌는 필요 없어진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나 봐.

그런데 내 생각엔 그건 인간 중심적인 사고라고 생각해.

생존을 위해 필요 없는 것은 과감하게 먹어치우는 결단력. 좀 멋지다고 생각해. (멍게에 소주 당기네ᄏᄏ)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해결도 안 될 걱정거리들은 멍게처럼 먹어버리는 게

좋을지도 몰라.


8월 캡틴락과 함께 신나게 달려보자고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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