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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원 Jun 18. 2024

(번외) 상사 이야기

 2019년도 입사 후 지금까지 수많은 상사를 만났다. 오늘은 기억에 남는 상사 이야기다. 구구절절 이야기할 것 없이, 그들에게서 배운 인상 깊은 한 가지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건 그냥 회사 이야기다.


A 팀장 : 사람을 챙길 줄 알아야 한다.

 인사 출신으로 단 한 번의 누락 없이 초고속 승진을 한 뒤 첫 영업 팀장이 되었다. 누가봐도 회사 핵심인재 코스를 걷고 있는 분을 첫 팀장으로 모실 수 있었던 건 내게 큰 행운이었다. 그 땐 몰랐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영업적으로는 부족한 면이 분명히 있었다. 팀장의 결정에 이따금씩 투덜대는 당시 파트장들의 모습이 간간히 떠오른다.

 하지만 팀장님껜 엄청난 무기가 있었는데, 바로 누구도 자기 편으로 만드는 '처세술'이다. 난 회사를 다니면서 이분에 대한 나쁜 평가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인격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나무랄 데가 없는 분이었고, 실제로 현재는 임원으로 회사에 남아 계신다.

 내가 발령 난 날, 팀장님은 나를 데리고 매장에 나가 30분여를 돌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워낙 유머러스한 분이시고, 평소에 단 한 번도 혼낸 적도, 진지한 얘기를 한 적도 없으셨기에 그 시간이 지금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요지는 '사람'을 챙길줄 알아야한다는 것이었다. 역시 인사출신 다운 조언이었다. 회사에는 수많은 인간관계가 있다. 상사, 선후배, 동료직원들, 그리고 영업을 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파트너들. 단순히 업무적으로가 아니라, 주변인들을 잘 돌볼 줄 알아야 한다는게 팀장님의 마지막 가르침이었다.


B 점장 : 독하게!

 고졸 출신으로 점장 자리에 오른 신화적인 인물이었던 그의 별명은 '독사'였다. 이 분에게 혼난 뒤 눈물을 흘리던 당시 파트장님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과거엔 화를 내다가 자기 분을 못이겨 벽에 머리를 몇 차례 박은적도 있다고 한다.

 절대 이런 면을 닮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의 '독한' 면모는 어느 정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점장인데도 매일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집에 갔다. 1년을 통틀어 주말을 쉬는 법이 없었다. 나라에서 지정해주는 공휴일은 무시하고 월요일, 목요일 딱 이렇게만 쉬었다. 어떤 보고에도 만족하는 법이 없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해야 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걸까?


C 팀장 : '멋'있게 다녀라.

 일도 커리어 관리도 자기관리도 멋지게 잘해내는 분이었고 부하직원들에게도 멋을 강조했다. 멋없게 다니는 걸 싫어했다. 업무의 관점도 마찬가지었다. 소위 말해 짜치고 고리타분한, 기존 걸 그대로 답습하는 업무 스타일을 가장 싫어했다. 이 분과 밑의 E파트장에겐 배운 점이 많아 별도 카테고리를 만들어 자세한 내용을 적을 예정이다. 


D 파트장 : 회사에선 '연기'해라

 회사에서 본인의 모습은 모두 '연기'고, 부하직원들에게 연기를 잘 하길 주문했다. 그래, 회사에 너무 진심이면 나도 힘들고 회사도 힘든 법이다.


E 파트장 : 시키는 걸 잘하자

 지금 내 회사 생활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상사다. 이분의 모토는 사실, '시키는 걸 잘해라'보다도, '하지 말라는걸 하지 마라'에 가까웠다. 100% 상사 맞춤형 업무스타일이다. 단 한 번도 상사에게 고민거리를 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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