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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없는여자 Apr 21. 2024

미안합니다 뭐가요?

나는 아이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미안합니다.



무엇이요?

제가 아이가 없는 게 미안하신 건가요?

제가 질문한 것이 미안하신 건가요?

도대체 무엇이 미안하신 건가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같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것도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결혼… 하셨어요?

네. 결혼했어요.


그리고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마치 연관검색어처럼.

아! 그럼 아이 있으세요?


아니요. 저 아이 없어요.

나는 최대한 나의 감정을 숨기고 대답하려고 노력한다.

평소보다 과장되게 웃으며 말을 한다.


그럼 반응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안합니다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안쓰럽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자기 주변의 특이 케이스를 줄줄이 말한다. 그러면서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내가 너무나 동안인가? 겉모습이 너무 젊어 보이나 보다. 내입으로 완경 했어요 까지는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런 뉘앙스를 풍겨야 이야기는 끝이 난다. 분위기는 가라앉는다. 처음 만나 어색한데 더 어색해져서 시선은 더욱 떼구루루 굴린다. 무뎌졌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솔직히 이런 만남을 하고 온 밤은 길다.


또 다른 반응은 좋겠어요. 아~ 그래서 자유로워 보였군요. 그리고는 자신의 아이 이야기를 한다. 이것 또한 불편하다. 나는 영혼 없는 대답을 한다. 아~ 그랬군요. 그럴 수 있지요. 이런 대화도 싫기는 마찬가지다.


얼마 전, 새로운 반응자를 만났다. 아이는 없어요 라는 나의 대답에 그는 말했다.

그럼 대리모를 하세요. 20분을 넘게 대리모 이야기를 했다.


저는 그렇게 까지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요.


나는 겉으로는 호탕하게 웃으며 할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굉장히 당황했다. 나는 굉장히 불쾌했다. 나는 내가 아이가 없는 게 사람들 속에 이야깃거리가 되는 게 더 이상 싫다.


아이가 없는 것과

아이를 못 갖는 건 정말 다르다.

아이를 못 갖는 여자로 살아온 순간순간이 정말 어렵고 힘들었다.

쓸모없는, 능력이 없는, 문제가 있는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내가 나를 이런 수식어를 붙여 쳐다보았다.



나는 아이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없는 것을 채우려 하면 할수록 없는 것이 더욱 커졌다. 없는 것만 생각하게 된다.

없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나는 아이 없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나는 아이 없는 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아이가 있냐는 질문에 지혜롭게 답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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