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한동안 여행기를 써왔는데 이제 잠시 쉬고 다른 글을 써보기로 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1여 년이 되었지만 아직 나의 글솜씨는 시원치 않음을 확인했다. 어릴 때는 백일장에 나가 상을 받기도 하였지만 그 후로는 대학입시에, 오랜 직장생활에 글 쓰는 일을 하지 않았으니 감각도 무디어지고 미천한 소질마저 없어져 버렸다. 다시 글을 써보지만 이제는 언어 감각도 시원치 않고 기억력도 시원치 않다. 사물에 대한 신선한 감각이라든지 날카로운 시선이라든 지 이런 것들도 없어졌다. 그럼에도 열심히 하다 보면 조금씩 좋아지겠지 하는 기약 없는 희망을 가지고 다시 써보기로 한다. 다른 작가님들이 쓴 글을 읽어보면 어쩌면 이렇게 톡톡 튀는 감각을 가지고 있을까, 어쩌면 이렇게 맛깔스럽고 재미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무능에 한숨을 쉬어보기도 한다.
젊은 친구들의 신선한 감각과 글재주를 따라갈 수 없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고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이제 인정하기로 했다. 그냥 나대로 내 솜씨껏 글을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그래도 60대 중반 나이에 이렇게 젊은 친구들과 같이 글을 쓰는 마당에 동참했다는 사실이 어딘가!
나의 주제는 한정적이다. 내가 관심이 있고 알고 있는 분야에 글을 써야 한다. 나의 관심 분야는 딱 세 가지이다. 영화, 음악, 여행. 가끔씩 영화를 보면서 소감을 남기고 싶은 영화가 있다. 나름 감상평을 공유해보고 싶다. 물론 영화 평론가의 감상평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겠지만.
음악에 대하여는 클래식, 재즈, 팝 등 모든 분야를 좋아한다. 그중에서 클래식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닌 내가 여기서 언급하기는 좀 그렇다. 어설프게 알고 전문가의 글을 그대로 베껴 옮겨 적는 것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확실히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마치 이해한 것처럼 자기 암시를 걸면서 전문가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반 대중들은 잘 모르고 전문가들도 잘 모르는 베토벤의 몇 악장 알레그로, 비바체가 어떻느니 이런 이야기를 나는 알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런 이야기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끼리만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전문 용어를 써가면서 글을 써봐야 일반 대중은 별로 관심이 없다.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만 써보기로 한다. 물론 음악의 대한 기본 적인 내용은 참고해서 기재하기도 할 것이다.
영화를 그리 자주 보지는 않는다. 영화관에 가는 것이 번거로워 요즘은 집에서 OTT로 보거나 동네 도서관에 서 DVD를 빌려보는 편이다. 내가 보는 영화는 대개 과거에 개봉된 것으로서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나의 영화에 대한 취향은 한정적이다.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를 추구하는 영화, 고대 로마나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이런 부류를 좋아한다. 요즘 개봉되는 영화는 이런 부류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내가 거의 보지 않는 영화 부류는 SF, 액션, 오락영화 등이다. 영화의 기능이라는 것이 꼭 무슨 주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지만 그것은 나의 생각일 뿐이다. 영화의 기능이라는 것이 오락 등 시간 때우기의 기능도 중요한 기능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문학이든 영화 등 모든 예술은 반드시 무언가 인간 존재에 관한 깊은 탐구를 보여줘야 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은 요즘 세상에는 먹혀들어가지 않는 고리타분한 생각일 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또 하나의 부류는 개연성 없이 스토리가 진행하면서 마치 깊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는 영화이다. 어쩌면 나의 이해력이 부족해서 이해하지 못한 영화일 지도 모른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가 알고 있는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정리한다는 면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산만하게 알고 있는 것을 글로 표현하자면 제대로 정리해야 하고 그러자면 다른 자료를 찾아보면서 확인하는 경우도 있어 공부도 된다. 그렇게 되면 그 부분은 확실히 머리에 저장된다는 것이다. 또 글을 쓰게 되면 어떻게 더 멋있게 쓸까 요리 저리 생각을 하게 되면서 문구를 다듬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 또한 좋은 훈련과정이 되기도 한다. 다만 자기의 글에 대하여 너무 욕심을 내다보면 글 쓰는 것이 자꾸 망설여지기도 한다. 이렇게 써도 마음에 들지 않고 저렇게 써도 마음에 들지 않아 글을 발행하기를 망설여지는 것이다. 브런치 스토리라는 공간이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보니 나의 글 체면에 신경 쓰지 않을 수없다. 이제 글을 발행하는 것을 너무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낙서장처럼 쓸데없이 자기의 생각을 되는 대로 늘어놓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할 것이다. 너무 욕심을 내지 않으면서 적당히 체면은 세울 수 있는 정도의 글이라면 발행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