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 편력
나는 영화에 대하여는 좀 편식성을 가지고 있다. 내가 보는 영화의 부류는 특정되어 있는 편이다. 오락영화, SF영화, 액션영화 이런 것들은 거의 보지 않는다. 이런 영화를 보느니 차라리 낮잠을 자거나 산책을 하는 게 더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이것은 각자의 취향이니 어느 것이 바람직하다고 논할 수는 없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
첫 째는 고대나 중세를 배경으로 한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 특히 고대 로마를 배경을 한 영화는 사족을 못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영화를 보기 어렵다. 한 때는 벤허, 쿼바디스 같은 역사물이 있었고, 근래에는 글레디에이터 같은 영화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이런 영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벤허 같은 스펙타클한 영화는 아카데미 상을 11개 부분을 받은 영화이다. 이런 영화들은 실제 등장하는 엑스트라들이 만여 명이었고, 이런 엑스트라들이 입는 옷은 고증을 거쳐 제작하여 입히고 촬영하였다고 한다. 영화 세트도 직접 제작하였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그래픽으로 영화화면을 만드는 기술이 없었을 때이다. 그런데 요즘은 수많은 군중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그래픽으로 처리한다. 영화 '알렉산더'나 '글레디에이터'에서 수많은 군중들이 동원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세히 보면 그래픽으로 처리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알렉산더'에서 그리스 군과 페르시아 군의 수 십만 병사들이 싸우는 장면에서는 그렇게 많은 군중들을 동원할 수없으므로 그래픽 처리는 불가피한 상황이기도 하다. 영화 '글레디에이터'에서는 검투사들이 경기하는 원형 경기장에 동원되는 수많은 관중 들 역시 그래픽은 불가피하다. 그래픽을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영화의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 300 같은 경우는 거의 배경 장면이 그래픽으로 처리되어 있어 마치 만화 영화롤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많이 실망하였다. 이 영화 역시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의 전투를 배경으로 한 영화여시 흥미로운 영화인데 이런 점이 아쉬웠다. 고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실제 엑스트라를 많이 동원하고 고증을 거쳐 그 당시의 의상을 입힌 영화들은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둘 째는 삶의 진실을 탐구하는 그런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요즘은 흥행에 성공해야 하므로 이런 영화는 제작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별로 없다. 어느 날 시간이 나길래 집구석에 방치된 dvd를 플레이어에 올려놓았는데 흑백 영화여서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 영화를 보면서 쏙 빨려 들어간 적이 있다. 그 영화 제목은 '자전거 도둑'.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 계열의 영화라고 하는데 나는 네오리얼리즘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를 보고 나면 무언가 삶의 진실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왠지 카타르시스도 되고 감동을 받는다.
영화산업도 산업이니 돈이 되어야하므로 삶의 진실을 탐구하거나 근본적인 문제를 던지거나 그런 돈이 되지 않는 영화를 만들려 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관객들도 이런 골 아픈 데 신경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저 자극적이고 즐겁고 재미난 영화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나같이 고리타분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볼만한 영화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매년 아카데미 수상작들이 발표되고 수상한 영화가 개봉되는데 난 왠지 최근 아카데미 수상작에 대하여 옛날처럼 보고 싶은 열망이 없다. 나의 취향이 고리타분하고 그래서 그럴 것이다. 내가 요즘 돌아가는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세대여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 매년 수상작들이 쏟아져 나와도 그중 몇 개 정도 관심이 갈 정도이다. 언론에서 그해 아카데미 수상작들이 발표되면 소개되는 내용만 슬쩍 본다. 수상작들은 모두 영화 전문가들이 모여 어떤 기준에 의하여 투표한 것이니 당연히 쓸만한 영화가 수상했을 텐데 나에게는 공감이 잘 가지 않는다. 영화를 많이 본다고 나 같은 문외한에게 안목이 생길까? 영화전문가가 될 것도 아닌데 그런데 시간을 많이 낼 수도 없다. 그냥 가끔씩 눈에 띄는 영화의 줄거리를 살펴보고 관심이 가는 영화 한 편 정도 찾아보는 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