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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mango Mar 20. 2019

나를 향해 던지는 질문!

그림책 <그림자 너머>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첫날, 5학년 학생들에게 자기소개 학습지를 나눠주었다. 학생들은 해마다 자기소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것을 곤혹스러워했다. 머리를 긁적이며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장단점 등을 기록했다. 한숨을 푹푹 내쉬는 학생들도 있다. 각 항목에 세 가지 이상을 꼭 써야 하냐며, 하나만 쓰면 안 되냐고 묻기도 했다. 특히 나의 장점을 쓰는 칸은 비워둔 채 눈만 끔뻑거리고 있다. 그런 학생들에게 급식을 골고루 잘 먹는 것,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등 사소하게 여기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니, 그제야 뭐라도 끄적였다.      


『1984』의 저자 조지오웰은 “인간이 물질세계는 탐사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탐사는 하지 않으려 한다”며 “인간은 자기 삶에서 단순함의 너른 빈터를 충분히 남겨두어야만 인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학창시절 동안 나에 대해 충분히 알아가기보다는, 외부의 지식과 시선을 주입하기 바쁘다. 성적, 외모, 인기 등을 높이 쌓는 거로 자신을 세상에 증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그걸 왜 원하는지 자신에게 묻는 질문은 빠져있다. 존재 자체의 빛을 잃어버린 채 현란한 네온사인으로 포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채워도 채워도 부족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이럴 때 이소영의『그림자 너머』는 “가장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 보는 거야”라고 이야기한다.     

 『그림자 너머』(이소영 글그림)은 온전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그린 그림책이다. 주인공 ‘머리’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 속에 비춰본다. 뿌옇게 보일 뿐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 채 망설이는 사이, 우르르 한 쪽 방향으로 몰려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머리는 ‘그들은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알고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갖는다. 그 순간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참 자아인 ‘몸통’과의 만남으로 이끈다.      


 나의 한해살이 소망은 우리 반 학생들 모두 자기 삶에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1학기 동안에는 삶을 이야기하는 여러 그림책과 만났고, 그 그림책을 매개로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더 나아가 2학기에는 자기 삶의 질문으로부터 나만의 이야기를 창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의 씨앗을 꺼내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나는 누구일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친구와의 관계는 어떻게 조율해 나가야 하지? 나는 왜 장난을 계속하고 싶은 걸까?’ 등 여러 질문으로부터 학생들의 그림책이 탄생했다. 그것들을 하나로 모아 독립출판으로『내 마음에 그림책이』라는 학급문집을 만들었다. 오직 그 아이만 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학생들의 창작그림책 학급문집 보기: http://bit.ly/2DIOyUF

학생들의 창작그림책 학급문집


 삶의 질문은 문제집으로부터 주어지게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던지는 것이다. 내가 발견한 질문에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하다 보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그 질문에 답을 찾으면서 자기 서사의 힘이 생긴다.     


 하지만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다. 『그림자 너머』의 ‘머리’는 참 자아를 찾으러 가는 여정에서 수많은 장애물을 만난다. 많이 갖고 싶은 마음, 빨리 이루고 싶은 조급함, 상처받지 않으려는 마음과 만난다. 이 마음들이 ‘머리’를 옥죄기 시작한다. 그 마음들이 너무 무거워 움직일 수조차 없다. “최고, 1등, 빨리, 대학, 더, 올려, 꼴찌, 어서, 해야돼, 외모, 목표, 사랑” 등의 말이 머리 안에 울려 퍼지는 사이, 급기야는 머리에 구멍까지 난다.     


 경쟁과 효율성이 최우선이 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삶의 우선순위가 뒤죽박죽될 때가 많다.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기보다 외부의 우선순위에 따를 때가 있다. 세상이 정한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채찍질 할 때도, 공식화된 성공을 위해 무작정 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지는 생각할 겨를은 없다. 우리는 많은 성취에도 공허함을 느끼는 것은 그 동기가 외부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머리’는 힘겹게 외부의 기준에서 벗어나기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림자 너머 중에 가장 어두운 곳에 다다른다. 끝없는 고요함 속에서 눈을 감고 자연스런 흐름에 몸을 맡긴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곳. 있는 그대로가 편안한 곳. 드디어 머리는 참자아인 ‘몸통’과 만난다. 우리는 고독의 순간을 두려워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해 끊임없이 나의 시간을 주위 사람들이 원하는 걸로 채우려 한다. 그러나 능동적 고독의 순간에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림자는 빛이 비추는 어두운 부분이기에, 그 어두운 부분인 고독을 더듬어나갈 때 진정한 나와 만날 수 있다.      


죽기 전에 가장 많이 하는 첫 번째 후회는 “내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했고 따라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대신 내 주위 사람들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라고 한다. 사람들은 죽음의 문턱에 다다라서야 내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죽음 앞에서 후회하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현재의 삶을 가장 잘 살아갈 수 있는 열쇠이지 않을까? 외부의 우선순위가 아니라 나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탐색해나가는 것.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되는 것. 결국 나답게 잘 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공부가 첫 번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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