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 mango Apr 01. 2019

그림책 『맨발로 축구를 한 날』로 들여다 본 나눔

-온작품읽기 독서교육 사례-

    


 그림책 『맨발로 축구를 한 날』은 수민이의 특별한 여행기가 담겨있다. 수민이는 여름방학을 맞아 삼촌과 함께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간다. 첫 해외여행이라 기대가 컸던 수민이는 이내 낙후된 풍경에 실망하게 된다. 맨발로 축구를 하는 또래의 아이들도 더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수민이의 오해와 편견은 하나둘 벗겨진다. 끝내 그는 “좋아하는 친구들을 닮게 된 날”이라고 고백을 하며, 신나게 캄보디아 친구들과 맨발로 축구를 한다.


 실제로 캄보디아 봇뱅 마을을 다섯 번 방문하면서, 나눔의 의미를 찾아 헤맨 시간은 한 편의 그림책으로 가지런히 재배치되었다. 이제 묵혀두었던 나눔 이야기를 우리 반 학생들과 함께 나눌 시간이다. 먼저 책 읽어주기부터 시작했다. 선생님이 직접 기획하고 글원고를 쓴 그림책이라는 말에, 학생들의 얼굴에는 달뜬 표정이 가득했다. 내가 쓴 글을 읽으려고 하니 묘하게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림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학생들에게 “왜 캄보디아 아이들은 맨발로 축구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난해서요, 운동화를 살 돈이 없어서요.”라고 대답했다. 예상한 답변이었다. 나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한 학생이 “그럴만한 환경이라서 그렇지 않을까요? 만약 땅이 진흙이라면 운동화를 신기 불편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럴 수가. 학생의 입을 통해 예상 밖의 섬세한 생각이 흘러나왔을 때 기쁨이 살며시 마음속에 피어났다. 캄보디아 날씨와 관련해서 그 이유를 한 번 더 생각해보자고 도닥였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캄보디아는 일 년 중에 절반이 우기이니, 운동화를 신으면 발이 찝찝하고 불편하겠다.”라고. 


 캄보디아 사람들은 대부분 쪼리나 슬리퍼를 신고 생활을 한다. 날씨가 덥고 습할뿐더러 우기에는 예고 없이 비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비에 젖어도 되는 쪼리를 신고 종일 생활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편하다. 쪼리를 신고 학교에 왔다가 축구를 하고 싶어질 때는 과감히 쪼리를 벗어 던지고 노는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운동화를 신는 것은 번거롭고 불편한 일이다. 우리의 시선은 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대로 세상을 바라본다. 타인도 나의 잣대로 섣부르게 판단해 버린다. 그렇게 투박한 시선과 생각은 오해를 쌓고 거리감을 만든다. 그러나 섬세한 눈빛은 거리의 틈을 메우고 상대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가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왜 수민이는 맨발로 축구를 했을까?”라는 질문을 했다. 은경이는 “캄보디아 아이들과 더 친해지고 싶어서요.”라고 말했다. 생명이는 “맨발로 축구하는 게 더 편해서요.”라고 이야기하며, 그림책을 읽고 난 후 시를 지었다. 한국인과 캄보디아 봇뱅마을 주민의 관점으로 입장을 바꿔서 시를 쓴 게 참신하였다.


이상한 것  –강생명-


(한국인)

왜 맨발로 축구를 하지?

이상해

왜 가까운 길을 멀리 돌아갈까?

이상해

왜 가로등이 없어?

이상해.

이 동네는 이상한 것 천지네.


(캄보디아 봇뱅마을 주민)

왜 신발을 신고 축구를 하지?

맨발이 더 편한데.

왜 저렇게 성격이 급할까?

멀리 돌아가면 어때?

왜 가로등이 없으면 이상한 거야?

밤눈이 이렇게 밝은데.

한국은 이상한 것 천지인가 봐.


각 나라의 문화는 이상한 게 아니야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거야. 


  어느덧 학생들은 그림책 주인공 수민이에게 감정이입을 한 채, 캄보디아 봇뱅마을로 성큼 들어갔다. 현이는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더럽다고 한 게 마음에 걸려서 그랬을 것 같아요.”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덧붙였다. 


나의 생각  –송현-


맨발로 축구하는 캄보디아 어린이들

나는 생각했다. 

더러워.


하지만 다음날 나는 맨발로 축구를 했다.

나는 생각했다.

어, 괜찮은데?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더럽다고 생각해 미안했다. 


 수민이가 신발을 벗어 던지고 흙탕물 속을 뒹구는 장면은 나와 너를 가르는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타인의 고통』을 쓴 수전 손택은 “연민이 내 삶을 파괴하지 않을 정도로만 남을 걱정하는 기술이라면 공감은 내 삶을 던져 타인의 고통과 함께하는 삶의 태도다”라고 하였다. 처음에 수민이는 캄보디아 아이들과 멀찌감치 떨어져 맨발로 축구하는 장면을 관망했다면, 이제는 그들 사이로 성큼 들어가 함께하기로 결정한다. 그들의 삶에 동정이나 연민을 보내지 않고, 공감한 것이다. 축구를 할 때는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는 우리의 문화적 습관을 내려놓고서. 아니, 그런 거창한 의미가 없더라도 운동화를 벗고 축구를 하는 게 진정 수민이에게 편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몸은 머리보다 먼저 답을 알고 있다. 


 <맨발로 축구를 한 날>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2018 겨울방학 추천도서

2019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

2019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 실제의 봇뱅 마을을 보고 싶다면? 


* 그림책 <맨발로 축구를 한 날>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wishciel/20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향해 던지는 질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