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 사례: 그림책 <난 네가 부러워>
또각또각 들려오는 구두 소리와 함께 교실 뒤에 학부모님들이 하나둘씩 공간을 채운다. 학생들은 수시로 고개를 돌려 부모님이 오셨는지 확인을 한다. 막 들어온 엄마와 눈이 마주칠 때면 근심 어렸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왁자지껄했던 평상시 쉬는 시간과 달리 오늘은 사뭇 진지해 보인다. 지켜보고 있는 눈이 많다는 것을 아는지 그림같이 예쁘게 앉아있다.
학부모 공개수업 주제는 ‘칭찬하는 말을 주고받기’이다. 따뜻하고 진심 어린 칭찬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귀로 먹는 보약이 따로 없다. 칭찬은 자신감을 갖게 하고, 어떤 일을 꾸준히 하게 만드는 촉매제이며, 긍정적인 성장을 이끄는 비타민과 같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칭찬에 인색하다. 매일같이 치열한 ‘경쟁’ 속에 허덕이다 보니 칭찬 속에는 슬그머니 ‘비교’가 똬리를 튼다. 가령, 자녀가 수학시험에 100점을 맞았다면 부모는 그 자체에 대해 듬뿍 칭찬해주기보다는, “몇 명이나 100점을 맞았어?”라고 물으며 남과 비교해서 ‘자녀의 위치’를 확인하려 든다. 어릴 적부터 이러한 질문 패턴은 은근슬쩍 학생들의 마음속에 ‘비교의식’을 심어주고, 건강한 자존감 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어릴 적부터 남을 이겨야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은연히 터득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늘 1등에 목숨을 건다. 1등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양 그들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 평가 절하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학교에서 시험을 본 후 시험지를 나눠줄 때 학생들에게 미리 당부하는 말이 있다.
“절대로 친구의 점수를 알려고 하지 마라. 주변의 친구들을 살펴보면 나와 얼굴이 똑같은 친구가 있니? 나와 똑같이 생긴 친구들이 한 명도 없듯이, 우리들의 능력 또한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내가 비교해야 할 대상은 내 친구가 아니라, ‘어제의 나’라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전보다 성적이 좋지 않다면 그 원인을 분석해서 더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거야. 전보다 성적이 올랐다면 그만큼 한 뼘 성장한 거니 자신에게 듬뿍 칭찬을 해주렴.”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친구들의 점수를 기필코 알아내려는 학생들이 있다. 친구들과 비교해서 내 점수가 더 높으면 쾌재를 부르고, 내 점수가 낮으면 나보다 높은 친구를 부러워하는 것이다. ‘넌 공부를 잘해. 넌 수학을 잘해’처럼 비교 속에 싹 틀 수밖에 없는 칭찬. 그 말들이 오고 가면서 행여나 소외받는 학생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더불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칭찬할 거리가 풍성한데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잘해’처럼 순위가 명확한 것들만 칭찬의 대상으로 삼을까 봐 노파심도 들었다.
사실 칭찬의 방법과 기술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눈’이다. 세심한 관찰과 상대방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그 사람이 지닌 강점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게 칭찬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매일같이 바쁜 스케줄에 쫓기다 보니 친구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다. 아니, 자기 자신도 자세히 들여다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칭찬보다는 꾸중과 핀잔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자신의 단점은 쉽사리 찾아내지만, 자신의 장점 앞에서는 입을 열지 못하고 머리만 긁적일 뿐이다.
본격적인 칭찬하기 수업에 앞서 움츠렸던 학생들의 마음을 열어주고자 ‘난 네가 부러워’라는 그림책을 들려주었다. 서로 다른 열 한 명의 학생들은 저마다의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그들은 수줍음이 많아서 고민,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해서 고민, 감정표현이 서툴러서 고민, 덜렁거려서 고민이다. 자신의 단점에 골몰에 있을 때, 도리어 그런 단점을 보고 장점으로 승화시켜주는 성숙한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의 근심거리 앞에 오히려 ‘난 네가 부러워’라고 이야기한다. 수줍음이 많아도 너의 집중력은 최고라고 치켜세워주고,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어려울지라도 그 흥겨운 에너지로 춤을 기가 막히게 잘 치니 그게 부럽다고 이야기한다. 표정이 똑같아서 고민인 친구에게 넌 힘든 상황에서도 표정 변화 없이 꿋꿋하게 견뎌 내는 게 대단해 보인다고 말하며, 덜렁거려 고민인 친구에게는 넘어지더라도 쉽사리 울지 않는 너는 정말 용기 있는 아이라고 되레 격려해준다.
그렇다. 우리는 내면의 문젯거리를 한 아름 들고 안절부절못하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단점들이 장점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다. 우리 안에 단점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시선을 바꾸면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장점일 수도 있다는 것.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닌 소중한 제 빛깔을 찾아 건강한 자존감을 키우는 것이다. 파랑과 노랑 중에 어느 색이 더 예쁜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그 빛깔만이 지니고 있는 매력이 있다. 수만 가지 이상의 여러 빛깔이 조화를 이루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것처럼, 각 사람의 제 빛깔을 찾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나태주의 시 ‘풀꽃’처럼 학생들이 ‘나’와 ‘너’를 ‘자세히’, 그리고 ‘오래’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림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처럼 서로의 빛나는 순간을 알아봐 주고 서로를 칭찬해주고 격려해줄 수 있기를 꿈꿔본다.